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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말 가족과 함께 전북 군산의 근대역사거리로 여행을 갔었다. 박물관을 비롯한 근대건축물과 일본식 주택,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의 배경인 '초원사진관'과 '마리서사'라는 책방 및 갤러리, 다양한 체험공방과 맛집이 밀집해 있는 근대역사거리는 천천히 걸으며 여행하기 좋은 곳이다.
그런데 군산 근대역사거리의 한 골목이 지난 10월 17일부터 한 달간 '맥심골목'으로 변신했다. 로컬상점 5곳을 포함해 골목 하나를 통째로 '맥심 커피' 관련 테마로 채웠다. 골목을 브랜드 팝업스토어로 운영하는 것도 기발하고, 골목 곳곳에 자리 잡은 커피 관련 문화콘텐츠도 참신해서 신나게 맥심골목을 돌아다녔다. 식품회사의 마케팅 활동으로 만들어진 '맥심골목'은 근대역사거리의 분위기와 어우러져 제품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자연스럽게 드러내었지만, 필자에게는 도시재생 지역인 월명동 골목 일대를 사람들로 북적이게 만드는 새로운 형태의 지역활성화 사업으로 느껴졌다.
군산의 원도심인 월명동과 영화동 일대는 한때 주민들이 빠져나가고 상점의 폐업이 이어지는 도시쇠퇴지역이었다. 그러나 예술가들과 주민, 행정이 힘을 합친 지속적인 문화적 도시재생을 통해 다시 활기를 띠고 있는 곳으로 변모하였다. 게스트하우스가 들어서고, 갤러리가 생기고, 서점이 자리를 잡고, 거리를 근대적인 분위기로 디자인하면서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군산 근대역사거리만의 독특한 정체성이 만들어지면서 성공적인 도시재생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
비슷한 사례가 부산 영도에도 있다. 몇 년 전부터 영도에 젊은 여행자들이 몰려들고 있다. 폐선박과 바지선이 몰려있고 낡은 대형 창고가 줄지어 서 있는 봉래동 일대가 커피거리로 변모하였다. 젊은 디자이너 커플이 '무명일기'를 만든 것을 계기로 '모모스 커피' '피아크' 등 특색 있는 카페가 자리를 잡고, '삼진어묵'이 '어묵베이커리'를 만들면서 전국에서 다양한 여행객이 영도의 독특한 분위기를 느끼기 위해 몰려들었다. 그리고 영도문화도시센터의 열정적인 활약으로 젊은 문화기획자들과 예술가들이 영도에 자리 잡기 시작하였다.
군산과 영도의 사례에서 보듯이 쇠퇴한 원도심의 매력을 발견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찾은 것은 젊은 예술가들이었다. 예술가들과 주민들이 힘을 합쳐 돌파구를 만들면, 행정이 나서서 '도시재생사업'을 비롯해서 다양한 공공사업으로 길을 닦아주고, 도시재생이 성공의 가능성을 보여주면 기업도 자신들의 힘을 보태서 새로운 사업모델을 만들어낸다.
원도심 도시재생의 성공을 위해서는 '문화예술'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해외의 다양한 사례와 국내의 사례에서 증명이 된 것이다. 그렇다면 국내의 원도심 도시재생을 추진하는 지자체에서는 무엇을 하여야 하는가? 우선 예술가들을 초대하여야 한다. 그들이 원도심 지역에서 매력을 찾아서 돌파구를 만들 수 있도록 판을 깔아주어야 한다. 지금의 도시재생 사업은 매뉴얼이 정해진 천편일률적인 사업이 되어버렸다. 이제는 그 지역만의 독특한 문화를 보여주는 곳을 사람들이 찾아가는 시대이다. 예술가들의 상상력과 창조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문화실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