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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 권리 옹호 ‘무지개 시계’ 압수했던 말레이 정부 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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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승인 : 2024. 11. 26.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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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당국이 지난해 5월 성소수자 권익을 옹호하는 무지개와 LGBT란 문구가 포함됐단 이유로 압수한 스위스 시계 제조업체 스와치의 '프라이드 컬렉션'./사진=스와치 홈페이지 캡쳐
LGBTQ(성소수자) 권리를 상징하는 스위스 시계 기업 스와치의 '레인보우 시계'를 압수한 말레이시아 정부가 패소했다.

26일(현지시간) 채널뉴스아시아(CNA)와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고등법원은 전날 말레이시아 내무부의 스와치 레인보우 시계 압수는 불법이라며 14일 이내 압수한 6만4795링깃(약 2045만원) 상당의 시계 172점을 반환하라 판결했다.

재판부는 내무부가 지난해 스와치 매장을 급습해 해당 컬렉션의 시계를 압수한 것은 "영장 없이 이뤄졌기 때문에 불법"이라 판단했다. 또 내무부가 시계를 압수한 후에야 금지 조치를 취했다며 "이는 스와치가 압수 당시 어떠한 법률도 위반하지 않았음을 의미하는 것"이라 지적했다.

재판부는 다만 스와치가 청구한 6만4795링깃의 손해배상금에 대해선 인정하지 않았다. 현지 매체는 "압수 과정에서 시계가 손상됐다는 것이 판명될 경우 나중에 손해배상금을 청구할 수 있을 것"이라 보도했다.
법원의 판결 이후 사이푸딘 나수티온 내무부 장관은 "법원이 결정을 내렸다면 내무부는 이를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항소 여부에 대해선 "아직 결정하기엔 이르다"고 덧붙였다.

앞서 말레이시아 당국은 지난해 5월 현지의 11개 쇼핑몰에서 스와치의 프라이드 컬렉션 레인보우 시계 172점을 압수했다. 시계 문자판에 성소수자를 의미하는 LGBTQ가 새겨져 있다는 이유에서다. 스와치가 출시한 이 시계 컬렉션은 무지개의 7개 색상 대신 성소수자들을 상징하는 프라이드 깃발을 본따 6개 색상으로 출시됐다.

말레이시아 정부의 시계 압수 이후 스와치는 같은 해 7월 해당 시계들이 "어떤 식으로든 공공질서를 해치거나 법률을 위반한 것이 없다"며 시계 반환과 손해 배상 소송을 청구했다.

소송 청구 이후 말레이시아 정부는 같은 해 8월 스와치 시계를 생산·수입·유통·보유해서는 안 된다며 위반 시 징역 3년 형과 2만 링깃(630만원)의 벌금에 처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성소수자의 권리를 옹호하는 해당 시계 컬렉션에 대해 "도덕적으로 해로울 수 있는 요소의 확산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시 스와치 측에선 최고경영자(CEO)가 나서서 해당 조치에 대해 "무지개 색상을 사용하고 평화와 사랑의 메시지를 담은 시계 컬렉션이 어떻게 해로울 수 있다는 것인지 심히 우려스럽다"며 "말레이 하늘에 일 년에 수천 번씩 나타나는 무지개는 당국이 어떻게 압수할지 궁금하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슬람국가인 말레이시아에선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에 따라 동성애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처벌한다. 최근 말레이시아에선 동성애를 비롯한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편협함이 커지고 있어 인권단체와 활동가들도 우려를 표하고 있다.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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