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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기 전 고려대 교수 |
북한은 지난 16~18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8차 전원회의 확대회의를 개최했다. 당 전원회의는 당대회와 당대회 사이에 당의 모든 사업을 조직·지도하기 위해 통상 1년에 1~2차례 열린다. 지난 2월에 이어 상반기에만 2차례 전원회의가 열리고, 회의에 참석한 김정은이 연설하지 않는 것도 매우 이례적 회의였다. 회의 결과에서 '군사정찰위성 발사(5월 31일) 실패를 군사전략 사업의 엄중한 결함' 실토와 천안함 폭침 주역인 김영철의 당정치국 복귀가 주목된다. 이는 먹는 문제 해결보다 핵·미사일 개발에 집중한다는 의미다. 식량난 때문에 평양에서도 아사자가 발생했다는 암울한 소식도 들린다. 이런 암울한 현실을 외면하는 근원에는 잘못된 북한제도(=체제) 때문이다.
1957년 11월 김일성은 협동농장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협동농장이 '쌀밥과 고깃국, 비단옷과 기와집'의 지상낙원(?)을 만들어 줄 것처럼 선전·선동했다. 그리고 이듬해 8월 농업 협동화와 함께 개인 상공업 및 수공업의 협동화도 완성한 후 '사회주의의 완전 승리'를 천명했다. 협동화의 효과는 몇 년 동안만 나타났다. 이후 '굶주림', '헐벗음', '움막집'의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 이런 참상은 사회주의 때문이다. 이들은 잘못된 제도(institution)가 만든 비극들이다.
제도는 포용적 제도(inclusive institution)와 착취적 제도(extractive institution)로 구분할 수 있다. 포용적 제도는 국민 모두를 끌어안는 제도로 발전과 번영(풍요)의 근원이며, 착취적 제도는 지배층만을 위한 제도로 정체와 빈곤(기아)을 낳는다. 대표적 포용적 제도는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시장경제이며, 착취적 제도는 전체주의와 사회주의 계획경제다. 이는 자본주의는 '(노동의) 성과를 착취'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주의가 '(노동의) 성과를 착취하는' 제도라는 사실을 확인시켜 준다. 마르크스는 '노동착취'의 번지수를 잘못 찾았다.
포용적 제도와 착취적 제도를 가르는 기준은 제도에 인류의 보편적 가치의 존재 여부다. 보편적 가치는 자유, 민주, 평등, 인권 등이다. 이 중 자유가 가장 소중한 가치다. 자유는 민주를 포용하고, 평등을 확장하고, 인권을 신장시키는 핵심 가치이기 때문이다. 자유가 발전과 번영(풍요)의 동인이었다는 사실은 역사가 입증해 준다. 이는 1인당 GDP에서 확인된다. 즉 B.C. 1만5000년 수렵·채취 시절의 1인당 GDP는 90달러, B.C. 1000년 고대 그리스는 150달러, 1750년 1인당 세계GDP는 약 180달러에 불과했다. 그러나 2000년의 1인당 세계 GDP는 6600달러에 도달했다. 지난 250년 동안 경이적 번영(풍요)을 가져온 동인은 자유가 불러온 창조적 파괴가 가능한 산업혁명이 진전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자유기반 제도인가, 아닌가가 만들어 낸 현격한 차이는 한반도 야경 사진에서도 확인되었다. 즉 한밤중 한반도의 북쪽은 암흑천지이지만 남쪽은 눈부시게 빛나는 모습이 이를 입증해 준다.
한편 독재자가 착취적 제도를 고집하는 것은 빈곤(기아)을 벗어날 길을 몰라서가 아니라 자유 기반 포용적 제도가 자져 올 자유의 바람이 두렵기 때문이다. 자유는 경제적 번영의 동인이며, 경제적 번영은 정치적 독점(=독재체제)을 와해시키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근원이다. 독재자는 자유가 경제적 번영뿐만 아니라 정치권력도 재분배한다는 점을 누구보다도 잘 안다. 그래서 독재자는 주민의 힘을 키워줄 어떤 제도 도입에도 반대하고, 주민 통제가 용이한 착취적 제도를 더 선호하게 된다. 이처럼 독재자는 '빵보다 총'을 우선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다.
북한경제는 소국경제(small economy)다. 소국경제에서 핵·미사일을 개발한다는 것은 식량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 즉 체제 보위의 핵·미사일이 주민의 식량을 착취했다는 의미다. 2013년 김정은은 '핵·경제병진 발전정책'을 천명했다. 이는 식량난 해결보다 핵·미사일 개발에 국가 역량을 강화한다는 의미다. 이처럼 핵·미사일 개발에 집착하는 모습은 착취적 제도가 아주 잘 작동되고 있다는 증거다. 결코 착취적 제도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결기를 보여주었다. 최근 핵무기폐기국제운동(ICAN)은 북한이 2022년 핵 개발에 지출한 자금이 5억 8900억 달러(약 7500억 원)로 추산했다. 또한 천리마 1형 발사와 수발의 예비 로켓 제조 비용이 2조원 정도로 추산된다. 이 정도 금액이면 북한 주민이 굶주림에서 벗어날 만큼 쌀을 수입하고도 남는 액수다. 결국 김정은은 세습독재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주민을 볼모로 한 불꽃놀이에 국력을 탕진하고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다.
북한의 착취적 제도는 분명 잘못된 제도다. 따라서 북한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포용적 제도를 정착시켜야 한다. 그러나 북한주민들은 착취제도 틀 속에 살고 있다는 현실을 잘 모른다. 물론 김정은은 온갖 감언이설로 주민의 불만과 보이지 않는 저항을 무마하고 있다. 또한 반미와 반일 몰이로 체제에 대한 불만을 외부 세계로 전가하기도 한다. 그러나 3대 세습독재를 지탱한 제도가 사라지는 것은 북한주민을 위한 최선의 제도다. 따라서 북한제도의 레짐 체인지(regime change)가 절실한 대목이다.
레짐 체인지의 절대적 필요성을 북한주민들에게 알려주어야 한다. 바로 북한 정보화다. 정보화는 북한에 포용적 제도 안착의 토대를 제공해 준다. 이런 점에서 정보화는 적극적으로 시행할 가치가 있다. 반면 김정은이 외부정보에 대해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인다. 정보화가 3대 세습독재 붕괴의 트리거로 작동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에 외부정보 유입을 거부한다. 이처럼 정보화의 선(善)한 파급력은 매우 위력적이다. 정보화는 북한 주민이 깨어나도록 하는 묘약이다. 정부의 결단이 절실히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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