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흐무트 집중공세 러시아, 탄약부족과 내분으로 '삐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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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밤 연설에서 군 수뇌부들이 바흐무트 방어 작전을 지속하고 이 지역의 태세를 강화하는 데 만장일치로 동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총사령관에게 바흐무트에서 우리 군을 도울 적절한 병력을 찾도록 지시했다"고 부연했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도 AP통신에 "바흐무트 지역 내 우크라이나군들은 적군에 반격을 가하고 있으며, 수만명의 군인들을 훈련시키는 등 태세를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바흐무트는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의 주요 도시인 크라마토르스크와 슬라뱐스크로 진격할 수 있는 요충지로, 러시아는 지난해 7월부터 8개월 넘게 이곳에 집중공세를 퍼붓고 있다. 특히 러시아 용병기업 와그너그룹의 주도 아래 도시 3면에서 압박을 가하면서 도시 대부분이 파괴됐으며 사상자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 3일 와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바흐무트를 사실상 포위했다고 주장하며 우크라이나군에 철수를 요구하기도 했다. 또 이날 미국 전쟁연구소(ISW)는 바흐무트 동부에서 우크라이나군이 단계적 철수를 시작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바흐무트에서 고전하면서 우크라이나 내부에서도 바흐무트를 포기하고 방어가 용이한 다른 전선으로 후퇴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더 유리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바흐무트는 전략적 가치보다는 상징적 가치가 큰 지역으로, 큰 손실을 감수하면서 방어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선 바흐무트 철수설을 부인하면서 이 같은 주장을 일축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우크라이나군이 바흐무트에서 승기를 잡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는 점도 젤렌스키 대통령의 결단을 뒷받침했다.
이날 CNN은 NATO(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관계자를 인용해 바흐무트에서 전사한 군인의 수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보다 5배 많다고 보도했다.
ISW도 "우크라이나군이 제한적인 전투 철수를 하면서 진격하는 러시아군에게서 많은 사상자를 끌어내고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ISW는 "우크라이나군의 바흐무트 방어가 러시아 인력과 장비를 계속 소진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우크라이나 병력이 지나친 손실을 보지만 않는다면 전략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진단했다.
러시아로서도 딜레마에 빠졌다. 예상과 달리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내지 못한 채 전쟁 1년을 맞이한 러시아는 바흐무트 점령을 통해 사기 진작을 꾀하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에게도 마찬가지로 바흐무트 점령이 전략적으로 큰 가치가 없고, 고질적인 병력·물자 부족을 심화할 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설상가상으로 와그너그룹과 러시아군의 사이가 벌어지면서 내분 리스크까지 지게 됐다. 프리고진은 러시아 국방부가 자신에 대한 반감을 이유로 탄약 등 물자를 제때 지원하지 않고 있다고 연일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이날 프리고진은 자신이 탄약부족 문제를 지적한 이후 군사작전 본부에 와그너그룹 대표의 출입이 금지됐다고 밝혔다. 그는 앞서 자신의 부대가 탄약을 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와그너그룹이 바흐무트에서 퇴각한다면 전선이 붕괴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