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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오래된 물류센터가 최첨단으로?…㈜한진, ‘드론’·‘스마트글라스’로 물류혁신 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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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슬 기자

승인 : 2024. 11. 14. 09:00

13일 ㈜한진 남서울종합물류센터 방문
스마트 기기 활용 물류 프로세스 효율화
조현민 "가치 있는 서비스 제공 최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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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이 13일 남서울종합물류센터에서 선보인 드론(위)과 스마트 글라스. /김한슬 기자
1·7호선이 오가는 가산디지털단지역에서 내려 10여분을 걸으면 도심 한복판에서 ㈜한진의 물류센터를 발견할 수 있다. 멀리서도 한눈에 띄는 '한진 남서울종합물류센터'라는 간판은 주변의 세련된 건물들에 비해 다소 오래돼 보인다. 실제로 이곳은 ㈜한진이 1992년 국내 최초로 택배 서비스를 도입한 뒤 세워진, 30년이 넘은 최고(最古)의 물류센터다. 겉은 낡아보일지언정, 내부는 바쁘게 변하고 있다. '드론'과 '스마트 글라스' 두 가지 새로운 혁신 제품이 물류센터에 적용될 준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택배의 시작점이라 할 수 있는 이곳은 ㈜한진이 꿈꾸는 스마트 물류 혁신이 이뤄질 또 다른 시작점이 될 전망이다.

지난 13일 ㈜한진 남서울종합물류센터를 방문했다. 행사가 진행될 예정인 7층으로 올라가니 어마어마한 높이의 택배가 사방에 쌓여 있었다. 현장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창고 렉(선반)의 높이는 12m, 아파트 14층에 이른다. '저 꼭대기에 있는 택배는 도대체 어떻게 처리할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현장으로 이동했다.

이날 ㈜한진은 현장에서 '㈜한진 스닉픽(Hanjin Sneak Peek)'을 개최하고, 산업 현장에 적용될 최신 스마트 물류 기술을 공개했다. '살짝 엿보다'는 뜻의 스닉픽은 기술을 정식 도입 전 제한된 청중에게 미리 선보이는 자리를 말한다. 이 자리에서 ㈜한진은 드론과 스마트 글라스를 현장에서 활용한 물류 프로세스 자동화 과정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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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이 13일 남서울종합물류센터에서 선보인 드론이 상품 재고를 파악하고 있다. /김한슬 기자
국내 물류사들은 이미 앞다퉈 스마트 기술을 현장에 도입하고 있다. AI(인공지능) 기술과 로봇이 현장에 들어서며 인력이 최소화되고, 최근에 구축되는 물류센터에는 무인화·자동화가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여기, 남서울터미널처럼 오래된 물류센터는 완전히 새로운 시스템으로 바꾸는 것이 어렵다. ㈜한진은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할 수 있도록 드론과 스마트글라스를 직접 개발하고, 남서울터미널에 처음 도입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기존에는 작업자가 직접 택배 바코드를 찍어 일일이 재고를 확인했다면, 자율주행이 가능한 드론은 최대 20m까지 올라가며 손쉽게 재고를 파악한다. 실제로 현장에서 "위이잉~"하는 큰 소리와 함께 작동하게 된 드론은 5분도 채 되지 않아 100개의 제품 바코드를 스캔하고 실시간으로 재고 조사 결과를 온라인상에 띄웠다.

임재욱 DT전략실장은 "드론은 기존에 알 수 없는 곳, 볼 수 없는 곳까지 볼 수 있다"며 "기존에 높은 곳에 있는 택배 정보를 지게차를 통해 확인했다. 드론을 도입할 경우 사람보다 정확하게 작업하면서도 안정성은 향상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스마트 글라스는 물류 전 과정에서 효율성을 높이면서도, 작업자의 손을 자유롭게 하는 획기적인 아이템이다. 오른쪽 글라스에는 희미하게 작업화면을 띄워져 있고, 왼쪽 글라스에는 렌즈와 음성 인식 스피커가 탑재돼 있다. 다양한 기능이 있음에도 글라스의 실제 무게는 90g 정도로, 기자가 직접 착용해 봤을 때 부담이 없었다.

스마트 글라스는 창고 내에서 제품을 찾고, 포장하고 고객에게 배송하기까지 물류 전 과정에서 적용될 예정이다. 일례로, 배송 단계에서 스마트 글라스를 쓴 작업자가 음성으로 시스템에 로그인하고 주소를 말하면 배송 대상 목록과 수량이 자동으로 글라스에 표시된다. 별도의 스캐너 없이 글라스를 통한 스캔만으로 고객에게 자동으로 배송 현황이 문자 발송되며 작업자가 '촬영'이라고 말하면 사진이 자동으로 촬영돼 고객에게 전송된다.

스마트 글라스를 통해 기존의 운송장을 보안 운송장으로 대체할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이다. 운송장이 바코드 형태로 돼 개인정보 노출 위험을 없애고, 스마트 글라스를 착용한 작업자만이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또 해외직구 택배에 적혀진 영문 주소의 경우, 스마트 글라스가 실시간으로 번역해 배송기사가 편리하게 배송할 수 있게 도와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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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삼석 ㈜한진 대표이사 사장(왼쪽)과 조현민 사장이 13일 남서울물류센터에서 열린 스마트 물류 시연회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김한슬 기자
◇스마트 기술, 전 세계로…조현민 "핵심은 안전과 고객 가치"
이 두 가지 스마트 기기는 아직 테스트 중이나, 이르면 연말에서 내년 초 남서울종합물류센터에 도입될 예정이다. 이날 조현민 사장은 "드론은 비교적 빠르게 투입할 예정이나, 스마트 글라스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고 글라스 제품 재고를 구하기도 어렵다"며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추후에 전국 풀필먼트센터 작업자가 쓸 수 있도록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아가 추후 기술이 보완되면 전 세계에 있는 ㈜한진 거점에서 스마트 기기를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조 사장은 "조만간 미국 등에 가서 드론을 직접 보여주고 현장에 바로 투입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며 "국경 없는 것이 기술 아니냐. 해외 거점에서도 고객들에게 가치 있는 서비스,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또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한진은 최종적으론 이러한 스마트 물류가 '고객 우선'과 '안전 현장'을 위한 것임을 강조했다. 임 실장은 "스마트 기술을 쓴다 해서 기존 사람을 줄일 생각은 없다. 동일 사람이 동일 시간을 들였을 때 더 많은 물량을 처리하면서도 안전하게 작업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라며 "최종적으로는 고객들에게 보다 나은 가치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조 사장도 "우리는 IT 회사가 아닌 물류사라 바로 기술을 개발할 수도 없고, 기다려야 하는 한계가 있다. 또 스마트 기술을 직접 현장에 도입하기까지도 시간이 걸린다"며 "항상 이 부분을 고민하고 있지만 결국 작업자들이 안전하게,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 우리가 중장기적으로 그리는 '스마트 로지스틱스(물류)'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김한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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