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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호 칼럼] 한영 협력은 ‘글로벌 중추국가’로 가는 새로운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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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4. 05. 26. 18:15

한영 공동 주최로 '인공지능(AI) 글로벌 거버넌스 정상회의' 개최
안전, 혁신, 포용을 위한 'AI 글로벌 거버넌스' 구축
영국과 함께 과학기술 외교, 방산 수출 등 추진
한영 민간외교도 우리의 글로벌 중추
김용호
김용호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방문학자
최근 한영관계의 발전 양상은 우리에게 '글로벌 중추국가(국제 협력과 질서를 선도하는 국가)'로 가는 길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21일 윤석열 대통령은 영국의 리시 수낵 총리와 함께 서울에서 화상으로 '제2차 인공지능(AI) 안전성 정상회의'를 개최하고, AI 글로벌 거버넌스 구축의 길을 열었다. 작년 영국 주도로 개최된 1차 정상회의에서 다뤘던 AI의 안전성 논의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번 회의는 AI의 혁신과 포용성 문제까지 다루었다. AI 안전을 보장하면서 혁신을 촉진하고, 동시에 AI 등 디지털 혜택으로부터 소외된 국가들인 디지털 사우스(Digital South)에 대한 지원과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또 우리 정부는 이번에 각국 고위급 인사, 주요 업계 및 학계 인사들을 초청하여 'AI 글로벌 포럼'을 대면으로 개최하였다. 이 포럼이 AI 정상회의와 더불어 향후 새로운 AI 글로벌 거버넌스 구축을 위한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하는 플랫폼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로써 우리나라가 국제 사회의 규범 설계자가 되었다. 앞으로 AI 글로벌 거버넌스가 성공적으로 마련되면 영국은 브렉시트(Brexit) 이후 글로벌 리더의 위상을 새롭게 회복하게 되고, 한국은 개도국에서 벗어나 선진국의 자격을 갖추게 된다.

작년 11월 윤 대통령이 영국 국빈 방문을 통해 한영 글로벌 전략적 파트너십에 합의한 후 양국 협력은 통상, 과학기술, 방위산업 수출을 비롯하여 전방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특히 양국 협력이 우리에게 과학기술 외교의 중요성을 일깨워 준다. 초거대 생성형 AI의 출현으로 기술혁신이 게임 체인저의 역할을 함으로써 기업은 물론이고 국가 간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그런데 새로운 기술이 인류에게 혜택을 주지만 피해를 줄 수도 있다. 예컨대 새로운 기술이 거짓 정보 유포나 독재의 수단이 될 수 있다. 그런데 기술 혁신의 속도에 비해 이러한 잠재적 위험을 제거하는 노력이 뒤처지고 있다. 이제 한영 양국은 기술 최강국으로서 신기술의 안전한 활용 외에 과학기술의 지정학적 리스크 해결, 기술 혁신을 뒷받침하는 공급망 확보 등을 위해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우리나라 외교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과학기술외교 전략을 수립하고, 과학기술외교 포럼의 개최, 과학기술외교 아카데미의 개설 등을 통해 역량을 강화해 나오고 있다. 한영 협력이 한국외교의 지평을 넓혀주고 있다.
한편 한영 양국이 방위산업 공동 수출에 합의함으로써 우리의 방위산업 발전에도 기여하고 있다. 한국의 방산수출은 2012~2021년에 30억 달러에 불과했으나 2023년에 173억 달러로 어마어마하게 증가하였고, 올해 200억 달러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앞으로 한국 방산업체가 영국에 무기를 판매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최근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영국의 기동화력플랫폼(MFP) 사업 입찰에서 아쉽게 고배를 마셨지만, 크룩스 주한 영국대사는 향후 성공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로 인해 영국을 비롯하여 유럽 방산시장의 구조적 변화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한국 방산이 세계적인 주목을 받게 된 것은 2년 전 폴란드가 약124억 달러 규모의 한국무기 대량 구매에 합의한 이후이다. 이러한 배경에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 안보지형의 변화가 작동하고 있다. 2차 대전 이후 처음으로 유럽에서 전쟁이 발생하자, 폴란드를 비롯한 유럽 국가들이 재무장을 강화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 외교가 유럽정세 변화에 대비하고, 또 영국을 포함하여 나토(NATO) 국가와 적극적으로 협력할 필요성이 증가한 것이다.

한편 한영 민간외교가 한국의 글로벌 중추국가 진입에 힘을 보태고 있다. 지난 16일 서울 안국동 윤보선 고택에서 영국 에든버러대학과 윤보선민주주의연구원의 공동 주최로 '제10회 윤보선 기념 심포지엄'이 개최되었다.

이번 심포지엄의 주제는 '한영 글로벌 전략적 파트너십 증진 방안'이었는데, 여기 참석한 양국 전문가들은 한영관계가 '사실상의 동맹국'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하고, 이를 위해 양국 정부뿐만 아니라 민간 차원의 교류협력을 더욱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이 심포지엄에 직접 참석한 매티슨 총장은 "양국 동맹을 튼튼히 하는 데 교육의 역할이 매우 중요했다"고 지적하면서, 앞으로 한국의 주요 대학들과 교류협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약속하였다. 윤보선 전 대통령이 에든버러대학에서 학사와 석사를 취득한 것을 기념하여 창설된 '윤보선 기념 심포지엄'은 2013년부터 서울과 에든버러에서 매년 번갈아 개최되고 있다. 이 심포지엄이 양국 간의 소통을 위한 플랫폼이 되어 양국 협력은 물론, 우리나라가 글로벌 중추국가도 도약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최근 한영관계를 급속도로 발전시키는 요인의 하나는 양국의 국가 정체성(identity) 변화이다. 영국은 브렉시트 이후 유럽의 주요 국가에서 독자적인 글로벌 리더로 변신을 모색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테레사 메이, 보리스 존슨 전 총리가 '글로벌 브리튼(Global Briton)' 비전을 제시한 데 이어, 최근 '인도-태평양 기울기(Indo-Pacific Tilt)' 정책을 추진하면서 이 지역의 네트워크를 강화해 가고 있다. 영국의 새로운 대외전략이 한영협력을 강화시켜 주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는 오랫동안 개도국의 일원이었으나 최근 들어 선진국이라는 새로운 국가정체성을 모색하고 있다. 이에 발맞추어 윤석열 정부는 '글로벌 중추국가'라는 비전을 제시하고 한영협력을 통해 이러한 비전을 실현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다.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김용호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방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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