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원유 감산 협력’ 지렛대로 중동 지역 영향력 넓혀가는 러 푸틴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koreanwave.asiatoday.co.kr/kn/view.php?key=20180306010002217

글자크기

닫기

김지수 기자

승인 : 2018. 03. 06. 15:00

President Putin attend...
사진출처=/TASS, 연합
추락하는 유가를 견인하기 위한 감산 합의로 시작된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의 관계가 점차 러시아의 중동 지역 영향력 확대의 지렛대 역할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미국 경제 매체 CNBC의 5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가 사우디를 필두로 한 석유수출국기구(오펙·OPEC)와의 관계 강화를 통해 중동지역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일부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중동 지역 여러 세력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점을 들어, 이스라엘·이란·시리아·하마스·헤즈볼라까지 여러 세력이 뒤엉켜 있는 복잡한 중동 정세의 해결사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은 러시아 밖에 없다고까지 이야기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시리아 사태에서도 영향력이 미미하게 나타날 뿐만 아니라 이란과도 핵협상 폐기 논란으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게다가 러시아가 사우디와 손잡고 유가 하락을 막기 위해 원유 감산에 나선 반면, 미국은 여전히 하루 1000만 배럴 이상의 원유를 쏟아내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RBC캐피털 마케츠의 헬리마 크로프트 원자재 전략 부문 대표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매우 영리한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생각된다”면서 “원유에 있어서 지금은 손해를 보더라도 러시아가 오펙에 영향력을 행사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기회를 푸틴은 잘 이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푸틴은 이를 러시아의 중동 영향력을 확장하기 위한 레버리지(지렛대)로 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지타운대학교 안젤라 스텐트 교수는 사우디가 러시아와의 관계를 강화하는 것은 러시아를 이란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존재로 보고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사우디가 러시아와 가까이 지내는 것은 지정학적 원인에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우디를 찾고 양국 관계를 과시했지만, 사우디는 중동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느슨해진 틈을 러시아가 대체하고 있다는 점을 깨닫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크로프트 대표는 미국이 중동 지역 정책을 바꾸면서 중동 지역에 큰 공백이 생겼다면서 “이란 정책이나 시리아 사태에 있어 중동 사람들은 미국이 이러한 문제 해결에 충실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가운데 러시아인들이 나타난 것이다. 러시아는 (미국에 비해) 중동지역과 훨씬 많은 상호작용을 하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크로프트는 “현재 러시아와 사우디 간의 관계는 ‘기름보다 더 두꺼워지고 있다’”며 “사우디는 러시아에게 자신들이 (사우디의 중동 라이벌인) 이란보다 더 나은 중동 지역 파트너임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지 W.부시(아들 부시) 정권부터 감소해오던 미국의 중동 지역 영향력은 특히 지난 5년간 크게 약화됐다. 스텐트 교수는 “버락 오바마 미 정부 하에서 확실히 (중동 영향력이) 감소했다”며 오바마 대통령이 2013년 “시리아가 화학무기를 사용하며 레드라인을 넘는다면 미국은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해놓고는 결국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반면 러시아와 사우디 간의 파트너십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사우디의 국영 에너지 기업인 사우디 아람코가 러시아의 북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사업에 참여하는가 하면, 러시아직접투자기금(RDIF)이 사우디 아람코의 기업공개(IPO)시 투자에 나설 계획이다.

사우디 수도 리디아에 위치한 걸프 리서치 센터의 존 스파키아나키스 경제 리서치 국장은 “에너지 분야의 전략적 동맹이 다른 분야로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들(사우디와 러시아)는 과거의 군사적 문제, 군사장비 구입 문제 등을 논의하고, 러시아 투자를 이야기 하고 있다. 양국 관계는 순수하게 에너지와 관련된 관계가 결코 아니며, 에너지 개혁에서 시작된 전략적이고 정치적 관계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통적인 친미 국가였던 사우디는 여전히 미국과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왕위계승 1순위인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는 이달 말 미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그러나 사우디는 러시아와의 관계를 통해 외교 노선을 다각화 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스텐트 교수는 “내 생각에 이것은 리스크 분산 전략”이라면서 시리아에 군사 기지를 세우려는 이란에 대한 사우디와 이스라엘 등 중동 국가들의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사우디는 러시아가 이란의 행동을 통제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가능성을 보고 러시아와의 친밀도를 높여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지수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