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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기강 무너졌나…성폭행·살인 속출, 위계·폐쇄적 문화의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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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연 기자

승인 : 2024. 11. 05. 18:00

[아투포커스] 엄격한 규율 무색… 폐쇄성과 통제 부재 도마
위계질서 속 피해자 보호 미흡, 가해자 처벌 실효성 부족
'훼손 시신' 북한강 유기한 군 장교 구속심사<YONHAP NO-2957>
함께 근무하던 여성 군무원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하고 강원 화천군 북한강에 유기한 현역 군 장교가 5일 오전 춘천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끝난 뒤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 안전과 국가 안보를 지켜야 할 군 조직에서 살인과 성폭력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군 조직의 위계질서와 폐쇄적 문화가 심각한 문제로 다시 떠오르고 있다.

5일 강원지방경찰청에 따르면 경기 과천에 근무하던 국군사이버작전사령부 소속 중령(진) A씨(30대 후반)는 지난달 25일 같은 부대에서 근무하던 여성 군무원 B씨(33·여)와 차량 안에서 말다툼을 벌이다 격분해 B씨의 목을 졸라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해 강원 화천 북한강에 유기한 혐의(살인 및 사체손괴, 사체은닉)로 구속됐다. 사건은 B씨의 시신 일부가 이달 2일 강가에서 발견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경찰은 현재 A씨의 범행이 우발적이었는지 등을 조사 중이다.

특히 A씨가 특수부대에서 훈련받았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더욱 큰 충격을 낳고 있다. 무기를 다루는 군 조직에서 폭력이 행사되거나 규율을 어기는 행위는 단순한 개인 잘못을 넘어, 공공의 안전과 국가 안보에 큰 위협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사례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건은 군대의 엄격한 위계질서와 폐쇄적인 조직 문화가 내부 통제 시스템의 부재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앞서 공군에서는 성폭력 사건이 발생해 논란이 일었다. 공군 대령이 자신과 함께 근무하던 딸 뻘인 여군 소위에게 성폭력을 가했다는 의혹이 군인권센터를 통해 폭로되면서 군 조직의 성범죄 문제가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올랐다. 피해자는 심각한 심리적 고통을 겪고 있다. 군의 위계적 문화와 페쇄성 속에서 사건이 제대로 해결되지 않을 가능성에 대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과거 이예람 중사 사건에서도 피해자가 상급자의 성폭력과 2차 가해에 시달리다, 군의 부적절한 대응과 미흡한 보호 조치로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으로 이어졌다. 사건 은폐 의혹과 부실 대응은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김형남 군인권센터 사무국장은 "군 내부에서 문제가 발생해도 피해자가 보호받기 어렵고, 가해자는 처벌받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규정과 매뉴얼이 있어도 이를 실행할 의지가 부족한 것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사무국장은 이어 "조직이 피해자를 보호하지 않는 환경에서는 가해자가 범죄를 저지르는 문턱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시신 훼손 사건은 개인 비위로 보고 있으며, 경찰 수사 중인 상황이라 국방부 차원의 별도 대응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또 "공군 성폭력 의혹에 대해서는 공군이 입장을 표명했고, 후속 대책 역시 공군이 준비 중"이라며 "이번 사건들로 인해 기존 시스템에 의한 대응이나 추가 대책 마련은 아직 계획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공군은 "사건 인지 후 즉시 피해자와 가해자를 분리했으며, 피해자가 민간 경찰에 신고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며 "2차 가해에 대해서는 철저히 조사해 엄중히 처벌할 것이며, 피해자 보호와 민간 경찰 수사에 적극 협조할 것이다"고 밝혔다.
박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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