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군 구조와 마인드, 시스템에 대한 발상의 대전환 시급하다”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koreanwave.asiatoday.co.kr/kn/view.php?key=20140813010006192

글자크기

닫기

김종원 기자

승인 : 2014. 08. 13. 07:09

[군대 악습 뿌리뽑자 릴레이 인터뷰] 정표수 연세대 교수·방추위원 "육군 부대 구조와 배치, 운용 방식 근본적 검토...신세대 장병 구시대적 관리로는 힘들어"
정표수 교수 인터뷰 사진
정표수 연세대 교수(예비역 공군 소장·전 공군 인참부장·방위사업추진위원)는 12일 아시아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군대 악습을 뿌리뽑기 위해서는 우리 군의 구조와 가치, 의식, 처벌 시스템 등 병영 전반에 걸쳐 발상의 대전환이 화급하다고 강조했다. / 김종원 기자
“이젠 우리 군의 구조와 가치, 의식, 처벌시스템 등 구시대적인 병영 전반에 대한 발상의 대전환이 시급하다.”

육군28사단 윤 모 일병에 대한 집단 구타·가혹행위 사망 사건에 따른 책임을 지고 육군참모총장이 물러나는 11일 또다시 윤 일병의 소속 사단인 28사단 관심병사 2명이 휴가까지 나와 동반 자살하는 사건이 일어나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또 12일 오후 육군 3군사령부 직할부대 사격장에서 실탄을 지급받은 또다른 관심병사인 윤 모 일병(21)은 총기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육참총장까지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사실상 비상 상황에서 우리 군이 더 이상 병사들을 관리·감독하지 못하는 ‘통제불능’ 상황에 빠진 것이 아닌가하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군 시절 공군 인사참모부장과 일선 전투비행단 지휘관으로서 사고 예방을 위한 병영혁신에 적지 않은 관심을 쏟았던 정표수 연세대 교수(예비역 공군 소장·공사27기·방위사업추진위원)를 12일 오후 만나 병영 악습을 근절하기 위한 진단과 대책에 대해 들어봤다.

-윤 일병 사망 사건을 보는 심정은?

“한마디로 참담하며 부끄러운 현실이다. 윤 일병은 마대자루가 부러지도록 얻어 맞고 온갖 욕설과 성고문 등 매일 상습적인 집단 가혹행위에 시달렸다. 숨진 지난 4월 6일에도 차마 입에 담지 못할 가혹행위가 이어졌다는 사실이 도저히 용납되지 않는다. 아직까지 그러한 후진국형 사고가 끊이질 않는다는 점에서 군에 오래 복무한 예비역 장성으로서 책임을 느낀다.”

-우리 군 전반의 문제인가?

“군 전체가 그렇지 않다고 얘기하고 싶지만 차마 말이 나오지 않는다. 군에 입대를 앞둔 젊은이들의 불안감이 클 것이다. 특히 군에 자녀를 보냈거나 보낼 부모들의 분노와 걱정을 이해한다. 세월호 참사를 겪은 뒤라 국민들로부터의 비난의 목소리가 높은 것 같다.”

-왜 병영 악성 사고가 계속 일어난다고 보나?

“육군이 지난 4월 조사결과 가혹행위 가담자 3900명을 적발했다고 한다. 드러난 것이 이 정도이니 실상은 어떠할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해·공군이나 해병대도 비슷할 것이라 본다. 왜 이런 가혹행위가 일어나고 군대의 병영문화가 개선되지 못하는 것일까? 일차적인 책임은 군에 있다. 요즈음 입대하는 신세대 장병들을 구시대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먼저 요즘 젊은이들은 대개 자녀가 1~2명인 가정에서 성장해 사회성이 떨어지는 측면이 있다. 휴대전화·인터넷과 게임 없이는 잠시도 견디지 못하고 불안해 한다. 또한 이들은 개인주의적이어서 집단적이고 개인생활이 제약되는 군대 생활에 적응하기가 힘들다. 이러한 신세대 장병들의 특성을 감안하여 좀 더 개방적이고 민주화된 21세기형 병영 문화를 만들어갈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윤 일병과 유사한 사건 사고는 계속 일어난다.”

-우리 군의 부대·병사 관리 문제점은?

“우리 군의 무기체계는 최첨단으로 바뀌고 시설과 급식은 현대식으로 개선됐다. 하지만 장병관리는 그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물론 과거보다 많이 민주화 됐다고 하지만 아직 크고 작은 병영 사고가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우리 군은 구타나 기합을 당연시 하는 시대를 경험했다. 때리고 맞는 것이 비일비재 했던 것이다. 조금 불합리한 처우를 당해도 부하가 감수해야 했다. 그런 군 생활을 했던 간부들의 시각으로 보면 신세대 장병들을 나약하고 인내심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병사들끼리의 경미한 위반행위는 군기를 위한 필요악으로 보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이제 그러한 잘못된 인식들은 완전히 버려야 한다.”

-‘책임만 묻는 지휘책임’도 우리 군 부대 관리의 한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데?

“사실 더욱 큰 문제점은 해당 지휘관에게 장병관리의 책임을 무한정으로 묻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소속 장병들이 잘못하면 지휘관이 책임지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그러한 처벌시스템이 지휘관의 활동을 크게 위축시키고 있다.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내가 재임 중에 사고만 없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노심초사한다. 그러니 조금 문제가 있어도 쉬쉬하고 넘어간다. 보고하면 능력 없는 간부로 인식되고 각종 인사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해당부대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아무리 훌륭한 지휘관도 무조건적인 처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군 경력을 마감한다. 솔직히 관심병사 처리에 관한 권한도 없으면서 책임만 묻는 제도는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 이러한 군의 행태가 이번 사건을 조장한 측면이 강하다. 이는 군의 전투력 유지에도 심각한 부작용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군과 국방부, 범정부 차원의 대응에 대해 평가한다면?

“이번 사건을 놓고 대통령은 인문교육을 강조하고 책임자에 대한 일벌백계를 지시했다. 국방부는 전군 첫 장병 인권특별교육을 하고 병영문화 혁신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국회에서도 여당의 대표가 책상을 치며 개탄을 금치 못했다. 국방위원회를 열어 부대 현장을 점거하며 발빠른 행보를 보였다. 해당 사단장을 보직 해임하고 육군참모총장도 결국 사퇴했다. 육참총장은 대책을 마련해 놓고 교체해도 되는데 조금 성급했다. 너무 정무적인 판단으로만 접근하는 것 같아 아쉬운 측면이 있다. 교육도 중요하지만 교육이 부족해서 생긴 일은 아니다. 지금까지 수립한 대책이 없어서는 더욱 아니다. 좀 더 본질적으로 접근해 사고의 원인을 규명하고 실천 가능한 효율적인 대책 수립이 필요한 시점이다. 진단이 정확해야 제대로 된 처방이 나온다.”

-우리 군 전반의 병영문화 개선을 위한 대책 방향은?

“장·단기 대책을 포함해서 실천 가능한 종합대책이 강구돼야 한다. 먼저 가해자는 왜 그런 범죄를 저질렀고 동료들은 동조했는지? 피해자는 죽을 만큼 가혹 행위를 당해 왔지만 왜 상관과 부모에게 알리지 못했는지? 등 부대 일선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 지 정확한 실태 파악이 돼야 한다. 단기적으로 병영 안의 보호관심병사 관리시스템, 장병 고충 신고와 처리, 지휘관리 시스템에 대한 전면적인 개선책이 필요하다.”

-현재 우리 군이 병사 관리에 있어 부담을 넘어 ‘버겁게’ 느껴진다.

“사실 지금까지 일어난 가혹행위의 사례만 분석해도 병사관리의 문제점을 찾을 수 있다. 정보통신(IT) 시대에 살아온 장병 특성을 고려해 휴대전화는 아니더라도 인터넷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장병들의 개인생활 보장은 물론 군 생활이 사회와 너무 격리되는 것도 막을 수 있다고 본다. 인터넷 확대를 애기하면 보안문제를 거론한다. 하지만 부대위치나 활동상황 등은 다른 보안책을 강구하면 된다고 본다.”

-이참에 군 구조 자체를 근본적으로 개혁해야만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지난 수십년간 지상군의 운용 형태는 크게 변한 것이 없다. 이번 기회에 육군의 부대 구조나 배치, 운용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를 진행해야 한다. 가용자원이 갈수록 줄어들다 보니 부적응 병사가 한해 수천 명이 입대하고 있다. 소위 관심병사들 관리에 군이 너무 힘든 상황이다. 사회적으로 문제 있는 병사가 입대하면 백약이 무효가 될 소지가 많다. 초임하사와 병장의 나이, 경력의 역전 현상도 재고해야 한다. 즉 병영문화 개선책을 그 자체에서만 찾으려 하지 말고 오늘의 사태를 유발하는 총체적인 우리 군의 구조와 요인에 대한 전면적인 검토가 절박하다. 국방부에만 맡겨 놓지 말고 국회와 유관기관도 적극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대책은 겉돌고 일시적인 전시행정 위주로 흐르기 쉽다. 군사대비태세 유지 측면이 우려되면 일정 지역에서 일정기간 동안 시험적용 해보고 확대하는 방안도 있다. 근본적인 발상의 전환이 절실한 때다.”

-지금 군이 추진하고 있는 병영문화개선 대책을 평가한다면?

“윤 일병 사망 사고 같은 일이 다시는 재발하지 않기를 바란다. 병영문화혁신위원회에서 전반적인 문제점을 찾아 내 종합적인 개선 대책이 강구되기를 기대한다. 다만 이번에 꾸려진 위원회가 심대평 위원장을 중심으로 각계의 전문가들로 구성되었지만 얼마나 실효성이 있는 방안을 내놓을지에 대해선 지켜봐야 하겠다. 또 다시 보여주기 식이나 행정처리만 늘어나는 대책이 되지 않기를 기대한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위원회의 위원장은 사퇴한 육참총장이 되었으면 어떨까 생각한다. 결자해지 측면도 있고 누구보다 육군의 실정을 잘 알고 있어 책임있는 개선대책을 수립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육군의 위원회이지만 해·공군과 해병대 관련자도 포함되는 것이 좋았을 것이다. 그래야 객관적 입장에서 볼 수도 있고 결국은 해·공군과 해병대에도 적용될 부분이 많을 것이다. 무엇보다 병영문화혁신위에 최근 전역한 초급 간부와 병사들이 대거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본다. 그들이야 말로 이번 사건의 본질과 가장 가까이 있고 문제의 핵심을 명확히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병영문화를 개선하는데 있어 이젠 자식들을 군에 보낸 국민들의 역할도 감시와 도움의 측면에서 중요해지고 있다.

“국가의 안보에 있어서 군은 최후의 보루이다. 잘못한 일은 나무라더라도 군을 아끼고 사랑해야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전방에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밤낮으로 헌신하는 우리 아들 딸들의 노고를 잊지 말아야 한다. 대부분의 군 부대는 우리의 자녀들이 건강하고 안전하게 군 복무를 마치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을 이해해 줘야 한다. 병영문화를 개선한다고 해서 방임으로 흐르거나 군기를 어지럽히면 안 될 것이다. 군대가 군대다워야 하는 것은 양보할 수 없는 대원칙이다. 소위 ‘당나라 군대’ ‘날라리 군대’가 되면 그 피해는 국가와 국민에게 고스란히 돌아오기 때문이다.”
김종원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

댓글 작성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