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칼럼] 한미상호방위조약을 개정하라 : 농축 재처리 양해로는 안된다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koreanwave.asiatoday.co.kr/kn/view.php?key=20241117010008260

글자크기

닫기

 

승인 : 2024. 11. 17. 18:00

이정훈 전 동아일보 논설위원·이정훈TV 대표
clip20241028223251
1기 때도 그랬지만 트럼프는 확실히 다른 정책을 펼치려 한다. 주한미군 주둔비를 열 배 올려 연간 13조원(100억 달러)으로 하자는 것 등이 대표적인데, 이러한 인상이 반미-반트럼프 정서를 만드는 데 일조하고 있다. 13조원이 두려운가, 그렇다면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이 22대 총선 압승 소재로 이용했던 25만원의 민생회복 지원금을 생각해보자. 전국민에게 25만원을 주려면 13조원 가량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우리는 경기 진작을 위해 13조원 정도는 쓸 수 있는 나라이다. 그러나 헛되이 쓸 이유는 없다. 13조원을 풀었으면 20조원 이상을 벌어들이는 틀을 만들어야 한다. 트럼프 측의 주둔비 인상에 대해 '그렇다면 우리는 핵 재처리와 농축을 받아내자'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이는 핵무기를 갖자는 게 아니라 '공장'을 갖자는 요구이다. 1차적으로 우리는 북한과 세력균형 '능력'을 갖는 데 주력해야 한다.

일본은 미국과 합의해 롯카쇼무라에 농축과 재처리 공장을 지었다. 일본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보다 훨씬 큰 위성을 쏘는 H2와 H3 발사체도 제작하고 있다. 때문에 NPT(핵확산 금지조약) 같은 국제레짐을 지키면서도 '능력'으로 중·러와 세력균형을 잡는다. 우리는 이러한 공장이 없기에 북한과 세력균형을 잡지 못하고 있다. 미국에 많은 것을 의존하고 있는데, 주둔비를 올려준다면 이 틀을 깨버려야 한다.

9월 13일자 로동신문은 핵무기연구소를 현지지도한 김정은이 "보기만 해도 힘이 난다" "자만하지 말고 원심분리기 대수를 더 많이 늘이는 것과 함께 원심분리기의 개별 분리능(能)을 더욱 높이며 이미 완성 단계에 이른 새 형의 원심분리기 도입 사업도 계획대로 내밀어 무기급 핵물질 생산 토대를 더한층 강화해야 한다"라고 했다며 원심분리기 시설 앞에 있는 김정은 사진을 게재했다. 북한은 남포시 천리마구역의 천리마제강연합소 안에 '강선농축공장'으로 불리는 이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는 '한전원자력연료'란 회사를 통해 미국에서 수입한 농축우라늄을 가공해 원전용 핵연료만 생산하고 있다. 주둔비를 인상해준다면 이 회사에 원심분리기를 배치한 농축공장을 지을 수 있어야 한다.

북한은 영변에 재처리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2만여t의 사용후핵연료로 처리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려면 사용할 수 있는 것은 다시 사용해 폐기물을 크게 줄이는 재처리 공장을 지어야 한다. 우리는 일본만큼의 대우는 받아야 한다. 일본도 롯카쇼무라에 이 공장을 지을 때 미국에 많은 협조를 했다. 미국과의 협상은 복합적으로 해야 한다. NATO 회원국 중 핵무기가 없는 독일 등 5개국이 미국과 '핵공유협정'을 맺어 자국의 미국 기지에 미국 핵을 배치해 러시아와 세력균형을 잡고 있다는 데 다시 주목해야 한다. 미국은 우리와 핵공유협정을 맺으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의 결정으로 주한미군 기지에 미국의 전술핵을 재배치하는 것도 하지 않으려 하고 있다.

미국은 우리가 비핵화선언을 했다는 것을 근거로 핵은 한국에 배치하지 않고 핵협의그룹(NCG)만으로 북핵에 대처한다는 고집을 부리고 있다. 그렇다면 미국이 미국 핵을 한국에 배치하지 않고도 한국을 지키게 하는 안을 찾아내야 한다. 한미상호방위조약 개정을 그 방법으로 본다. 이 조약이나 부속 합의서에 북한이 핵으로 우리를 위협하면 미국은 자국 핵으로 한국을 방어한다는 조항을 넣는 것이다. NCG 같은 협의체로 북핵에 대응할 것이 아니라 문서로 대응하자는 것이다. 북한이 러시아와 상호군사지원이 들어간 동반자조약을 발효시켰다면 우리도 한미상호방위조약을 개정해야 한다.

북한의 파병으로 우리는 우크라이나에 집중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우크라이나가 승리한 상태로 전쟁이 끝나야 우리의 파이가 커진다는 것을 보아야 한다. 러시아가 승기를 잡고 정전한다면 김정은이 만세를 부를 것이다. 김정은이 웃는 최악의 날까지 고려한 안보 구도를 짠다면, 농축과 재처리공장 건설 양해와 함께 '미국 핵으로 한국을 방어한다'는 조항을 삽입하는 것으로 한미상호방위조약을 개정해야 한다.

'아메리칸 파이' 열창으로 바이든 정부의 주목을 받았던 윤석열 대통령은 하버드대를 방문해 "마음만 먹으면 우리는 1년 내 핵무장이 가능하다"고 기염을 토한 것을 잊지 말자. 트럼프와 재미있게 골프를 치고 우크라이나에 전투무기를 제공하겠다고 밝히는 것은 심심한 대응이기 때문이다. 그 이상의 발표가 있어야 한다. 폭풍군단 파병으로 주목을 끈 김정은에 윤 대통령은 어떻게 미국을 움직여 응수할 것인가.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

댓글 작성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