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신당역 스토킹 살인 2년-上] “피해자는 회사 떠나고, 가해자는 남는다”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koreanwave.asiatoday.co.kr/kn/view.php?key=20240908010004937

글자크기

닫기

박세영 기자 | 박정빈·이도연 인턴 기자

승인 : 2024. 09. 14. 12:00

스토킹처벌법 개정 이후에도 계속되는 직장 내 성범죄
피해자에 휴가·재택 명령…'행위자 중심'으로 사건 처리
"법원 일관된 판단 필요, 수사기관 협업 체계 갖춰야"
916414960
/게티이미지뱅크
"멈출 것 같은 시간이 흘러 아이를 보낸 지 2년이 됐다.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을 계기로 스토킹 처벌법이 개정되고 피해자 보호 조치가 강화되고 있다지만 유사한 사건들이 계속해 발생하고 있다. 무거운 처벌만이 가해자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이고 유사범죄 예방을 할 수 있다고 믿는다. 예방 조치들이 빈틈없이 마련돼 위험한 상황에서 피해자를 온전히 보호할 수 있는 장치들이 잘 작동되길 바란다. 저희와 같은 아픔이 두 번 다시 생기지 말아야 한다."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 발생 2주기를 사흘 앞둔 지난 11일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에서 열린 심포지엄에 참석한 피해자 부친은 이같이 말했다. 피해자 유족이 사건에 대해 직접 입을 연 것은 이날이 처음이었다.

가해자 전주환은 2022년 9월 14일 신당역 여자 화장실에서 동료 여성 역무원 A씨(28)를 보복살해했다. 전주환은 살해에 앞서 2019년 11월부터 2년여간 A씨에게 350여 건의 문자메시지와 전화로 만남을 강요하고 영상 등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했다.

A씨는 전주환을 두 차례 고소했으나 경찰은 한 달간 신변 보호 조치만 실시했을 뿐, 잠정 조치나 스마트워치 지급 등 추가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고, 법원은 전주환에 대해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결국 A씨가 죽고나서야 전주환은 붙잡혀, 지난해 10월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 이후 법무부와 국회는 스토킹처벌법을 개정했다. 스토킹 신고 이후 벌어지는 2차 가해를 막기 위해 반의사 불벌죄 조항을 삭제하고 온라인 스토킹 유형을 추가했다. 피해자 국선변호사 지원 및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제도 등도 도입했다.

그럼에도 직장 내 스토킹 범죄 사례는 계속해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40대 남성 B씨는 직장 동료들과 회식을 한 뒤 만취한 부하 직원 20대 여성을 강제로 자신의 아파트에 데려와 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여성은 성추행을 피하기 위해 창문을 통해 탈출을 시도하다 추락해 사망했다. B씨는 준강제추행 혐의 등으로 최근 징역 6년이 확정됐다.

30대 직장인 C씨도 최근 상사 D씨의 부탁으로 동행한 출장길에서 "비공식으로 따라 가는 것이니 나와 한 방을 써야한다"는 문자를 받고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 C씨는 "남자친구에게는 말하지 말고 같이 가자"는 D씨의 메시지에 분노하며 회사에 해당 사실을 고발했다. C씨는 "D씨가 징계를 받긴 했지만 회사 내에서 이 사실을 알고있는 이들은 거의 없다. 작게 무마하기 위해 빨리 해결해 준 것"이라고 언성을 높였다.

서울여성노동자회가 발간하는 여성노동 전문 상담창구인 '평화의 통화' 상담사례집에 따르면 2023년 평등의전화 상담유형(전체 3037건) 중 직장 내 성희롱 피해에 대한 사내신고 절차를 진행하거나 사업주에게 신고한 사례는 49.7%로 50%에 육박했다. 신고했다가 성희롱 피해자가 불리한 처우를 받은 비율은 34.8%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작은 규모의 기업일수록 직장 내 성희롱 처리규정이 불분명하고 성희롱 행위자가 사장 또는 대표인 경우가 많아 사내 신고를 하더라도 처리가 더디거나 해결 의지가 없어 '행위자 중심'으로 사건이 처리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성범죄로 고발해도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가 유급 휴가 명령을 받거나 재택근무를 하는 경우가 많고, 분리·징계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결국 피해자가 회사를 떠나는 일도 여전히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성범죄 전문 이은의 변호사는 "직장 내 스토킹은 직장 내 괴롭힘의 연장선으로서 성희롱 등의 성범죄에 달리 사업주에게 반드시 분리조치할 것을 규정하고 있지 않다"며 "규모가 큰 회사의 경우 신고된 직장 내 괴롭힘이 사실로 확인되면 분리조치를 하는 '시늉'을 하긴 하는데 그렇지 않은 규모의 직장에선 이걸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조차 시작하지 않은 상태"라고 지적했다.

스토킹처벌법 개정 이후에도 2차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만큼 피해자 보호 조치 강화를 위해 수사기관 간의 협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당역 사건 피해자 측 법률대리인인 민고은 변호사는 "피해자 보호조치의 연속성이 필요해 경찰과 검찰의 업무협조가 필요한 상황이다. 지금은 법원 판단으로 가해자를 제재하는 보호조치가 결정되는데 판사마다 기준이 달라 법원에서도 일관된 판단이 필요하다"며 "가해자의 가석방 심사여부를 피해자에게 알려야 될 필요가 있다. 만약 가석방 심사 일정 등을 피해자가 알 수 있다면 그 과정에서 자신의 의견(진술)을 제시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세영 기자
박정빈·이도연 인턴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

댓글 작성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