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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위협·욕설에 무방비 노출된 프랑스 의료업계 종사자들

폭력·위협·욕설에 무방비 노출된 프랑스 의료업계 종사자들

기사승인 2023. 05. 24.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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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 랭스서 정신질환자에 의한 간호사 사망사고 발생해 충격
간호사
22일 프랑스 랭스 종합병원에서 탈의실에 있던 간호사와 사무직 직원이 정신질환자의 칼에 찔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번 사고로 폭력에 노출된 프랑스 의료업계의 실상이 논란이 되고 있다./사진=픽사베이
인력난을 겪고 있는 프랑스 의료업계가 폭력·위협·욕설로 인한 고충을 토로했다. 프랑스 의료업계 종사자들의 근무 환경이 논란이 된 것은 23일(현지시간) 프랑스 동부 랭스의 한 종합병원에서 일어난 비극 때문이다.

웨스트프랑스 보도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전 병원에서 근무 중이던 간호사 카렌 메지노(38)와 사무직 직원이 정신질환자(59)가 휘두른 칼에 찔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 두 명은 탈의실에서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무직 직원은 상해를 입고 병원에 입원했으며, 칼에 여러 차례 찔린 간호사는 결국 사고 다음 날 안타깝게도 사망했다.

피의자는 범행 직후 체포돼 랭스 경찰서에 구금돼 있다. 랭스 소속 검사는 "피의자는 범행을 저지른 병원에 진료나 면회 등 방문 이유가 전혀 없었던 점으로 미뤄보아 명확한 범행 동기가 없다"고 밝혔다. 피의자는 이미 지난해 6월에도 자신이 저지른 폭력 사건에 대해 한 차례 면책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간호사가 사망한 이후 검사는 피의자가 면책받은 폭력 사건을 '살인미수' 사건으로 재분류하겠다고 발표했다.

사건이 일어난 22일 프랑스병원협회는 "이번 공격은 최근 몇 년간 공립병원에서 숱하게 일어나고 있는 폭력 사건 중 일부분"이라고 밝혔다. 2021년 기준 국립의료계폭력감시기구에 사건을 신고한 의료업계 종사자는 총 1만7756명으로, 이 중 절반(46.7%)은 흉기로 위협을 받았거나 신체적 폭력을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외 욕설(32.1%), 협박(18.3%)으로 고통을 받은 사례가 뒤를 이었다.

베로니크 페세 국립의료계폭력감시기구 부회장은 "의료업계 종사자가 우리에게 신고할 때는 정말로 심각한 상황일 때"라며 "간호사들은 가벼운 문제로 우리에게 신고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병원에서 특히 폭력에 많이 노출된 장소는 정신과(22.2%)였고, 다음으로는 장기보호시설이나 요양원(12.5%), 응급실(12.2%)이 뒤따랐다. 전체 신고 건수 중 21%는 정신질환이나 신경질환을 앓는 환자와 직접적 연관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파리의 한 정신병원에서 일하는 브루노는 "정신질환 환자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언제든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인력이 충분할 땐 그 환자를 진정시킬 수 있다"며 인력난을 겪고 있는 현 프랑스 의료계의 실상을 토로했다.

23일 파리에서 열린 건강 엑스포에 참석한 프랑수아 브라운 보건부 장관은 "차마 입 밖으로 꺼낼 수도 없는 공격이다"라며 "신속하게 필요한 조처를 하겠다"라고 밝혔다. 브라운 장관은 전날 저녁 의료계에 지역 병원과 경찰·군인·시청·검사·법원 등을 연결하는 등 조금 더 구체적이고 강력한 보안 조치를 취하겠다고 발표했다.

한편 프랑스 의료계는 숨진 간호사, 카렌 메지노를 추모하기 위해 모든 병원에서 24일 정오에 1분 동안 묵념할 것을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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