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특파원으로 부임하며 불교의 성지로 꼽히는 미얀마 바간에서 2022년 새해 일출을 보겠단 버킷리스트를 세웠다. 소망을 새긴 그 땅엔 코로나19가 덮쳤고 지난해 2월 군부 쿠데타까지 터지며 현지 취재마저 막혔다.
고인을 포함해 바간에서 다시 만나기로 했던 미얀마 친구들은 취재원이 됐다. 현지인들의 목소리를 담은 기사를 전할 수 있었던 것은 군부 쿠데타에 반대하며 안정적인 학교와 직장, 미래까지 포기하고 ‘익명의 영웅’이 돼 거리로 나선 친구들 덕분이다.
‘난세가 영웅을 만든다’는 말처럼, 지난 한해 미얀마는 영웅들로 가득했다. 목숨을 걸고 거리에 나서거나 저항군에 입대해 군부에 맞선 이들, 군부를 위해 종사하지 않겠다며 시민불복종운동(CDM)에 동참한 이들, 어쩔 수 없이 제 자리를 지키더라도 이들에게 몰래 지원금을 보낸 소시민들까지 모두가 영웅이었다.
그 중 많은 이들이 군부의 폭력에 의해, 코로나19에 제대로 대응조차 못하는 군정의 무능함 때문에 친구와 가족 심지어 자신의 목숨까지 잃었다. 기자보다도 더 어린 미얀마의 젊은이들이 집과 도시를 등지고 산간지역으로 가 군부에 맞서 저항군의 총을 잡고 있다. 미얀마의 현실은 말 그대로 난세(亂世)다.
“미얀마 군정을 대화 상대로 인정해 대표성과 합법성을 부여하지 말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올해 아세안 의장국을 수임하는 캄보디아의 훈센 총리는 7~8일 미얀마를 찾아 군정과 회동한다.
“군부는 한국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한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도 한국 정부의 인정을 받은 것처럼 선전하는데 이제 또 마이크와 카메라를 차지하게 생겼다”며 화를 낸 미얀마 친구는 “올해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을지 모르겠다. 새해 복 받으란 인사는 혁명이 성공하길 바란단 인사로 대신해달라”고 탄식했다.
2022년 새해를 맞이하며 “뿌리들이야 땅 밑에 있을 수 있어도 꽃은 공기 중에서, 눈 앞에서 핀다”며 “아무도 그걸 막을 수 없다”는 페르난도 페소아의 말을 되새겼다. 아스러져갔고 또 여전히 피와 땀을 흘리고 있는 미얀마 영웅들의 꽃이 올해는 피어나길. 그래서 앞으론 미얀마의 젊은이들이 영웅이 될 필요가 없는 시대가 돌아오길 새해 소망으로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