닫기

[복지사각 고독사-上] “남은 돈 장례비로 써주세요”…홀로 맞는 죽음 늘었다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koreanwave.asiatoday.co.kr/kn/view.php?key=20230518010010647

글자크기

닫기

이준영 기자 | 정민훈 기자 | 최연수 기자

승인 : 2023. 05. 19. 07:02

고독사 증가세, 2021년 3378명···주로 50·60대 남성
취약계층 중심 발생, 경제 외적 문제도 상당수 차지해
전문가들 "개인 단위 변화·네트워크 감소로 고독사 늘 것"
basic_2021
이미지=아시아투데이
옆집에 혼자 사는 할아버지, 할머니, 독거 중년 등 이웃들이 사망한 지 수십일 만에 발견되는 고독사가 늘고 있다. 1인 가구가 늘고 개인주의 문화가 확대되면서 매년 3000명 이상이 사회와 단절돼 있다 쓸쓸히 홀로 죽음을 맞고 있다. 아시아투데이는 고독사 발생 원인들과 함께 정부와 사회가 고독사를 막기 위한 방안들을 찾아본다. [편집자주]

"내가 모아 놓은 돈을 장례비로 사용해 달라. 화장 후 유골은 산에 뿌려 달라."

경기도 용인시 한 공공임대주택에서 홀로 살던 A(58)씨는 단출한 유서 하나를 남기고 사망한 지 두 달이 흐른 뒤인 지난 5월 7일에야 발견됐다. A씨 집 앞 우편물이 가득하고 수개월째 인기척이 없다는 신고를 받고 경찰이 출동해서야 A씨 사망이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경찰은 현장에서 타다 남은 번개탄, 현금 260만원과 유서를 찾았다. A씨는 3급 지체 장애를 가진 기초생활보장수급자로 매월 60여만원을 수령해 공공임대주택에서 홀로 살아왔다.

같은 달 6일 또 다른 장소에서도 한 노인이 고독사했다. 강원 원주시 한 아파트에 사는 기초생활수급자 B(73)씨가 연락 되지 않는다는 지인 신고를 받고 경찰이 출동했지만 홀로 숨져있었다. B씨는 사망 전 심장 관련 수술 이력으로 심장약을 복용해왔으며 기초생활수급자로 매주 토요일마다 반찬 지원 서비스를 받아왔다.

가족이나 이웃 등과 단절된 삶을 살다 홀로 죽음을 맞는 고독사가 늘고 있다. 2017년 2412명이었던 고독사는 2021년 3378명으로 증가했다. 고독사는 주로 50·60대 남성에서 발생하고 있다. 2021년 고독사한 3378명 가운데 남성이 84% 가량 차지해 여성보다 5.3배 많았다. 연령별로는 50·60대가 절반 이상 차지했다.

여성 고독사 사례도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8일 서울 송파구 석촌동 한 빌라에서 "악취가 난다"는 주민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홀로 숨져있는 C(62·여)씨를 발견했다. 현장에서 찾은 C씨 내과 소견서 병명에는 '담낭의 제자리암종, 상세불명 고혈압, 현기증'이라고 쓰여 있었다.
사회와 단절된 채 쓸쓸히 죽음을 맞는 고독사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등 사회 취약계층 중심으로 발생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1년 고독사한 사람 중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44.3%에 달했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를 포함해 기초연금, 노인장기요양, 물품지원, 취업지원, 요금감면 등 각종 사회보장 지원을 받은 사람들은 전체 86.3%를 차지했다.

반면 경제 취약층이 아닌 사람들이 고독사 하는 사례도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기존 복지 사각지대 발굴시스템으로 미처 발견하지 못한 고독사 사망자가 2021년 40.4%에 달했다. 이에 정부는 고독사 특성을 반영한 발굴 체계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고독사 증가 원인으로 '사회의 개인 단위 변화'를 지목했다. 정순돌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사회가 가족 단위에서 개인 단위로 변화하고, 사람들 간 네트워크도 감소하다 보니 개인이 어떤 도움이 필요할 때 요청할 사람이 사라지고 정보도 차단되고 있다"며 "이러한 변화가 지속될 경우 고독사가 더 늘 것"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사회와 소통이 없는 노인들 경우 고독사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 고독사 특수청소업체 바이오해저드 김새별 유품정리사는 "복지 서비스를 거부하는 빈곤층 노인들이 고독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잔소리 듣기 싫다. 복지사든 뭐든 오지마'라고 선을 긋는 분들이 많다"고 전했다.
이준영 기자
정민훈 기자
최연수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

댓글 작성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