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45년만에 첫 노미네이트…수상 0순위 점쳐져
한때 스타덤 누렸으나 부침 심해 가십 단골로 전락
|
한국 관객들에게 무어가 처음 각인된 계기는 뭐니뭐니해도 '사랑과 영혼'이다. 1990년 개봉한 이 영화에서 도예가 '몰리' 역을 열연했는데, 쇼트 커트와 오버롤(일명 멜빵 바지) 차림 등 극중 헤어 스타일과 패션이 전 세계적으로 '워너비' 열풍을 불러일으킬 만큼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다.
친어머니의 자살 시도와 집주인의 성폭행 등으로 점철된 성장기를 거친 무어는 어렵게 맞이한 '사랑과 영혼'의 대성공을 발판삼아 오랫동안 할리우드를 호령하는가 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한때 할리우드 여배우들 중 최고 수준의 출연료를 챙겼으나, '어 퓨 굿맨' '폭로' 등을 제외하고 후속작들 대부분은 흥행에 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작품성에서도 혹평을 받기 일쑤였다. 로맨틱 코미디만 고집했던 멕 라이언 등 비슷한 커리어의 또래 여성 연기자들과 달리, 연기 변신을 위해 '스트립티즈'에선 전신 성형에 이은 전라 노출에 도전하고 '지 아이 제인'에선 삭발도 감행해 봤지만 멀어진 팬들의 관심을 되돌리는데 역부족이었다.
사생활 역시 무어의 추락을 거들었다. 브루스 윌리스와의 요란했던 두 번째 결혼 생활을 청산한 뒤 16세 연하의 애쉬튼 커쳐와 세 번째 결혼식을 올렸으나, '쿠거'(Cougar·젊고 잘생긴 연하남을 선호하는 중년 여성) 족의 대명사로만 익숙해지며 대중의 놀림감이 됐다. 결국 이 결혼 또한 6년만에 파경으로 막을 내렸고, 훗날 무어는 자신의 회고록인 '인사이드 아웃'에서 커쳐의 외도 사실을 폭로해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이처럼 타블로이드지 가십의 단골 손님으로 전락했던 그가 '서브스턴스'란 피범벅 호러물의 퇴물 여배우 '엘리자베스' 역으로 생애 첫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을 거머쥐며 보란듯이 재기에 성공한 모습은 살짝 경이롭다. 어떤 이들에겐 실제 모습이 겹쳐보일 수도 있는 위험천만한 캐릭터였을텐데도, 환갑을 훌쩍 넘긴 나이에 맨살 연기를 불사하는 등 도전을 마다하지 않은 연기 열정이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다음달 초 열릴 아카데미 시상식은 로스앤젤레스(LA)를 휩쓴 대화재와 이로 인한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경건하게 치러진다는데, 무어가 오스카 트로피를 품에 안고 활짝 웃는 얼굴로 무대를 빛내주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