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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가스 사상최고가ㆍ美원유수출 금지카드 만지작, 세계 에너지대란 ‘점입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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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호 기자

승인 : 2021. 10. 07.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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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현지시간) 영국 남부 켄트주 애슈퍼드의 한 주유소 앞에 기름을 사려는 차량들이 길게 늘어서 있다. /AP연합
겨울철을 앞두고 세계 에너지난이 점점 심각한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최근 주유대란을 겪은 영국은 가스 도매가격이 한때 40%나 급등했고, 미국은 치솟는 에너지 가격을 잡기 위해 원유수출 금지 카드까지 만지작거리고 있다.

제니퍼 그랜홈 미국 에너지부 장관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휘발유 가격 급등세를 저지하고자 “모든 수단을 염두에 두고 있다”며 전략적 비축유 방출과 원유 수출금지 등 두 가지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6일(현지시간) 전했다.

이날 미국 주유소의 평균 휘발유 가격은 갤런(약 3.78리터)당 3.22달러로 2014년 10월 이후 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영국 주유대란에서 보듯 에너지는 국민 생업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일이다. 따라서 내년 중간선거를 앞둔 바이든 행정부에 비상이 걸렸다.

미국은 상황이 악화되기 전 멕시코만 인근에 위치한 세계 최대 규모의 전략적 비축유부터 풀 계획이다. 미 에너지부에 의하면 지난주 재고는 6억1780만배럴인데 이는 미국 석유 수요를 한 달 동안 충족할 수 있는 규모라고 FT는 설명했다.
미국의 비축유 방출은 2011년 이후 없었다. 2015년 해제한 원유 수출 금지법도 재가동될 수 있다. 그랜홈 장관은 석유수출 금지 조처에 대해 “이 역시 활용 가능한 정책수단”이라고 언급했다.

영국과 유럽연합(EU)은 상황이 더 나쁘다. 영국은 6일 한때 가스 도매가격이 약 40% 뛰면서 최고가를 경신했다가 러시아의 공급 확대 발표에 다소 안정됐다고 BBC 등이 보도했다. 단위당 407펜스까지 오른 도매가는 연초(60펜스) 대비 거의 7배 수준이었다. 이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유럽으로 가스 공급을 늘리겠다고 밝히면서 257펜스대로 내려왔다.

그러나 네덜란드 등 유럽에서도 가스 도매요금이 사상 최고가를 기록하는 등 EU 회원국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EU 환경부 장관들은 6일 룩셈부르크에서 회의를 갖고 주요 현안으로 에너지대란 문제를 다뤘다. EU 행정부는 정책적 조치의 필요성을 거듭 당부하면서 올해 말까지 가스 시장 개혁 방안을 제안할 방침이다.

아시아도 예외는 아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동북아 지역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지표인 일본·한국 가격지표(JKM)는 11월 선적분 기준 100만BTU(열량단위)당 일간 역대 최대 상승 폭인 42.0%(16.65달러)가 뛰어오른 56.326달러를 나타냈다.

문제는 에너지 소비가 대폭 늘어나는 겨울이 아직 오지도 않았다는 데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최악의 경우 올겨울 유럽도 중국처럼 곳곳에서 정전이 발생하고 산업단지가 폐쇄되며 공급망이 붕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경제전문지 머니컨트롤은 최근 세계 에너지 위기를 다룬 특집 기사에서 “연료 가격 인상은 문제의 한 부분일 뿐”이라며 “연료 가격 인상과 부족은 세계 경제의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중시키고 저소득 경제의 수요 회복을 해칠 것”이라고 비관했다.
정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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