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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폭로는 죄다 ‘00미투’?…이제는 ‘말의 힘’ 느껴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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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슬 기자

승인 : 2021. 02. 22.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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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슬 사회부 사건팀 기자
‘학폭 미투’. 이다영·재영 자매에 대한 학교 폭력 가해 폭로를 시작으로 운동선수를 비롯해 연예인, 일반인까지 학교 폭력 가해자로 지목되고 있다. 잇따르는 학교 폭력 폭로를 두고 언론은 ‘학폭 미투’라 명명하기 시작했다. 2년 전 연예계를 강타한 ‘빚투(유명인의 채무불이행)’에 이어 ‘미투(Me, too)’가 다시금 소환됐다.

‘미투’의 남발은 미투 운동의 맥락을 지워버린다. “성폭력은 남녀가 아닌 권력의 문제이고, 성폭력 피해자를 괴롭힌 것은 가해자뿐 아니라 전 사회였다”는 서지현 검사의 말처럼, 미투 운동은 단순한 성별 갈등이 아니라 사회 구조의 문제를 지적했다는 데서 의미가 크다. ‘○○미투’와 같은 표현은 결국 미투 운동의 본질인 여성과 남성의 권력 차이에 대한 고발을 단순히 ‘나도 당했다’는 폭로로 치부한다.

학교 폭력이나 채무 불이행 등 ‘미투’로 불려온 폭로들은 사회적 공감대를 쉽게 형성했다. 사회 구성원 대다수가 학폭 가해자와 돈을 떼먹은 사람은 당연히 나쁘다는 인식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폭력을 폭로한 여성은 여전히 스스로 피해자임을 증명해야 한다. 미투 운동은 ‘성폭력은 피해자 잘못이 아니’라는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운동이었으며, 폭로 이후 피해자들 간의 연대를 위한 운동이었다.

물론 학교 폭력에도 권력 관계가 존재하고, 최근의 학교 폭력과 관련한 폭로들이 소년법 등 사회 시스템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방식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또 ‘미투’라는 단어가 여성에 의해 독점적으로 사용될 수도 없다. 다만 애초 미투가 ‘위계에 대한 저항의 언어’로 사용됐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최근의 ‘○○미투’라는 표현은 오남용되고 있다.
무분별한 용어 사용으로 의미가 희석된 단어로 ‘커밍아웃’도 있다. ‘커밍아웃’은 성 소수자가 억압된 사회 분위기에서 자신의 성적 지향이나 성 정체성을 외부에 알리는 일을 일컬었다. 그러나 최근 ‘덕밍아웃(누군가를 좋아하는 것을 드러내는 일)’이나 범죄 사실을 고백할 때 사용되며 본래 의미가 퇴색하고 있다. ‘말의 힘’을 생각해볼 때, 이들 단어의 오남용은 지양해야 마땅하다.
김예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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