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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지진 이재민들 분노의 화살 ‘전임 정권’ 향해…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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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 기자

승인 : 2017. 11. 16. 15:03

IRAN-QUAKE <YONHAP NO-5304> (AFP)
사진출처=/AFP, 연합
“보라, 모든 것이 파괴됐다! 정부는 최소한 우리의 주택 담보 대출을 탕감해주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란에서 지난 12일 발생한 규모 7.3의 강진의 진원지였던 서부 케르만샤 주 사르폴-에-자하브 인근 노동자 계급 거주 구역인 샤히드 시루디의 주민 모르타자 아크바리는 이같이 성토했다.

이라크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사르폴-에-자하브 지역에 지난 12일 규모 7.3의 지진이 강타하면서 400명 이상이 사망했다. 뿐만 아니라 이번 지진으로 이 지역의 수많은 주민들이 자신의 집을 잃고 망연자실하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지진으로 삶의 터전이 파괴된 이재민들의 분노는 지진 자체가 아닌 전임 정부로 향하고 있다고 AFP 통신은 15일(현지시간) 전했다.
아크바리가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는 마흐무드 아흐마디네자드 전 이란 대통령의 공공주택사업의 일환으로 건설된 것이다. 정부가 홍보한대로라면 이 아파트는 규모 8의 지진이 와도 끄떡 없어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규모 7.3의 지진에 속절 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아크바리는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다 가난한 노동자들 뿐”이라면서 “나도 곤궁해서 이곳에 오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곳은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이 아니다”고 분노했다.

이러한 저소득층 공공 주택은 아흐마디네자드 전임 정권이 시행한 포퓰리즘 정책의 상징과도 같은 곳이다. 아흐마디네자드 정권 당시였던 2005년부터 2013년까지 이같은 저소득층을 위한 공공 주택이 이란 각지에 우후죽순 건설된 바 있다. 아흐마디네자드 정부는 가난한 이란 서민들에게 양질의 주택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정책적으로 약 100만 채의 저소득층 공공 주택이 이란의 도시 외곽 지역과 뉴타운에 지어졌다.

그러나 결국 지진으로 주택이 무너지면서 이 곳에 입주한 서민들은 그나마 가지고 있던 것 마저 모두 잃게될 상황에 놓였다. 민간 업체들이 지은 인근의 건물들은 지진에도 무사히 살아남은 반면, 정부가 지은 공공건물들이 유독 많이 무너지면서 부실 공사 논란이 일게 됐다. 사람들은 이번 지진 피해가 ‘인재(人災)’라며 분노하고 있다. 당국이 내진설계와 관련한 관리 감독을 부실하게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크바리는 “정부는 젊은 사람들에게 결혼과 가재도구의 구입을 권하며 대출을 제공했다. 나는 (이 집에서 살기 위해) 그 대출을 한도액까지 모두 써버렸는데 이제 나에겐 아무 것도 남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진으로 그가 거주하던 아파트는 철골과 지붕만 남고 벽은 다 붕괴돼 버렸다. 지진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마치 전쟁이라도 일어난 것 같은 이곳에서 소지품을 하나라도 더 건지기 위해 무너진 잔해를 뒤지는 모습이다.

이 아파트 4층에 살던 또다른 주민인 알리 비아바니는 “이 아파트를 사려고 정말 고통스럽게 돈을 모았다. 이 집이 가난한 내가 가질 수 있는 전부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제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우리는 선입금으로 1억 7000만 리알(약 450만 원)만 낸 뒤 앞으로 3년간 매달 8만원 씩 갚아나가기로 하고 이 집을 샀었다”면서 “우리는 그것도 기뻤다. 드디어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레자 모라디도 비슷한 상황이다. 그는 “나는 앞으로 144개월 간 월급의 5분의 1을 주택 대출을 갚는데 써야 한다”고 밝혔다.

이란의 현 대통령인 핫산 루하니 대통령은 지난 14일 피해 지역을 방문한 자리에서 자신의 전임자를 강력 비난하며 화살을 돌렸다. 그는 “책임자를 색출해 국민들에게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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