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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노인이 노인 돌본다”…고령화 속 ‘노노(老老) 케어’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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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혁 기자

승인 : 2024. 10. 16. 23:51

16일 서울 관아구 노인복지시설, 중장년 복지사 대부분
복지시설 '노노케어' 가속…공감대 형성에도 젊은 인력 절실
노인복지기관 전자기기 교육
16일 서울시 관악구의 한 노인복지시설에서 한 강사가 어르신들께 전자기기 사용법을 강의하고 있다. /최민혁 기자
"직원 중 절반 이상이 50세 이상입니다. 생활 보조나 프로그램 보조를 담당하는 사회복지사 선생님들은 모두 50세 이상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16일 서울 관악구 A 노인복지시설에서 만난 김모 씨(55)는 "20~30대 젊은 사람들이 노인복지시설에서 일을 하지 않다 보니 정년퇴임한 이들이 이곳 시설의 과반수를 차지한다"며 "쉰 살을 넘긴 사회복지사들이 자신보다 고령의 어르신을 돌본다"고 말했다.

이날 찾은 A 노인복지시설은 오전 시간임에도 사회복지사와 노인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였다. 어르신들을 위한 전자기기 사용교육 현장에서도, 사교 댄스 프로그램 현장에서도 젊은 직원은 찾아볼 수 없었다.

사회복지사 박모 씨(50)는 "근무 강도에 비해 급여가 너무 적다고 생각해 젊은 사람들이 없다"며 "전체 직원 중 젊은 남자 직원이 한 명인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빨라지는 '초고령화 시계'의 여파로 복지시설에서 노인이 노인을 돌보는 '노노(老老) 케어' 현상이 가속화 하고 있다. 복지시설의 젊은층 유입이 줄면서 50세 이상의 사회복지사들이 돌봄 업무의 주축을 이루는 상황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상반기 지역별 고용조사'에 따르면 노인복지회관 등 비거주 복지시설 종사자 155만3000여 명 가운데 50세 이상 종사자는 전체 75.7%(117만5000여 명)로 집계됐다. 반면 30대 미만 취업자는 5%(8만2000여 명)에 그치면서 연령별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젊은 사회복지사들이 복지시설 근무를 기피하는 이유로는 복잡한 운영 체계와 불안정한 고용 환경이 꼽힌다. 소수인 복지시설 기본 운영 인력은 정규직이지만 다수인 추가 사업을 위한 인력은 주로 계약직 형태로 고용된다. 이 때문에 젊은층이 고용 안정성을 보장받지 못해 복지시설 취업을 꺼린다는 지적이다.

젊은층의 복지시설 취업 기피 현상이 지속되면서 노인이 노인을 돌보는 현상이 복지시설 전반에 걸쳐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회복지사의 나이가 점차 높아지면 그들이 복지대상자가 됐을 때 아무도 복지를 제공해줄 수 없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백승호 가톨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근무 강도에 비해 낮은 임금과 불안정한 고용 형태는 대표적인 취업 기피 이유"라며 "젊은 층 유입을 꾀하기 위해서는 근무 강도에 걸맞은 임금 체계 개편이나 고용형태 개선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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