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년 조용히 외국인 환자들과 함께 한 김철수 대한적십자사 회장

기사승인 2024. 08. 18.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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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적십자병원 누구나진료센터서 의료진과 함께 무료 진료
전국 7개 지역거점 공공의료 적십자병원 활성화에 매진
"적십자는 일하려면 끝도 없는 자리…모든게 한걸음 부터"
김철수 대한적십자사 회장, 취임 1주년 진료 봉사2
김철수 대한적십자사 회장이 17일 인천 연수구 인천적십자병원 누구나진료센터에서 외국인들을 진료하고 있다. /정재훈 기자
김철수 대한적십자사 회장은 취임 1년을 맞은 17일 오전 특별한 기념행사 없이 인천적십자병원에서 무료 진료를 했다.

흰 가운을 걸치고 간편한 의자에 앉아 환자들과 대화를 주고 받았다. 한국 말이 서툰 환자도 많아 통역이 바로 옆에서 도왔다.

이 센터는 누구나 무료로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곳이라 이름도 '누구나진료센터(Anyone Healthcare Center)' 지만 이미 환자 100%가 외국인근로자들이다.

한국으로 일하러 오는 '초짜' 외국인들에게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몸이 불편할 때 찾아오는 고마운 장소가 됐다. 인천지역 외국인근로자들에게는 한국생활에 없어서는 안될 '주요 방문지'로 자리 잡은 것이다.

한창 진료 중인 김 회장에게 취임 1년 소감을 물었다. 짧게 답했다. "특별한 것은 없고 난 본업이 의사이니까 진료할 때가 가장 마음 편해요. 시간 날 때 마다 진료하고, 의료봉사도 가고… 지금도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이렇게 많으니까요."

환자가 기다리고 있어 김철수 회장과 대화를 나눌 시간이 거의 없었다. 이날 사전예약을 통해 진료를 기다리는 외국인들은 35명 안팎이었다. 주로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사람들이 많았고 방글라데시에서 온 부부도 있었다.

이들은 봉사요원들의 안내에 따라 문진표를 작성하고 진료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날 진료는 김철수 회장과 인천적십자병원 응급의학과에서 일하는 의료진이 맡았다.

김철수 대한적십자사 회장, 취임 1주년 진료 봉사
17일 인천 연수구 인천적십자병원 누구나진료센터에서 외국인 여성이 진료에 앞서 의료진과 상담하고 있다. /정재훈 기자
코로나19가 다시 유행하고 있는 탓인지 모두가 마스크를 착용한채 조심조심해 긴장감이 감돌기도 했다.

이날 인천을 방문한 김철수 회장의 발걸음은 이전보다 가볍다고 했다. "인천적십자병원이 최근 면모를 일신했어요. 훌륭한 병원에서 원장님도 모셔오구요."

실제 공석이던 병원장에 아산병원 출신 이정교 박사를 초빙했다. 또 외과·정형외과·치과 등 전문의를 추가로 스카웃하며 최근 병원에 활기가 돈다고 했다.

인천적십자병원은 '친절하고 따뜻한 병원'을 강조하며 환자를 맞이하고 있었다. 치매 진단과 치료에도 예전보다 더욱 매진하고 있다고 했다.

코로나19 펜데믹 이후 경영난으로 어려움을 겪는 지방 중소병원들이 많다. 지역거점 공공병원인 적십자병원은 더했다고 한다.

코로나19 환자들이 넘쳐나다 보니 일반환자를 진료하지 않아 엔데믹 이후 후유증이 컸다고 병원 관계자는 전했다. 일반환자 감소세가 계속 이어진 것이다.

고려인 출신으로 4년전 한국에 왔다는 마안나씨(70)는 얼굴이 밝았다. 마 씨는 "2년동안 접질렸던 발목때문에 계속 고생했는데 이젠 거의 나았다"며 웃었다. 딸·사위, 손자·손녀와 함께 한국에 정착해 인천 함박마을에 단란한 가정을 꾸렸다는 그녀는 "이 나이에 자원회수시설에서 일도 하고, 발목도 나아 이젠 잘 걷고 춤까지 춘다. 가족 모두가 열심히 일해 지금은 행복하다"며 한국생활에 만족해 했다.

진료실 입구에는 누구나진료센터가 지난 6월 100번째 진료를 했다는 기념 휘장이 걸려있었다. 지난 2022년 오픈이후 주말마다 꾸준히 환자들을 만나 온 것이다.

김철수 대한적십자사 회장, 취임 1주년 진료 봉사
김철수 대한적십자사 회장이 17일 인천 연수구 인천적십자병원 누구나진료센터에서 외국인 여성을 진료하고 있다. /정재훈 기자
"병원 경영이 힘들텐데…" 문득 센터 운영 예산이 궁금해졌다. 병원 관계자는 적십자사 고액기부자 모임, 기업, 은행, 공공기관 기부로 진료비용을 충당한다고 했다. 의약품은 삼진제약 등에서 십시일반 돕는다고 한다. 구체적인 공공의료 비용을 물어보니 휴대폰을 여기저기 뒤졌다.

"지난 2023년도엔 대략 15억 8000만원 정도 모금 했는데, 올해에는 벌써 41억 6000만원에 달하네요. 1년만에 2배 이상 껑충 뛰었어요." 의사 출신이라서 그런지 김철수 회장 취임이후 공공의료비용 기부가 많이 늘어난것 같다고 했다.

얼마전에는 통영적십자병원에 누구나진료센터도 개소했다. 인천과는 진료센터 성격이 달라 욕지도 등 통영 앞바다 섬을 순회하며 방문진료를 한다. 의료 소외지역 주민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센터인 셈이다.

김철수 회장은 취임 당시 지속가능한 공공 보건의료 기반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전국의 7개 적십자병원(서울·인천·상주·거창·통영·영주·원주 경인권역재활병원)의 지역거점 공공병원으로서의 위상강화가 핵심이다.

지방의 중소종합병원들이 상당수 경영난으로 허덕이고 있는 상황에서 지방 적십자병원들의 역할 강화는 김철수 회장에게는 매우 중요한 책무다. 김 회장은 거창·상주·통영 병원의 신축을 서두르고 있다. 예산 확보 등 특유의 뚝심으로 밀어부치고 있다.

적십자사 회장 자리는 일 잘 하려면 일이 끝도 없는 자리다. 공공의료 부터 각종 자연 재난 구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중동전 같은 국제분쟁, 사회 봉사활동, 헌혈과 안정적인 혈액 공급, 평화 분위기 조성을 통한 남북 이산가족 상봉 등 끝이 없다. 물론 100년을 훨씬 뛰어넘은 적십자사 조직의 힘과 노하우, 전문가들이 김 회장 곁에서 함께 하지만 결코 쉽지 않은 자리다.

최근 인천 전기차 화재 현장에도 찾았던 김 회장은 취임 1주년인 17일 외국인 환자들과 만나며 평범하지만 뚝심있는 한걸음, 한걸음을 내딛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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