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현 국정원장, 비공개 방미…美정보수장들과 北핵·인권문제 다룰 듯

美국가정보국장·CIA국장 등 만날 듯…바이든 예방 가능성도
추가 대북제재 등 논의될 듯
미국 체류중인 서훈·김연철…북한 인권 문제에 한미 공조 움직임

김규현 국가정보원장이 1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인근 덜레스 국제공항을 통해 미국으로 입국했다. 현장에 있는 직원들이 김 원장의 얼굴 노출을 차단하기 위해 우산을 들고 있다./연합뉴스

김규현 국가정보원장이 19일(현지시간) 비공개로 미국을 전격 방문했다. 북한이 제7차 핵실험 준비를 마쳤다고 한·미 당국이 평가를 마친 가운데 김 원장은 미국 측과 북한의 핵실험 징후에 대한 정보를 공유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탈북어민 강제 북송' 사건과 관련해 국정원으로부터 고발당한 채 현재 워싱턴 인근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서훈 전 국정원장의 소재 파악 또는 접촉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국정원은 지난 6일 '탈북어민 강제 북송' 사건 당시 합동조사를 조기 종료시킨 혐의가 있다며 서 전 원장을 국가정보원법 위반과 허위 공문서 작성죄 등으로 대검찰청에 고발한 바 있다.

김 원장은 이날 오전 워싱턴 인근의 덜레스 국제공항의 VIP 출구를 이용, 공항을 빠져나와 대기하고 있던 차량에 탑승했다. 김 원장의 체류 기간과 세부 일정은 국정원장의 일정이 비공개로 진행되는 관례에 따라 밝혀지지 않았다.

지난 5월 취임한 김 원장이 미국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국정원장의 카운터파트인 미국의 주요 정보기관 수장들과 상견례 차원의 만남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애브릴 헤인스 미 국가정보국(DNI) 국장과 윌리엄 번스 중앙정보국(CIA) 국장 등을 만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비롯해 백악관 및 국무부의 핵심인사들과 면담할 가능성도 있다. 일각에선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김 원장이 조 바이든 대통령을 예방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 10월 번스 CIA 국장은 방한 기간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한 바 있다.

최근 한·미 당국이 북한이 핵실험 준비를 마친 것으로 평가하고 있는 만큼 김 원장은 북한의 도발 준비 상황과 무력도발 시 추가적인 대북제재 방안 등을 미국 측과 협의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전날 방한한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북한이 핵무기 프로그램을 포기하도록 더 강하게 압박할 제재가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간 미국 재무부가 북한의 자금줄 차단에 주력해 온 만큼 북한의 가상화폐 탈취 등 사이버 공격에 대한 추가 제재가 거론된다.

이와함께 김 원장은 문재인정부의 '탈북어민 강제 북송'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 등 북한 인권문제와 관련된 한국 정부의 입장과 상황을 미국 측에 공유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최근 국정원은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관련해 박지원 전 국정원장을, 탈북어민 북송 사건과 관련해 서훈 전 국정원장을 고발한 바 있다. 특히 공교롭게도 서 전 원장은 미국에 입국해 워싱턴 인근 버지니아주에서 일부 지인들을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또 강제북송 사건 당시 통일부 장관이었던 김연철 전 장관도 최근 미국에 입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미국에서도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모양새다. 북한 인권 증진에 대한 목소리는 대북 압박의 수단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미 상원 외교위는 지난 18일 오는 9월 만료될 예정이었던 북한인권법을 오는 2027년까지 5년 더 연장했다. 또 미 국무부 북한인권특사의 조속한 임명을 촉구하는 것에도 합의했다. 이에 화답하듯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 지난 5년간 공석이었던 북한인권대사에 이신화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를 내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