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직접 방문한 미국 뉴욕 페달포인트 사무실은 허드슨강 전경을 바라볼 수 있는 빌딩에 위치해 있었다. 페달포인트는 고려아연의 미국 자회사다. 일각에서 유령회사라고 주장한 것과 달리 열댓 명의 직원들이 출근해 일하는 중이었으며, 이들은 페달포인트 및 산하의 이그니오, 에브테라 소속이었다.
한국 산업계 가장 뜨거운 이슈인 고려아연 사태, 그중에서도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이그니오의 현장에 막상 와보니 한국과는 다른 이유로 분주함이 느껴졌다. 그 답은 마크 포프 페달포인트 CEO에게서 찾을 수 있었다. 한국에서 일어나는 사태도 중요하지만 일단 미국에 온 이상, 현지에서 성공하고 고려아연의 계획인 동 15만톤 생산에 일조할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하는 게 더 시급하다는 것이다. 고려아연은 왜 이런 계획을 세웠을까.
자원순환은 전 세계적인 이슈다. 유엔은 리튬, 니켈, 코발트, 구리 같은 주요 원광물이 잘 순환돼야 하고 이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이같은 흐름과 함께 지속적으로 강조되는 개념이 '도시광산'이다. 도시광산은 사회 내에서 버려진 폐기물 속 희귀 금속을 비축하는 것이다.
고려아연의 신사업을 이해하자면 국제적인 추세에 발맞춰 광산보다 더 경제적인 도시광산에서 금속을 추출하는 게 골자인 셈이다. 여기에 이그니오가 활용되는 것이다. 이그니오 뿐 아니라 원자재를 조달하는 캐터맨 인수, 선별작업의 로보원 투자 등 자원순환 사업은 정교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가장 중요한 건 많은 돈을 들인 만큼 반드시 이 사업을 고려아연의 성장으로 연결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투자 성패 여부는 2028년에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때까지 100% 재활용 원료를 활용해 동 생산을 현재의 4배 가까이 늘린다고 했으니, 그때 가서 결과와 과정을 점검해야 한다.
궁금한 점은 지금 이런 상황에서 신사업이 안정적으로 진행될지 여부다. 신사업을 준비하지 않는 기업에 미래가 있을까. 산업계에서는 투자 실패로 사라진 기업보다, 변화하는 사회상에 발맞추지 못해 없어지는 기업들을 더 많이 볼 수 있다.
내년 초에는 지금 고려아연 사태가 최소 1차적으로는 일단락 될 것으로 보인다. 누가 이겨도 생채기가 남을 분쟁이지만, 적어도 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여지만은 반드시 남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