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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사태수습만 급급한 체육계 수장과 들끊는 사퇴 여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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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환혁 기자

승인 : 2019. 01. 16. 16:18

지환혁
문화스포츠부 지환혁 기자
폭행·성폭력 등으로 점철된 한국 스포츠계가 환골탈태할 수 있을까. 그동안 체육계에 만연했던 구타·성추행·갑질 등 고질적인 병폐가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는 긴급히 수습책을 내며 사태 확산을 막는데 급급한 모양새다.

대한체육회는 국가대표 쇼트트랙 선수 심석희의 성폭행 폭로와 관련해 지난 10일 ‘조재범 전 코치 (성)폭력 의혹 사건 관련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사과문’을 통해 긴급 대책을 내놨다. 그런데 이것이 전날 문체부가 낸 긴급 대책 내용을 그대로 옮긴데 지나지 않았다. 사태 해결을 위해 대한체육회가 고민한 흔적은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그야말로 ‘면피용’ 수습책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게다가 체육계의 수장이자 회원종목 단체의 관리·감독 최고 책임자인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직접 나서 국민들에게 고개를 숙인 것은 ‘면피용’ 수습책을 내놓은 후 5일이나 지난 15일이었다. 이를 두고 사과가 너무 늦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군다나 이날 이 회장이 대책이라고 내놓은 내용들은 앞서 발표한 것들과 비교해 차이를 별로 느낄 수 없어 국민들은 또 다시 실망했다. 이는 체육계의 수장으로서 결코 책임 있는 행동이 아니다.

불과 1년 전 체육계는 평창동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며 자축의 ‘팡파르’를 울렸다. 그러나 1년 만에 파국으로 치달았다. 체육계의 수장은 이런 해묵은 병폐를 모르고 있었던 것인지, 모른척 했던 것인지, 어느 쪽이든 여론의 질타를 피할 수 없다. 전자라면 무능이고 후자라면 직무유기가 되기 때문이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이 회장의 책임감 있는 행동을 요구하며 그의 사퇴를 주장하고 있다. 이 회장은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그는 15일 열린 1차 이사회에 참석하면서 침묵시위하는 이들을 애써 피해가며 회의장으로 입장했다.

체육계 수장으로서 앞으로 재발을 방지하고 국민들이 수용할 수 있는 수습책을 내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더 시급한 것이 있다. 책상 앞에 앉아 탁상공론만 할 것이 아니라 피해자를 만나고 이들이 받았던 고통과 슬픔을 이해하려는 자세와 행동이다.

체육계의 미투(me too·나도 당했다)는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빙상에 이어 유도·레슬링 등에서도 관련 사건들이 속속 재조명되고 있다. 들끊는 여론이 각종 대책 발표로 잦아들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확실하고 철저한 조사를 통해 ‘범죄자’들을 발본색원하고 피해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적극적인 움직임이 없다면 체육계의 미래는 더욱 암울해질 뿐이다. 체육계의 수장이라면 이런 자정 노력의 선봉에 서야 마땅하다.
지환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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