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일 새 앨범 '올 더 웨이'(All That Way)로 컴백한 가수 케이윌이 이번 앨범을 준비한 소감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올 더 웨이'는 2018년 발매한 '정규 4집 앨범 파트 2 '상상(想像); 무드 인디고'' 이후 6년 만에 발표한 앨범이다. 타이틀곡 '내게 어울릴 이별 노래가 없어'를 비롯해 총 6곡이 수록됐다. 이번 앨범은 '마지막'이라는 생각을 하고 만들 정도로로 애정과 노력을 모두 쏟아부은 작업이었다.
"앨범을 준비하는 과정이 매우 길었어요. 앨범의 성과를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어요. '지금 시대는 앨범을 사서 듣는 시대가 아니기에 앨범을 발표하는 게 맞나, 왜 앨범을 만들어야 하나'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어요. 하지만 성과를 떠나 저는 가수잖아요. 가수라는 직업을 갖고 삶을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제가 할 일이 무엇일지 고민했죠. 있는 곡을 부르는 것도 좋지만 새로운 곡을 선보이는 게 가수의 소명이라 생각했고 결과를 떠나 제게 꼭 필요하고 가야 할 길이라 생각했어요."
이번 앨범은 스스로를 들여다보며 준비한 작업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그동안은 계절에 어울리는 노래, 발라드를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곡을 작업했다면, 이번에는 처음으로 돌아가 빌드업하는 과정을 보내기도 했다. 팬들 뿐만 아니라 대중들도 '케이윌'이라는 사람을 잘 알 수 있게 좋은 곡들로 가득 채우고 싶었고, 1번부터 6번의 트랙 리스트도 한 편의 드라마처럼 완벽한 기승전결로 구성했다.
"수록곡 '이지 리빙'(Easy Living)을 마지막 트랙으로 결정했어요. 제가 '앨범을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결심하면서 펼쳐져 있던 조각들 가운데 유일하게 회사에서 저에게 추천해 준 곡 중 하나였어요. 완성도가 높아 '이 곡은 불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이 곡에만 제가 작사, 작곡에 참여하지 않았는데 작곡가님한테 '가사를 이렇게 바꿔주셨으면 좋겠다'고 부탁드렸어요."
이번 앨범에는 그만의 '전략'이 있었다. 단순히 사랑 노래가 아닌 그 관계에서 빠질 수 없는 게 사랑이고, '그 반대의 시작은 나'이며 너의 이야기, 나와 그들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첫 번째 트랙은 그와 관련된 이야기를 담은 '말할게'로 정했다.
"두 번째는 그 관계가 형성되고 사람들과 만나 설레고 행복하고, 그다음에는 약간 심리적인 갈등이 있다 이별을 하잖아요. 근데 (시간이 지나면) 혼자라서 외로운 세상이라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또 혼자가 편할 수도 있지만 그러면서 우리는 새로운 관계를 꿈꾸게 되잖아요. 앨범을 준비하면서 '지금 나는 행복함보다는 고민스러운 것들을 앨범에 담고 싶고, 하고 싶었구나'라는 걸 만들면서 알게됐죠."
|
"(황)찬희 형은 1집 앨범의 수록곡 '낡은 사랑'을 함께 했는데 그곡이 저에게는 정말 좋게 다가왔어요. 1990년대 팝 알앤비(R&B)를 좋아하면서 가수의 꿈을 키웠거든요. 지금의 알앤비는 리듬이 강해지고 약간 힙합적인 요소들이 강했어요. 그런 것들을 한국적으로 해석해 줄 수 있다면 그건 찬희 형이라고 생각했고 확실한 카드라고 생각했죠. 펑키한 레트로 사운드를 팝적으로 표현하는데 최고라고 느꼈고, 이번에도 부탁해서 '말할게'라는 곡이 탄생하게 됐습니다."
'나와 달리'를 작업한 뮤지는 동갑내기 친구이다. 1980~90년대 사운드를 유쾌하게 만들 줄 아는 아티스트로서 호흡을 맞춰보고 싶었다. 선우정아도 오래 알고 지낸 사이라 발라드가 아니더라도 그가 가지고 있는 색깔의 옷을 입어보고 싶다는 마음에 '론리 투게더'(Lonely Together)를 완성하게 됐다.
타이틀곡 '내게 어울릴 이별 노래가 없어'는 윤상과 김이나가 의기투합했다. 윤상 특유의 서정적인 멜로디에 김이나의 담백한 이별 감성이 케이윌만의 음색과 어우러져 탄생했다.
"예전의 발라드와의 차이점이라고 한다면 울부짖기보다는 가슴으로 안고 있는 감성을 표현하려고 노력했어요. 그런 방식이 윤상의 멜로디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고, 녹음을 정말 많이 했어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공연장의 절반이 텅 빈 객석을 마주한 것이 충격적이었다고 말한 그는 그런 경험들이 지금의 앨범을 만들 수 있는 또 다른 힘이 되기도 했다.
"전국 투어를 하다 팬데믹이 왔는데 갑자기 집합 금지가 시작된 거예요. 첫날은 다행히 좌석이 꽉 차 있어 안심했는데 다음 날 공연장은 절반이 비어있더라고요. 무대를 내려오며 '제발 다음 주에 공연을 했으면 좋겠다.' '초심으로 돌아가 열심히 해야지'라고 다짐했는데 남아 있던 공연들을 할 수 없게 됐죠. 앞으로 '공연을 못 하게 되면 어떡하지?' '공연을 못 하면 난 이제 불행한 사람인가'라는 고민이 커졌어요. 그런 시간을 경험하면서 제가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사랑을 받았는지, 이런 사랑을 받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다시금 느끼게 됐죠. 이 앨범을 제작하며 마지막 피지컬(실물) 앨범이라고 생각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에요. '진짜 마지막이라면 더 의욕적으로 만들어보자'는 마음이요. 그런 의미에서 마지막 앨범일 수도 있다는 말이 슬프기보다는 동기부여처럼 느껴져요."
경력이 쌓일수록 잘 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생기지만, 자신감은 경력보다 준비에서 오는 것 같다고 말하는 그다. "자신감은 사실 오늘의 컨디션에 따라 다르기도 하잖아요. 어떤 것을 준비했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앞으로 다시 나아감에 있어서 제가 노래를 하는 사람으로서 K-팝 인더스트리라고 표현하면, 여기에서 아티스트로 앞으로의 제 행보가 있다면, 거기에 '이 앨범이 필요했느냐'고 하신다면 100% 그렇다고 이야기할 수 있고 그만큼의 자신감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