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보장법안 표결 없이 강행에
연정 파트너 RN 등 즉각 반발
정부 불신임 붕괴땐 1962년 이후 첫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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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2일(현지시간) 바르니에 총리가 사회보장법안을 의회 표결 없이 강행한 데 대해 연정을 구성하고 있는 좌파연합과 극우 국민연합(RN)이 즉각 반발, 내각 불신임안을 제출한데 따른 것이다.
중도우파 베테랑 정치인인 바르니에 총리가 조기 총선 이후 킹메이커 역할을 해온 RN의 지도자 마린 르펜의 지지를 얻지 못해 예산안 통과에 필요한 표를 확보하지 못한 것이 화근이 됐다.
내각 불신임투표는 4일 실시될 가능성이 크며 RN과 좌파연합은 바르니에 총리를 축출하기에 충분한 표를 확보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정부 붕괴 가능성과 연말까지 예산안이 통과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로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으며, 작년 6월~7월 실시된 조기 총선 이후 과반의석을 차지한 정당이 나오지 않으면서 시작된 정국 혼란이 심화하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9월 RN과 좌파의 반대를 무릅쓰고 바르니에 총리 임명을 강행했다. 이번 주 총리 불신임으로 정부가 붕괴될 경우 1962년 이후 처음으로 불신임 투표로 퇴진한 정부로 기록된다.
마크롱 대통령은 대통령직을 유지할 수 있지만 헌법이 정한 12월21일 예산안 최종기한을 불과 몇 주 앞두고 새 총리를 임명해야 한다. 이럴 경우 정국은 전례 없는 혼란으로 소용돌이 칠 가능성이 크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내년 1월20일 취임을 눈앞에 두고 프랑스 정부가 붕괴할 경우 유럽의 중심부에 큰 공백이 생기고, 마크롱 대통령은 위기를 맞게 된다.
바르니에 총리의 소수 정부는 생존을 위해 RN의 지지에 의존해 왔는데 프랑스의 급증하는 재정 적자를 억제하기 위해 600억 유로(약 88조원) 규모의 세금 인상과 지출 삭감을 포함한 예산안을 놓고 RN과의 연대가 깨졌다.
불신임 투표가 통과될 경우 바르니에 총리는 사퇴해야 하지만, 마크롱 대통령이 새 총리를 찾을 때까지 일상적 업무를 그대로 맡길 가능성도 있다.
마크롱 대통령이 정치적 편향성이 없는 기술관료 정부를 구성해 불신임 투표를 회피하는 전략을 쓸 수 있다고 로이터는 분석했다. 하지만 프랑스 헌법상 조기 총선은 7월 이전에는 불가능하다.
의회가 법정시한까지 예산안을 통과시키지 않으면, 임시 정부는 헌법상의 권한을 통해 조례로 예산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 이럴 경우 야당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따라서 임시 정부가 긴급특별법안을 제안해 올해의 지출 한도와 세제 규정을 그대로 연장할 가능성이 더 크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바르니에 총리가 추진한 긴축 조치는 무산된다.
프랑스는 현재 재정 상황이 그리스, 스페인, 이탈리아보다 더 악화됐다. 지난해 5.5%였던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 적자가 올해 6.1%로 급등했고, 부채는 3조2000억 유로(약 4711조원)를 넘어 GDP의 112% 이상으로 폭증했다.
유럽연합(EU) 규정에 따르면 회원국은 재정 건전성을 유지해야 하며, 부채를 GDP의 60% 이내로 제한하고 정부 지출이 수입을 3% 이상 초과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 때문에 바르니에 총리는 2025년까지 600억 유로의 절감을 목표로 한 긴축 예산안을 통과시키려고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