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트럼프 대통령, 뉴욕 남부지검장 전격 해임...미국판 ‘윤석열 끌어내리기’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koreanwave.asiatoday.co.kr/kn/view.php?key=20200621010012569

글자크기

닫기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승인 : 2020. 06. 21. 06:55

바 미 법무장관, 버먼 뉴욕남부지검장 해임 통보
버먼, 사퇴 거부하자 트럼프 대통령에 전격 해임 요청
버먼, 트럼프 측근 수사 지휘 눈엣가시
트럼프 "법무장관 결정, 난 관여하지 않아"
Manhattan Federal Prosecutor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자신의 측근을 수사 중인 뉴욕 남부지부 연방검찰청(SDNY)의 제프리 버먼 지검장을 전격 해임했다. 사진은 버먼 지검장이 2018년 10월 26일 워싱턴 D.C.의 법무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사진=워싱턴 D.C.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측근을 수사 중인 뉴욕 남부지부 연방검찰청(SDNY)의 제프리 버먼 지검장을 전격 해임했다고 CNN방송 등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윌리엄 바 미 법무부 장관은 이날 버먼 지검장이 사퇴를 거부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그를 해임했다고 밝혔다고 CNN은 전했다.

바 장관은 버먼 지검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불행히도 당신은 어젯밤 성명으로 공무보다 공개적 구경거리를 선택했다”며 “당신이 사임할 의사가 없다고 선언했기 때문에 나는 대통령에게 오늘부로 당신을 해임해 달라고 요청했고, 그는 그렇게 했다”고 밝혔다.

바 장관은 전날 트럼프 대통령에게 눈엣가시와 같은 존재인 버먼 지검장에 대한 전격적인 교체 작업에 착수했다고 밝혔고, 곧이어 백악관이 제이 클레이턴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이 후임자가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버먼 지검장은 전날 밤 발표한 성명에서 “사의를 표명하지 않았고, 사퇴할 생각도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한 후임자가 상원의 승인을 받을 때까지 임무를 계속하면서 수사를 마무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상원이 클레이턴 SEC 위원장을 승인할 때까지의 최대 몇개월 동안 트럼프 대통령 측근 관련 수사를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셈이다.

그러자 바 장관이 요청하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버먼 지검장을 전격적으로 해임한 것이다. 이에 이날 정상 출근했던 버먼 지검장은 “즉시 사무실을 떠나겠다”며 해임 통보를 받아들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번 해임 결정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그건 모두 법무장관의 몫”이라며 “바 장관이 그것에 관해 담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것은 그의 부처이지 내 부처는 아니다”며 “그러나 우리에게는 매우 유능한 법무장관이 있으므로 그것은 그에게 달려있다. 난 관여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은 이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처음으로 개최되는 대규모 집회인 오클라호마주의 털사에서의 선거 유세에 참석하기 위해 출발하기에 앞서 백악관 남측 잔디마당에서 이뤄졌다.

트럼프 바 법무장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인 오벌오피스에서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소셜미디어 등 온라인 플랫폼이 사용자의 게시물 콘텐츠에 대한 법적 책임에 면책특권을 주는 통신품위법을 재검토할 것을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트위터 관련 보도를 한 뉴욕포스트를 들어보이는 있다. 트럼프 대통령 왼쪽은 윌리엄 바 법무부 장관./사진=워싱턴 D.C. AP=연합뉴스
바 장관은 파면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지만 버먼 지검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들에 대한 수사를 지휘하고 있다는 것이 주요 이유라는 것이 미 언론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트위터에 “트럼프가 무엇 때문에 화가 났는지 궁금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에 대한 뉴욕 남부지검의 과거 수사 외에도 현재 진행 중인 수사가 인사교체의 배경이 됐을 수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뉴욕 남부지검은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인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에 대한 수사를 벌이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의 집사로 불렸던 마이클 코언 변호사가 3년 형을 받게 했다.

버먼 지검장은 2017년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임명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프릿 바라라 당시 지검장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임명한 인사라는 이유로 버먼 지검장으로 교체했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버먼 지검장은 2018년 취임 후 트럼프 대통령 측근에 대한 수사를 지휘해 백악관과 불편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여권 내에서 제기되고 있는 윤석렬 검찰총장 ‘조기 퇴진론’과 유사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임명한 버먼 지검장을 전격 해임한 것이다.

뉴욕 남부지검은 ‘월가의 저승사자’로 불리며 주가조작을 비롯한 화이트칼라 범죄와 국제 테러·정치인 비리 수사로 유명하다. 법무부 산하 하 93개의 지검 중 정치적 독립성이 가장 높은 수준이라는 평가도 받고 있다.

이 때문인지 트럼프 대통령은 뉴욕 남부지검의 존재를 불편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 ‘그것이 일어난 방’에 따르면 뉴욕 남부지검의 터키 국영은행 수사 문제를 챙겨달라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요청에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가 임명한 검사들이 교체돼야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

댓글 작성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