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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투포커스] 유아인 재판부도 지적한 ‘마약 쇼핑’…“‘DUR 의무화’로 막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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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혁 기자

승인 : 2024. 09. 04. 17:00

병원 돌며 마약류 받아…처방건수 4년새 378만 증가
DUR 시스템 있지만 '재량 사항'이라 무용지물
시스템 점검 의무화 법안 발의…'통합·간소화' 숙제
GettyImages-jv12606204
사진은 기사내용과 관련없음. /게티이미지
아투 포커스
#"피고인은 법령의 허점을 이용해 범행을 저질러 죄질이 좋지 않다." 전날 유아인(본명 엄홍식)에게 실형을 선고한 재판부는 이같이 지적했다. 유씨는 지난 2020년 9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프로포폴 등을 181회 상습 투약한 혐의를 받는다. 특히 의료기관 14곳을 돌며 받은 처방전을 갖고 의료용 마약류를 매수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른바 '압구정 롤스로이스' 교통사고 가해자 신모씨 역시 2022년 6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14개 의원에서 총 57회에 걸쳐 프로포폴 등을 상습 투약한 혐의로 지난달 22일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병원을 돌며 의료용 마약류를 처방 받는 '마약 쇼핑'이 연이어 일어나고 있지만, 근본적인 방지책이 마련되지 않아 최근까지도 적발 사례가 나오고 있다. 이에 의·약사의 처방·제조 단계에서 부적절한 약물 오남용을 막을 수 있는 'DUR 시스템' 활용을 의무화 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4일 아시아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의료용 마약류 오남용은 계속해서 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의료용 마약류 처방 건수는 1억345만8692건으로, 2019년 9967만7125건과 비교해 378만건 증가했다. 같은 시기 단속된 마약류 사범 중 의료기관 종사자는 130명에서 313명으로 두 배 넘게 올랐다.
마약 쇼핑은 마약류관리법의 예외규정인 4조 2항을 악용해 벌어진다. 해당 조항 1·2호는 각각 마약이나 향정신성약품을 △마약류취급의료업자(의사 등)로부터 투약 받아 소지하는 경우 △마약류소매업자(약사 등)로부터 구입하거나 양수(讓受)해 소지하는 경우는 처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처방전만 받으면 구할 수 있는 만큼 유씨나 신씨 외에도 약물을 과도하게 받는 사례가 적잖게 일어나고 있다. 40대 남성 A씨는 지난 2022년 일주일동안 4개 의료기관에서 10건 종류의 마약을 처방받았다. 같은해 50대 남성 B씨는 하루 동안 1만137개를 처방 받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에 처방 단계에서 오남용을 방지하는 'DUR 시스템'이 해법으로 대두된다. 의약품 안전 사용정보 시스템으로도 불리는 DUR(Drug Utilization Review) 시스템은, 의·약사가 의약품을 처방·제조할 때 환자의 투약 내역을 토대로 의약품을 처방해도 괜찮은지를 안내하는 프로그램이다. 시스템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했음에도 처방을 해야 할 경우엔 사유를 적어야 한다. 제출된 사유는 시스템을 운영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 보내진다.

문제는 현행법상 DUR 시스템 점검이 재량사항으로 규정돼 있어 실질적인 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2022년 하반기 기준 다이어트약인 '펜디메트라진'에 대해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NIMS)엔 처방 기관 1만279개소가 사용 신고를 했으나, DUR 시스템 점검을 활용한 기관은 4773개소에 불과하다.

국회에서도 DUR 의무화에 대한 법개정 논의가 시작된 상태다.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23일 DUR 시스템 점검을 의무화하고, 정당한 사유 없이 위반할 경우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의 의료법·약 사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앞서 21대 국회에서도 해당 내용을 담은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회기 만료로 폐기됐다.

다만 효과적인 도입을 위해 시스템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식약처 마약류안전관리 심의위원회 위원을 지낸 박진실 변호사는 "의사·약사 사이에서 DUR이나 NIMS 시스템 연결이 안돼서 불편하다는 등 사용이 복잡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활성화를 위해선 통합·간소화 작업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임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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