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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국 칼럼] 정치 퇴행의 원인, 정치 양극화를 극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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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4. 05. 26.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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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국 아시아투데이 주필, 정치학 박사
자유민주주의는 다양성, 다원성, 다층성을 특징으로 한다. 현대화될수록 사회는 더 복잡·다양·다원·다층화된다. 이런 복잡다기한 사회를 통합할 수 있는 정치 체제는 자유민주주의밖에 없다. 공산당의 교조나 수령의 교시에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공산주의, 전체주의 체제는 다양성, 다원성, 다층성 자체를 부정하며 이를 체제를 위협하는 불온한 움직임으로 본다.

대한민국이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발전시켜 가기 위해서는 사회적 다양성, 다원성, 다층성이 정치적 대표체계인 국가와 의회와 정당에 어떤 형태로든 투사되고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 사회의 다양성이 정치적 다양성으로 온전히 대표되어야 건강한 사회가 된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정치적 양극화와 극단주의의 창궐은 우려할 일이다.

양극화된 정치는 다양한 사회적 요구를 수용하지 못하고 그로 인해 사회·정치적 갈등을 증폭시키게 된다. 다양한 사회 세력과 집단은 직접 행동으로 돌입할 수밖에 없다. 거리의 정치가 일상화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대의 민주주의 정치 체제 자체가 대표성의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내 입장을 대변하지 않은 정당들에게 내가 왜 투표해야 하는가!' '여도 야도 다 믿을 수 없다'는 정치적 무당층과 부동층의 증가는 필연적이다.

전 세계적 현상인 정치적 양극화가 한국에서는 정치팬덤 현상과 결합돼 매우 심각한 정치적 퇴행을 초래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시민사회의 요구가 거리로 쏟아져 나오고, 다른 한편에서는 정치가 정치적 대표성과 권위를 상실하는 정치적 권위의 부재 상황, 시민사회는 시민사회대로 정치세력은 정치세력대로 자신들의 정략적 이해관계에 매몰된 극단적, 극한적인 정쟁 정치가 난무하는 정치부재 상황이 초래된다. 이것이 바로 우리 모두가 걱정하는 정치적 후퇴, 정치적 퇴행이다.
정치팬덤 자체는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팬덤이 쉽게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다. 정치인의 선천적 재능과 피나는 노력, 팬덤을 조성하는 극한적 정치상황, 특정 정치인에 열광하는 대중의 감성코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만들어진다. 여기에 더해 마냥 좋아서가 아니라 미래권력의 가능성에 대한 확신과 열망이 있어야 정치팬덤의 동력이 만들어진다.

그런 의미에서 팬덤 정치인은 상황의 산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팬덤정치인은 팬덤정치의 수혜를 누리지만, 팬덤정치의 부정적 측면의 발호를 막을 책임이 있다. 팬덤 지지자들은 팬덤 정치인을 무조건적으로 지지하므로 그는 팬덤 지지자들이 극단정치로 나아가지 않도록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개딸에 이어 '위드후니'가 나타난 것은 보수진영 입장에서는 이재명에 대항할 무기를 마침내 찾아냈다는 의미가 있다. 특히 최근 한동훈 팬덤 커뮤니티인 '위드후니'에서 품격 있는 보수정치를 주장하면서 개딸과 달라야 한다는 자정노력이 전개되고 있는 것은 의미심장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팬덤 현상의 배타성이 야권을 향해서가 아니라 언제든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다른 경쟁자들을 향해 자폭적으로 터질 수도 있다는 경각심은 필요하다. 개딸이 민주당 내 정치인들을 공격하듯이.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대중지지자를 확보한 대중정치인의 등장, 그로 인한 정치행동의 다이나믹스 상승 등 팬덤정치의 긍정성을 잘 살려나가면서, 자기들이 지지하는 정치인 외 모든 정치인들을 배척하고 공격하는 팬덤정치의 부정적 측면을 최소화하려면 무엇보다 팬덤정치인이 '디지털 포퓰리즘'이라는 새로운 중우·폭민정치와 단절하겠다는 실존적 결단이 중요하다. 팬덤의 파괴적 행동을 자신의 영향력 과시로 생각하거나 자신과 관계없는 대중의 자발적 행동이라고 유체이탈식으로 생각해서는 팬덤정치의 고삐를 제대로 쥘 수 없다. 뛰어내리면 자신도 잡아먹히는 호랑이 등에 탄 신세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정치퇴행의 원인인 정치양극화를 극복하기 위한 정치지도자들의 현명한 판단과 과감한 결단을 촉구한다.

고성국 아시아투데이 주필, 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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