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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범 칼럼] 주한미군 철수와 감축, 그리고 한·미동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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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0. 07. 20. 05:00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 전 유엔사 군정위 수석대표
현 특수·지상작전 연구회 고문
한·미 동맹 본질 훼손…미국 국방비 절감 도움 안돼
한국군 독자 군사력 키우고 한·미 동맹 끊임없이 노력
전인범 장군 1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전 유엔사 군정위 수석대표
트럼프 행정부가 주한미군 감축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한국은 물론이고 미국 안에서도 반대 여론이 많다. 웨스턴 켄터키대 국제여론연구소(International Public Opinion Lab)에 따르면 응답자의 12.93%는 ‘철수 강력 반대’, 29.92%는 ‘반대한다’고 밝혀 43%가 주한미군 철수에 반대했다.

반면 응답자의 26.8%는 주한미군 철수에 찬성했다. ‘강력 찬성’ 4.83%, ‘찬성’은 22.01%였다. 30.31%는 주한미군 철수에 찬성도 반대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여론조사는 철수를 묻는 질문이지 감축에 대한 질문이 아니었기 때문에 현재 트럼프 행정부의 논쟁과는 거리가 있다. 또 미국인의 5%가 주한미군 철수를 강력 지지하고 있다는 사실과 30%가 의견이 없다는 사실, 그리고 응답율이 불분명하다는 것을 감안하면 그 다지 위안이 되는 조사도 아니다.

미국에서는 해마다 국방예산과 관련된 국방수권법(NDAA·National Defense Authorization Act)이라는 것을 하원과 상원에서 통과시킨다. 현재는 주한미군이 2만8500명 이하로 감축할 경우 의회의 승인을 받으라는 것이다. 당연한 것을 법으로 써 놨을 뿐이지 감축이나 철수를 금지하는 것은 아니다. 만약 미 국방부가 트럼프의 지시를 검토한다면 미 의회에 감축이나 철수의 당위성을 설명하고 비용을 설명해서 허락을 받으면 되는 일이다.

◇한·미 동맹 본질 훼손…미국 국방비 절감 도움 안돼
주한미군을 감축하거나 철수하지 말아야 할 이유는 너무나 많다. 먼저 북한의 비핵화 문제 해결에 한반도 안정이 필수적인데 이러한 안정을 해칠 우려가 있다. 미·중 간의 정치와 경제, 그리고 군사적 경쟁 상태가 지속되고 있는데 한반도에 변화를 주는 것도 현명한 일이 아니다. 아울러 한·미 동맹의 본질을 훼손하고 미국의 국방비 절감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설문 응답자의 22%가 철수를 지지하고, 30%는 잘 모르겠다고 하는 것은 미 국민의 국제 정세에 대한 감각 수준을 알 수 있다. 반면 한국에서는 미국의 안보 약속에 지나치게 의존하거나 앞서 언급한 이유를 들어 미군이 절대 철수할 일이 없다고 단언하고 ‘갈 테면 가라’고 감정을 앞세우는 태도다. 주한미군은 한·미의 국익을 위해서 주둔하고 있는 것이며, 한국이 언제든 철수시킬 수 있다.

다행인 것은 주한미군을 비롯해 한국에 근무했던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한·미 동맹의 가치와 중요성, 그리고 미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또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도 동의하고 있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과 그를 지지하는 약 30%의 미국인들은 해외 주둔 미군에 대한 유용성을 반대해 왔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철수를 강력 지지하는 5%에 들어간다는 것이다.

만약 미 국방부가 의회에 감축의 당위성을 설득하고 감축한다면 어떤 주한미군이 해당될까? 가장 용이한 것은 2개의 미 공군 비행단과 미 육군의 기동여단, 그리고 최악의 경우 회전익 항공여단이 가능하다. 비행단과 기동여단은 소위 순환 배치 부대로 6~9개월 마다 순환 교체된다. 한국에 근무하기 위해서 병력과 장비를 보충하고 종합훈련을 실시해 완벽한 전투준비를 해서 온다. 한국에 와 있는 기간 동안은 휴가도 보내지 않는다. 오로지 훈련만 하고 간다. 이들 부대가 감축의 대상이 되기 쉬운 이유는 이러한 준비 과정이 돈이 많이 든다는 것이다.

◇한국군 독자 군사력 키우고 한·미 동맹 끊임없이 노력

이들 부대가 감축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는 보다 큰 이유는 한국의 훈련 여건이다. 전차와 항공기의 사격과 기동훈련이 너무 어려워서 수준이 유지되지 않고 있다. 공격 헬기의 경우 조종사들이 한반도 외 지역에 가서 사격훈련을 하고 있다. 미 의회에서 이런 얘기를 들으면 어떻게 생각할지 염려되는 부분이다. 주한미군 감축을 제일 반대하는 사람은 주한미군 사령관이다. 자기의 전투력이 약화되는 것을 찬성할리가 없다.

이러한 논의에 방위비 분담금이 연관돼 있다. 하지만 그 이전에 그동안 사격장과 훈련장 주변에서 개인의 재산권을 침해 받았던 지역 주민의 요구사항에 귀를 기울이고 사격장과 훈련장의 훈련 여건을 개선해야 한다. 이는 미군뿐만 아니라 한국군의 훈련과 사격 여건도 크게 개선한다.

주한미군의 철수는 물론이고 감축도 쉽게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주한미군에 너무 의존하거나 주한미군을 업신여겨서도 안 된다. 주한미군이 있는 동안 한국군의 독자적인 군사 능력을 충실히 키우고, 국민은 안보의식을 튼튼히 해야 하며, 한·미 동맹을 지키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이 절실하다.

※ 외부 칼럼은 아시아투데이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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