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우 감독과 세 번째 호흡…"내 안의 다른 모습 끄집어내"
다양한 캐릭터 소화의 원동력? "실패 두려워말고 도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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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을 하루 앞둔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조여정은 "바로 이전 영화인 '기생충'에서도 아무도 모르는 지하실이 등장하지 않나? '히든 페이스'에서 제가 밀실에 갇혀 울부짖는 장면을 본 지인이 제게 '기생충'의 업보를 치르고 있다 말하길래 무릎을 쳤다"며 미소지었다.
본의 아니게 갇힌 비밀의 공간에서 화려한 의상에 굽 높은 구두를 신고 상대역 없이 홀로 몸부림치며 분노와 질투를 쏟아내는 연기는 촬영 시작전 걱정했던대로 쉽지 않았다. 촬영이 끝나고 나니 몸 곳곳에 멍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더 어려운 건 극중 '수연'이란 인물의 해석이었다. 타인의 기분은 전혀 신경쓰지 않고 소유욕과 사랑을 동일시하며 상대가 원하는 걸 영리하게 파악하는 '수연'은 영화를 통해서나 접할 수 있는 캐릭터이므로, 현실감을 불어넣는 게 관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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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혼자였다면 솔직히 엄두조차 못 냈을 연기였지만, 연출자인 김대우 감독과 함께 출연한 송승헌·박지현이 곁에 있어 해 낼 수 있었다. 김 감독과는 조여정 배우 인생의 변곡점이었던 '방자전'과 '인간중독'에 이어 세 번째로 호흡을 맞춘 사이인데다, 송승헌은 '인간중독' 이후 10년만에 재회해 여러 모로 마음이 편한 촬영장이었다. 또 처음 만난 박지현은 연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잘하네! 난 저 나이 때 뭐했나'란 감탄사를 절로 쏟아냈을 만큼 기분 좋은 자극을 안겨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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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어떤 영화에 출연하고 싶은지 등 향후 계획을 묻는 질문에 늘 드리는 답이 있어요. '계획 없음' 입니다. 저희는 선택 받는 처지이므로 미리 계획을 세울 수가 없어요. 김 감독님처럼 저도 모르는 저 만의 또 다른 모습을 끄집어낼 줄 아는 분들의 부름에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세로 그저 따라가는 게 계획이라면 계획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