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FT 의존도 낮춰야 한다는 공감대 불구 실현성 '미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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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자흐스탄 일간 누르지는 14일(현지시간) 온라인으로 개최된 EAEU-중국 경제정기회담에서 양측은 독립적인 국제 통화(화폐) 및 금융 시스템을 개발하기로 합의하고 신규 국제통화를 기반으로 한 첫 초안을 이달 말까지 선보이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EAEU는 서유럽 국가 중심의 유럽연합(EU)에 대응하기 위해 러시아가 중심이 된 구소련 국가들의 연합체다. 지난 2015년 러시아, 카자흐스탄, 벨라루스 3국의 연합체로 처음 출범했으며, 이후 아르메니아와 키르기스스탄이 합류했다.
EAEU 출범 당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회원국 간의 화폐동맹을 제안하면서 화폐통합에 대한 논의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의 화폐통합론은 사실상 러시아 주도의 ‘유라시아식 EU’로 해석돼 ‘21세기형 소련 재탄생’이라는 논란을 야기했다.
이날 회담에서 세르게이 글라지예프 EAEU 통합거시경제부 장관은 “세계 경제둔화와 EAEU 소속국가 및 중국에 대한 제재조치와 관련된 공통의 도전과 위험을 감안할 때 정기적이고 전문적인 대화와 실질적인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취지를 밝혔다
중국을 대표해 회담에 참석한 왕 웬 인민대학 청양금융연구원(RDCY) 학과장도 “글로벌 개발 의제 상 수많은 난제와 관련해 러시아 등 EAEU 국가들과 중국의 입장이 긴밀하다”며 “EAEU-중국 간 대화 강화에 지지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이번 합의는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이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에서 러시아를 배제하는 등 ‘핵폭탄’급 경제 제재에 나선 게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다. 서방국가들의 잇따른 제재 이후 루블화 가치가 폭락하고 외환보유고 4위인 러시아가 순식간에 국가부도를 걱정해야 하는 현실을 감안할 때 SWIFT 의존도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하지만 EAEU와 중국이 개발키로 한 통화·금융시스템이 원만하게 진행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발표 내용에 따르면 새 시스템은 신규 화폐 대비 각국의 화폐가치에 맞게 계산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중국 위안화에 비해 러시아 루블화 또는 유라시아 국가들의 화폐가 크게 평가절하돼 있다는 점이 한계점으로 지적됐다.
무엇보다 ‘EU의 유로화’ 같은 신규 통합화폐 발행은 국제정치적으로 국가간 이해관계가 매우 복잡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심지어 EAEU 출범 당시 회원국간 화폐통합을 주장했던 푸틴 대통령조차도 카자흐스탄과 벨라루스의 반대에 부딪혀 뜻을 이루지 못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