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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파워] 주주가치는 커녕…폭락 유통株에 대표이사 보유주식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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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혜 기자

승인 : 2024. 08. 21. 06:00

길어진 불황에 힘빠진 유통업계
올초 대비 주가 20%가까이 빠져
임원 주주가치 제고 선언했지만
자사주 보유 전멸에 신뢰도 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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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통주(株)들이 좀처럼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기업 밸류업 독려로 지난 2월 한때 주가가 회복하는 기미가 보였지만 주주총회 이후 '약발'이 다했다. 국내 주요 유통그룹들이 내수 중심의 사업 구조이다 보니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성장 모멘텀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의 대표 유통주 월마트가 최근 52주 신고가를 기록하며 상승세를 타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롯데쇼핑은 올 초와 비교해 현재 19.4%가 하락했고, 이마트도 18%가 내려앉았다. 현대백화점도 10.5%가 빠지며 지지부진하다. 지난 2월 올 최고가와 비교하면 거의 30% 안팎으로 떨어졌다. 주가 하락 때마다 기업들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나서겠다고 선언하지만 주요 대표이사들의 자사주 보유수가 '0'으로 신뢰도는 바닥이다.

2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주요 유통그룹의 대표이사의 보유 자사주 수는 '0'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마트가 최근 임원들의 성과급을 주식으로 보상하는 양도제한조건부조식(RSU)를 도입하며 자사주를 보유한 임원들의 숫자가 29명으로 늘었으나 총 주식수는 2164주(0.01%)로 극히 미미하다. 특히 사업 방향성을 결정짓는 이사회 구성원인 대표이사와 사내이사의 보유 주식 수는 '0'이다. 한채양 이마트 대표이사를 비롯해 임영록 신세계그룹 경영전략실장과 전상진 이마트 지원본부장 등 사내이사들이 보유한 이마트 주식은 1주도 없다.
다른 유통그룹도 마찬가지다. 김상현 롯데쇼핑 대표이사 부회장과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의 롯데쇼핑 주식 보유수는 '0'이다. 정지영 현대백화점 대표이사도 현대백화점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그나마 신세계백화점의 박주형 대표가 지난해 9월 선임과 동시에 자사주 345주를 보유하고 있고, 최근 허병훈 부사장의 신세계건설 대표 이동으로 사내이사로 선임된 김선진 영업본부장 겸 강남점장이 800주를 보유한 것이 전부다. 이 외에 오너일가를 제외하고는 대표이사나 사내이사가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없다.

대표이사나 사내이사의 자사주 보유는 의무는 아니지만 시장에 책임경영의 의지로 보일 수 있다. 통상 주가가 낮아지면 임원들이 나서서 자사주 매입 등으로 주주가치 제고에 나서는 것이 그 예다.

지난 5일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로 주가가 내려앉은 '블랙먼데이'에 삼성전자·SK하이닉스·한화생명 등의 임원들은 자사주를 매입, 주가 방어에 나선 바 있다.

하지만 유통주는 전멸이다. 롯데쇼핑과 신세계, 이마트, 현대백화점 등 국내 주요 유통기업들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2∼0.4배 수준에 불과함에도 주가를 끌어올리려는 의지가 부족하다. PBR이 1배 미만이라는 의미는 회사가 자산을 모두 팔고 사업을 청산했을 때의 가치보다 주가가 낮다는 것으로 그만큼 시장에서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고 있지 못하고 있다.

지난 3월 정기주총에서의 약속도 아직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마트는 "올해 점포 외형 성장을 재개하고 기존점 경쟁력 강화에 나서 성장 동력을 재가동하겠다"고 했지만 지난 4월 펜타포트점과 5월 상봉점이 폐점하며 오히려 2개 점포가 줄어들었다. 내년 상반기 마곡에 트레이더스와 고덕 비즈밸리에 이마트 강일점 오픈이 예정돼 그나마 기대감을 모으고 있다.

롯데쇼핑 역시 주주총회에서 김상현 부회장이 배당정책과 함께 수익성 개선에 따른 주주가치 제고에 힘쓰겠다고 했지만 아직은 요원하다. 배당정책으로 지난해 전년 대비 300원 오른 주당 3800원을 지급했으나 주주들의 요구는 '주가상승'이다.

김익성 한국유통학회 고문은 "대표이사나 대주주들이 경영을 참여할 때 자기주식을 보유한 것은 책임감을 가지고 주식의 가치를 올리려고 노력하기에 상당히 중요하다"면서 "자사주를 1주도 보유하지 않고 경영에 참여해 의사결정을 정한다라는 것은 책임경영에서 한발 떨어지겠다는 의사로 비칠 수도 있고 도덕적 해이도 가능해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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