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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가계빚에 미뤄진 금리인하… 이창용 “집값 자극 안돼”

부동산·가계빚에 미뤄진 금리인하… 이창용 “집값 자극 안돼”

기사승인 2024. 08. 22.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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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통위 "물가확신 커졌지만 부채 증가
부동산 상황 보면서 인하 타이밍 결정"
10월 유력 전망엔… "지금 말하긴 어려워"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또다시 동결한 데에는 집값과 가계부채 오름세가 심상치 않다는 우려가 핵심 요인으로 작용했다. 물가가 안정세를 찾고 원·달러 환율도 내려앉았지만, 부동산 시장 열기가 식지 않으면서 금리 인하는 이르다고 판단했다. 다만 이창용 총재는 "금리 인하 여건이 조성됐다"고 밝히면서 시장에 오는 10월 금리인하의 길로 들어설 것이란 신호를 줬다.

◇집값·가계부채 잡히면 '금리 인하의 길' 들어서

이 총재는 22일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3.50% 수준에서 동결한 직후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에 수렴할 것이라는 확신이 더 커졌고, 기준금리 인하 여건이 조성됐다고 판단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도 "물가와 경기 측면에서는 향후 적절한 시점에 금리인하를 고려할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 "금리 인하에 따른 물가, 성장, 금융안정 등 정책변수들 간의 상충관계를 면밀히 점검하면서 인하의 시기와 폭을 결정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문제는 치솟는 집값이다. 이 총재는 "부동산 가격과 가계부채 증가의 위험 신호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면서 "금융안정 측면에서 지금 들어오는 시그널을 막지 않으면 더 위험해질 수 있다"고 경종을 울렸다.

긴축을 끝내고 금리 인하의 길로 들어서려는 한은의 고민도 깊어질 수밖에 없다. 내수를 살리기 위해선 서둘러 금리를 내려야 하지만, 자칫 '집값 폭등의 뇌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 일각에선 기준금리 인하 여파로 '금리 하락→대출 증가→부동산 폭등'의 악순환이 시작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 정부가 잇따라 부동산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열기는 쉽게 잡히지 않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8월 둘째 주(12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한 주 전보다 0.32% 오르며 21주째 뛰었다. 이는 5년 11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이다. 집값 상승 기대심리도 2년 10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은의 '8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주택가격전망 소비자동향지수는 118로 전월보다 3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지난 부동산 '불장'이던 2021년 10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더욱이 '영끌', '빚투'가 되살아나면서 가계빚이 늘어나고 있는 점도 문제다. 한은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896조2000억원으로 2002년 관련 통계 공표 이래 역대 최대치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은 전체 가계빚 증가액보다 많은 16조원 급증했다.

◇"내수보다 집값 먼저" 통화정책 우선순위 못 박아

이에 이 총재는 부동산 시장 상황을 보면서 '기준금리 인하 타이밍'을 잡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총재는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으로 수렴할 것으로 보이고, 부동산 관련 정부 정책도 시행될 것인 만큼 인하 가능성을 열어둔 채 금융안정 상황을 지켜보고 금리를 결정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한은의 통화정책은 금융 안정인데, 금융 안정의 중요 요인이 부동산가격과 가계부채"라며 "한은이 이자율을 급하게 낮추거나 유동성을 과잉 공급해 부동산 가격 상승 심리를 자극하는 실수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내수진작'보다 '집값·가계부채 안정'이 통화정책의 우선순위에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 총재는 "내수는 시간을 갖고 금리 인하 폭 등으로 대응할 수 있지만, 부동산 가격과 그에 따른 가계부채 증가 등 금융 불안은 지금 막지 않으면 더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기준금리 동결이 내수진작 측면에서 아쉽다"는 대통령실의 불만에 대한 반박 차원이기도 하다. 이 총재는 이어 "금리 인하가 너무 늦어질 경우 내수 회복이 지연되면서 성장 모멘텀이 약화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현재 상황에서는 부동산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외환시장 변동성 확대할 위험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9월 기준금리 인하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며 한은 역시 10월 금통위에서 인하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총재는 "10월에는 여러 경제 지표를 보고 판단해 결정할 것이고, 어느 방향이라고 지금 말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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