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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자흐스탄 일간 텡그리 뉴스, 러시아 일간 타스통신 등은 18일(현지시간) 나자르바에프 전 대통령이 녹화 동영상을 통해 최근 1월 유혈사태와 관련한 입장을 표명했다고 보도했다.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은 “1월 사건은 카자흐스탄 전체를 충격에 빠뜨렸으며, 이번 비극은 우리 모두에게 교훈을 안겨줬으며 누가 이 모든 학살과 살인을 조직했는지 알아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언급으로 유혈사태가 자신과 무관하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강조했다.
특히 그는 “나는 2019년 조기퇴임 후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현 대통령에게 대통령 권한을 이양했으며, 연금 수령자가 된 이후 줄곧 카자흐스탄 수도에서 휴식을 취하며 다른 곳을 방문하지 않았다”며 최근 불거진 해외 망명설 및 사망설도 강하게 부인했다.
이어 “토카예프 대통령은 국가안정보장이사회 의장으로써 모든 권한이 집중돼 있으며 곧 (집권여당인) 누르오탄당의 의장으로 선출될 것”이라며 “토카예프 대통령과 엘리트 계층 간의 갈등과 대립에 대한 세간의 소문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은 “토카예프 대통령이 국민들의 복지향상을 목표로 추진하는 새로운 개혁 프로그램을 지지해야 한다”며 현 정부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다만 최근 불거진 자신의 친인척, 측근들의 실각과 관련한 입장은 내놓지 않았다.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은 옛 소련 시절인 1989년 카자흐스탄 공산당 최고통치자인 제1서기(서기장)직에 올랐다. 1991년 소련 붕괴 이후부터 2019년 자진 사임할 때까지 약 30년간 대통령을 지냈으며, 이후에도 국가안보회의 의장직과 집권여당인 누르오탄당의 의장직을 유지하며 ‘엘바시(국부)’ 지위를 누리면서 이른바 ‘상왕 정치’를 펼쳤다.
구소련 붕괴 직후 핵무기를 포기하고 러시아와의 경제 재통합을 추진하지 않았고, 집권 20년까지는 연 평균 10%에 달하는 강력한 경제성장과 사회안정을 추구하며 높은 국민 지지와 서구의 호평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 세력의 장기 독재와 전횡 그리고 2014년 자국통화 평가절하 등으로 악화된 경제난에 대한 누적된 국민 불만과 불평등이 이번 1월에 불거진 에너지 가격 인상 사건을 계기로 폭발했다는 분석이 주를 이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