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서울 여의도 인근의 한 카페에서 열린 '국내주식시장 활성화를 위한 일반투자자 간담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병화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이사의 충실 의무를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기존 검토안에다 '총주주 이익 보호 의무' 조항까지 추가해 재계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런 내용으로 상법이 개정되면 이사를 상대로 한 소송이 남발되고, 해외 투기자본의 경영권 공격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기업의 장기성장을 가로막는 이런 상법 개정 추진을 즉각 중단하길 바란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20일 "상법 개정안을 (이번 정기국회 내) 반드시 처리하겠다"고 거듭 밝혔다. 국회 본회의가 예정된 다음 달 2일 또는 10일 처리를 목표로 하되, 내년 정부예산 결정 과정과 연동해 다소 늦출 수 있다는 게 민주당의 방침이다. 이정문 민주당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19일 상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이사는 회사 및 주주를 위하여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사회의 충실 의무를 회사에서 주주로까지 확대한 것이다. 여기에다 '이사는 그 직무를 수행하는 데 총주주의 이익을 보호해야 하고,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개념조차 모호한 '총주주 보호 의무'를 추가한 것이다. 그 외 이사회 구성의 다양화, 이사 선임 과정에서 집중투표제 도입, 분리선출 감사위원 이사 수 확대, 전자 주주총회 방식 도입 등도 담았다.
이들 조항은 기업 이사들이 지배 주주를 위해 기업분할 등 일반 주주에게 불리한 결정을 할 경우 손해배상을 청구할 근거가 될 것이라는 게 야당의 주장이다. 일견 그럴듯해 보이지만 더 많은 부작용을 초래한다는 게 문제다. 재계는 민주당의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기업경영이 크게 위축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대규모 투자나 인수합병(M&A)을 시도했다가 주가가 하락할 경우 소액주주들이 이사 등 경영진을 상대로 소송을 남발할 소지가 매우 크다. 이 때문에 경영진은 기업의 장기성장보다 단기 주가관리에만 치중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우리 기업들이 단기 시세차익을 노리는 행동주의 펀드 등 해외 투기자본의 먹잇감으로 전락하기 쉽다. 한국경제인협회, 대한상의, 경총 등 경제8단체가 민주당의 상법 개정 추진을 두고 "해외 투자자본의 먹튀 조장법"이라고 반발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소액주주 권익증진을 위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장치 마련은 필요하다. 그렇다고 해도 '주주의 유한책임과 이사회에 광범위한 재량권을 허용하는' 주식회사 제도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상법 개정은 오히려 개악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기업투자를 위축시키고 경영권을 불안하게 만드는데 어떻게 소액주주들의 이익이 커질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