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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미국의 제재 상쇄 위해 ‘이라크와의 경제 협력’에 베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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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 기자

승인 : 2019. 03. 21.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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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대통령 취임 이후 지난주 처음으로 이웃나라 이라크를 방문한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이라크와의 교역 확대 및 협력 강화에 대한 여러 장의 합의서를 들고 금의환향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대(對) 이란 제재로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란은 이라크와의 경제 협력에 ‘베팅’, 우회로를 마련해보겠다는 계산이다. 특히 양국 간 협력은 이란이 걸프만을 넘어 지중해까지 진출하는 교두보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미국 경제매체 CNBC의 20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로하니 대통령은 이번 이라크 방문에서 많은 성과를 갖고 돌아왔다. 로하니 대통령과 아델 압둘 마흐디 이라크 총리는 무역·석유·의료·광공업·무비자 여행을 비롯해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이라크 남부의 산유 도시 바스라와 이란 국경 간 철도 연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협력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란은 이라크 내 미국의 영향력이 약화된 틈을 노려 이라크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받은 강력한 제재를 상쇄하기 위해 이라크와의 유대 관계를 심화하고, 양국 간 경제 활동에 베팅하는 모양새다. 현재 이란-이라크 간 교역액은 연간 120억 달러(약 13조5000억원)로 추산된다. 양국 정부는 이를 200억 달러(약 22조5000억원) 수준까지 확대하기로 약속했다. 지난주 한 이란 정부 관리는 “이라크는 미국이 이란에 가한 부당한 제재들을 우회하기 위한 또 다른 통로”라면서 “로하니 대통령의 이번 방문은 이란 경제에 여러 가지 기회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리스크 컨설팅기업 AKE 인터내셔널의 제시카 레이랜드 중동 전문 애널리스트는 “이번에 양국이 체결한 모든 합의는 이라크 영토 내 이란의 물리적 존재감을 한층 강화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면서 “두 가지 측면이 있다. 하나는 양국 모두 여러 분야의 협력에 대해 진정한 필요성을 느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란이 자국의 세력 범위를 연결하기 위한 통로로 이라크를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양국 간 철도 연결 계획은 이를 드러내는 가장 명백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레이랜드 애널리스트는 “우선 바스라까지 연장되는 이 열차 노선은 이란이 걸프만의 가장 안쪽에 위치한 이라크의 전략적 요충지 움 카스르 항구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도록 해줄 것이며, 이는 걸프 지역까지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까운 미래에 이란은 이 철도 노선을 이라크를 거쳐 시리아까지 연장할 것이며, 결국 이란이 지중해로 접근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국 간 협력은 100만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갔던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이후 양국 관계가 얼마나 ‘드라마틱’하게 변화했는지 보여준다. 2003년 미국이 이라크 침공을 통해 수니파 사담 후세인 정권을 무너뜨리면서 후세인의 핍박을 피해 이란에 의탁하고 있던 시아파 세력이 이라크에서 집권하자 이란은 이를 계기로 이라크와의 관계를 강화하고 나섰다. 역설적이게도 미국이 결국 이라크에 친(親) 이란 정권을 세워준 셈이다.

이란은 이라크와 1400㎞에 달하는 긴 국경을 접하고 있는데다 종교적·문화적으로도 가까운 편이다. 뿐만 아니라 이란의 준(準) 군사조직은 이라크에서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를 몰아내는데 지대한 공을 세웠다. 로하니 대통령은 지난주 자국 매체를 통해 “이란과 이라크의 관계는 이 지역 사람들이 모두 싫어하는 미국과 이라크 간 관계와는 비교할 수 없다”며 협력 관계를 과시했다. 바르함 살리 이라크 대통령도 “이라크는 이란과 같은 이웃을 두게 돼 운이 좋다”며 이란과의 좋은 관계 유지는 이라크의 최우선 관심사 중 하나”라고 화답했다. 물론 이라크는 미국과 이란은 물론 걸프만의 아랍 국가들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 이들 간 다툼에 희생양이 되지 말자는 계산도 내심으론 하고 있는 상태다.
김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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