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총무원장 상진스님 “태고종 달라졌단 칭찬, 경책으로 여겨”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koreanwave.asiatoday.co.kr/kn/view.php?key=20240108010004286

글자크기

닫기

황의중 기자

승인 : 2024. 01. 08. 11:31

[인터뷰] 태고종 총무원장
"전국 종도들과 소통 경험 값져"
"불교 통해 삶의 변화 주는 것이 포교"
태고종 총무원장 상진스님 인터뷰
전국 교구를 순회하면서 종도들과 만난 일을 설명하고 있는 태고종 총무원장 상진스님. 상진스님은 지난해 7월 12일 취임 이후 바쁜 한 해를 보냈다. 새해에도 태고종 위상 강화를 위해 광폭행보를 이어갈 예정이다./송의주 기자
한국불교태고종이 달라졌다. 2015년 분규 사태 이후 내홍 수습에 급급하던 모습에서 이제는 전열을 정비하고 대정부·대사회 활동에 활발히 나서고 있다. 변화의 주역은 지난해 7월 12일 취임한 총무원장 상진스님이다. 취임 이후 상진스님은 누구보다 열심히 달렸다. 전국 교구를 돌며 종도들과 소통했다. 과거 태고종 총무원장들이 권위로 교구를 누르려고 했다면 상진스님은 경청하는 자세를 취했다. 달라진 총무원장의 모습에 종도들도 환호했다. 현재까지 총무원장 상진스님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이다.

최근 서울 종로구 태고종 총무원에서 만난 상진스님은 달라진 분위기를 알고 있었다. 그는 더 잘하라는 경책이라며 도리어 조심스러워했다. 새해에도 바쁠 전망이다. 태고문화유산전승사업단 설립, 팔관재 재개 등 할 일이 많다. 또한 스님은 출가자 감소, 노령화, 분파불교 등 한국불교의 문제점을 진단하면서 승려들의 역량 강화를 주문했다. 불교로 인해 삶이 달라지는 게 있어야 사람들을 상대로 포교가 된다고 생각해서다. 다음은 상진스님과 일문일답이다.

-총무원장으로 취임해서 한 해를 보냈다. 소회를 말씀해달라.

"지난해 전국 교구를 돌면서 우리 종도들이 겪는 어려움을 직접 파악했다. 굉장히 보람된 시간이었다. 제가 태고종에 있으면서 행정승 생활을 했기 때문에 어떤 것이 잘못됐는지 잘했는지 정도는 알 수 있다. 돌이켜보면 많은 종도들을 만나 소통한 점이 제일 좋았던 것 같다."

-종도들과 만남에서 느낀 점은.

"전국 교구를 다녀보니까 예상보다 종도들의 호응이 좋았다. 과거 총무원이 권력을 남용하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시절이 아니다. 누구는 권력을 행사하고 누구는 그걸 받아들여야 한다는 게 부처님의 법과 맞지 않는다. 부처님의 법은 평등을 전제로 하지 않느냐. 총무원장이란 이름 하나 붙였다고 권력을 남용해선 안 된다."
-불교계에서 태고종이 달라졌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태고종이 변했다고 이야기하긴 하더라. 그런 소리를 듣는 게 기쁘고 반갑기는 하지만 더 노력하라는 경책의 소리로 들으려고 한다. 솔직히는 두려운 마음도 든다. 잘하다가도 한 번이라도 잘못하면 '태고종이 역시 그렇지'란 소리가 나올 수 있다. 그러나 기쁜 일이 있으면 두려운 일도 함께 하는 게 인생살이 아니겠는가."

-새해에도 태고종 위상 강화를 위해 바쁘실 것 같다.

"위상이란 것은 우리가 세우고 싶다고 해서 세워지는 게 아니다. 우리는 현재의 상태에서 더욱더 진보하는 종단이 돼야 한다. 우리는 중국 임제종(臨濟宗)의 선맥(禪脈)을 한반도에 가져온 태고보우 원증국사(1301~1382)를 종조로 하는 한국불교의 맏이 종단이다. 한국불교의 한 축으로 포교활동을 어떻게 잘할지 연구해야 한다. 포교를 잘하고 신도들의 아픔을 달래줘야 종단과 성직자의 위상이 선다. 개인의 삿된 행위보다 공심(公心)에 입각한 행위가 있어야 한다. 또한 신심(信心)이 있어야 한다. 내가 인정하는 신심이 아닌 남들이 볼 때 인정할만한 신심이어야 한다."

-태고종도 문화유산이 많은 것으로 안다.

"태고종에는 태고사·용궁사·선암사 등 역사가 깊은 전통사찰이 많다. 잘 보존하고 후손에게 물려줘야 하는 문화재다. 정부 예산을 받아서 이러한 사찰에 불사하려고 한다. 이를 위한 조직인 태고종문화유산전승사업단을 설립하고자 한다."

-신라·고려시대 팔관재를 복원하려는 목표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팔관재는 신라시대 때부터 시작됐으니 신라 땅이었던 대구경북 교구부터 팔관재를 다시 했으면 한다. 대구와 경주에서 따로따로 하지 말고 두 도시에서 동시에 팔관재를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태고종은 과거 팔공산 등에서 팔관재를 봉행한 경험이 있어 준비만 잘하면 된다."

-총무원장으로 활동하면서 느낀 한국불교에 대한 안타까움이라면.

"출가사문(승려)이 줄고 있다. 인터넷·유튜브 등으로 포교하는 시대라 사람들이 굳이 절을 찾으려고 하지 않는다. 젊은 층이 출가하지 않고, 승려가 노령화되고 있다. 젊은이와 어울릴 수 있는 젊은 스님이 많아야 청년 포교가 된다. 우리는 불법(佛法)을 공부하기 힘든 말세인 오탁악세(五濁惡世)에 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그만큼 포교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종단 별로 따로 노는 분파불교라는 점도 문제다. 우리는 부처님 일불제자(부처님 가르침 아래 하나의 제자)라고 이야기하지 않냐. 그렇다면 종단 구분이 무슨 소용이 있나. 통합불교를 해야 한국불교가 산다."

-불교계의 요즘 화두는 전법이다. 포교 비전이라면.

"대만에 가보니 불교가 납골당을 운영해서 신도를 만들더라. 방편적인 면에서 찾자면 납골당 운영은 불법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포교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에 더해 부처님의 사상과 정신을 더욱 공부해서 대중에게 알려야 한다. 스님들이 삶의 의미를 줄 수 있어야 한다. 내가 양주 청련사에서 있을 때 삶이 고단해 죽음을 선택하려던 사람들이 절을 찾았다. 현재 그분들 모두 삶을 포기하지 않고 우리 절 신자가 됐다. 불교로 인해 삶이 바뀐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 스님은 평상시와 수행 시의 모습이 달라서는 안 된다. 후학들이 나를 보고 배울 수 있어야 한다. 언행일치가 곧 수행이다."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한마디 해주신다면.

"어떤 종교에 편견을 갖지 말아달라. 진실을 보려는 눈으로 종교를 보고 진보하려는 마음으로 판단해달라. 또 내가 하는 이야기만 옳다고 여기지 말고 상대방의 이야기도 듣고 시시비비를 가려달라. 열린 마음으로 상대와 나누는 삶을 살아간다면 어려움보다는 기쁘고 즐거운 일이 많을 것이다."
태고종 총무원장 상진스님 인터뷰
고려·조선시대 16명의 고승인 16국사 진영이 새겨진 병풍과 태고종 총무원장 상진스님. 상진스님은 태고종이 태고보우 선사로부터 이어지는 정통 선맥을 잇고 있다고 강조했다./송의주 기자
태고종 총무원장 상진스님 인터뷰
서울 종로구 태고종 총무원장 집무실에서 만난 상진스님./송의주 기자
황의중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