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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 혐의’ 러 구금 韓 선교사, 영사조력 제공…‘협상카드’ 만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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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훈 기자

승인 : 2024. 03. 14.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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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탈북민 구출활동을 하던 선교사 백모씨가 간첩혐의로 체포됐다는 보도가 나온 11일 백씨의 블라디보스토크 사업장 건물 앞에 현지인들이 모여 있다./블라디보스토크=연합뉴스
러시아 정부 당국이 한국인 선교사 백모씨를 간첩죄로 체포한 가운데, 정부는 변호사 선임 등 영사조력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인이 러시아에서 간첩 혐의로 체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각에선 백모씨 석방 문제가 양국 주요 현안을 건 정치적 협상카드로 악용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서방에 동조했다는 이유로 한국을 비우호국으로 지정한 상황이란 이유에서다.

14일 외교부에 따르면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정부는 사건을 인지한 직후부터 필요한 영사조력을 제공하고 있다"며 "전날 주러시아 대사가 러시아 외교부 고위 인사를 만나 우리 국민의 신변안전 보장과 권익 보호를 위해 러시아 정부의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한 바 있다"고 말했다.

외교부 당국자도 기자들과 만나 "선교사 피해자 측 보호를 위해 변호사 선임, 영사 면담, 관련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외교가에서도 이번 사건은 일반적인 사건과는 별개로 분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인 국가가 아닌 북한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러시아 사안인 만큼 신중한 입장을 고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블라디보스토크의 지정학적 특성도 고려한 것으로도 보인다. 해당지역은 북한, 중국 러시아와 연결된 접경지인 만큼, 세계 각국의 정보원들이 이곳에 집결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정보 당국과 밀접한 연관이 있지 않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다만, 외교부 당국자는 "그런 부분은 언급할 사안은 아닌거 같다"라며 답을 일축했다. 박병환 유라시아전략연구소장(전 주러시아 한국대사관 경제공사)도 "그럴 가능성이 있을 수도 있지만, 함부로 예단할 수 없다"며 "과거 러시아는 우리측에 대의적인 차원에서 사안들을 암묵적으로 넘겨주는 경우도 있었는데, 북한 간 밀접한 관계가 심화됨에 따라, 이 부분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간 러시아는 우리 뿐 아니라 우크라이나 전쟁에 동조했던 국가들을 대상으로, 영사문제를 빈번하게 벌여온 전례가 있다. AP통신도 러시아가 지난 한해 동안 외국인 여러명을 구금하고 범죄혐의로 기소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가 최근 북한과 동조해 우리측을 적대시 관계로 유도해 정치적 협상카드로 활용하는 분석도 제기된다.

한 외교 전문가는 "지난해 9월 러·북 회담 이후로 양국은 더 가까워 졌다"며 "눈엣가시로 보이는 한국이 눈에띄게 활동하다가 러시아 당국에 걸린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도 "러시아는 선교사 인질을 정치카드로 사용하고 있다"며 "한·러 관계의 현 주소"라고 말했다.


박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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