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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필 전 총리 “국민이 우리 부부 아껴 오늘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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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원 기자

승인 : 2015. 02. 26. 02:13

박영옥 부인상(喪) 국민 조문에 감사 "아내 기뻐할 것", "아내 먼저 눈 감아 슬프다", "국민 모두 건강하고 희망찬 내일 기도"

“국민의 정성어린 조문에 아내가 기뻐할 것이다. 국민이 우리 부부를 많이 아껴 오늘에 이르렀다.”

김종필(89·JP) 전 국무총리는 64년 반려자인 박영옥(86) 부인상(喪)에 조문을 표한 국민들에게 25일 감사의 말을 전했다. 박 여사는 이날 JP가 미리 마련한 JP의 고향 산천인 충남 부여군 외산면 반교리 선산에서 남편을 기다리며 영면했다.

JP는 세상을 떠난 아내와 자신에게 보내 준 수많은 국민들의 진심어린 애도와 위로에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 사랑하는 아내를 선산에 묻고 JP는 “아내가 먼저 눈을 감아 슬프다”면서 “국민 모두 건강하고 희망찬 내일이 되길 기도한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JP의 부인상은 단순히 한 노정객의 상(喪)이 아니라 64년 간 한 이불을 덮고 살았던 반려자에 대한 예의와 존중,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온 국민에게 일깨워줬다. 아름답고도 서로 아껴주는 지고지순한 부부애가 무엇인지를 보여줬다.
한 줌의 재로 변한 아내를 자신의 고향 산천에 묻기 전에 마지막으로 품은 JP는 눈물이 마를 법도 한데 석별이 못내 아쉬워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평생 반려자와 헤어지기 싫어 한참이나 아내의 유골함을 어루만졌다.

특히 이 세상에서는 마지막으로 작별을 고하기 위해 몸을 깨끗이 닦고 수의를 입히는 입관식 때 JP의 부인 사랑이 얼마나 큰 지 절절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딸은 아버지에게 “옷을 입힌 후에 보시라”고 했지만 JP는 “네 어머니 씻기는 걸 내가 다 보겠다”면서 ‘벗고도 부끄러워할 줄 모르는’ 부인을 보면서 하염없이 울었다고 전해졌다.

JP는 이날 새벽 빈소가 마련된 서울아산병원에서 발인식을 하면서 눈물로 아내를 떠나 보냈다. 가족들이 두 번 절하는 동안 몸이 불편한 JP는 휠체어에 앉아 눌러썼던 베레모를 잠시 벗는 것으로 대신했다.

상여 앞에 엎드려 술과 음식을 올리는 발인례를 마친 운구 행렬은 곧바로 JP 신당동 자택 앞 골목으로 향해 노제(路祭)를 지냈다.

박 여사의 평생 발자취가 묻어나는 집 앞에 도착하자 며느리와 손녀, 가족, 조문객들은 울음을 터뜨렸다. JP는 발인식과 노제가 열리는 동안 침통한 표정으로 묵묵히 장례 절차를 지켜봤다. 하지만 노제를 마치고 마지막으로 자택을 한 바퀴 돈 박 여사의 영정을 잠시 받아들자 참았던 눈물을 흘렸다.

운구 행렬은 이어 서울추모공원으로 이동해 화장 절차에 들어갔다. 시신은 유족의 통곡 속에 오전 10시께 화로에 들어갔다. 화장은 1시간 반이 걸렸다. 가족들은 화장이 시작되자 슬픔을 가누지 못한 채 “안녕히 가세요 어머님”라고 울부 짖었다.

발인식에는 과거 ‘DJP(김대중+김종필) 연합’을 주도한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장, 심대평 대통령직속 지방자치발전위원장, 정우택 새누리당 의원 등 충청권 인사들이 마지막 가는 길을 함께 했다.

지난 23일 한 차례 조문했던 한 위원장은 “DJP 연합 실무를 맡았었는데, 이제 DJ(김대중 대통령)가 안 계시니…”라면서 “개인적으로도 존경하는 JP의 여사님 발인을 보려고 다시 찾았다”고 말했다.

화장을 지켜보려고 추모공원까지 따라온 심 위원장은 “불가피한 일정으로 장지까지 모시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박 여사의 시신은 화장을 마치고 유골함에 담겨 충남 부여 가족묘원에 안장됐다.
김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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