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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으로 러시아와 험악한 외교 관계를 갖고 있는 폴란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 유럽에서 가장 강경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됨에 따라 미국·서방국가와 러시아간의 핵위협 경쟁이 지속되자 비대칭전략무기에 대한 안보공백을 크게 우려해 왔다.
러시아 일간 타스통신은 3일(현지시간) 야로슬라프 카친스키 폴란드 부총리가 독일 일간지 디벨트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폴란드에 핵무기 배치를 요청한다면 개방적으로 검토할 것이며, 이는 모스크바를 향한 봉쇄력을 상당히 증가시킬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타스통신에 따르면 카친스키 부총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합동작전 계획 상 네덜란드와 같이 폴란드에 대규모 NATO 작전 지휘본부를 설치함으로써 모스크바에 분명한 신호가 될 것”이라며 NATO 사령부 설립을 강조했다.
특히 카친스키 부총리는 에너지 대란을 우려해 러시아 제재에 적극 나서지 못하는 독일에 대한 비판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몇년 동안 독일 정부는 푸틴의 지도 아래 러시아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보고 싶어하지 않아 했는데, 오늘 그 결과를 우리가 보고 있다”며 “폴란드는 현재 유럽에서 갖고 있는 독일의 역할에 만족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가 큰 독일은 에너지 수입 중단 문제에 대해 선뜻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직전 독일은 천연가스의 55%, 석유의 35%를 러시아에서 수입했다. 만약 미국이 주도하는 제재조치에 따라 금수조치를 내리게 되면 에너지 대란이 벌어질 수 있기에 독일 정부는 전면적인 러시아 에너지 수입 중단보다는 점진적인 대안 마련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한편 카친스키 부총리의 미국 핵무기 배치 주장에 러시아는 도발적인 처사라며 비판했다. 콘스탄틴 코사체프 러시아 연방협의회 부회장은 “미국은 독일, 벨기에, 네덜란드, 이탈리아, 터키 등 유럽 5개국 6개의 군사기지에 150여개의 핵무기를 배치하고 있다”며 “이는 대미 의존도가 높은 폴란드의 존재를 상기시키고 미국 핵우산 아래 더 깊이 들어가려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