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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현지시간) 러시아 일간 타스통신에 따르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부 장관은 이날 즈베즈다국영방송 다큐멘터리에 출연해 "서방의 노력으로 다극체제 구축 시기를 늦출 수는 있겠지만, 결국엔 이를 결코 막을 수 없을 것"이라며 "이는 객관적인 역사적 과정을 서방이 거스르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극체제 현실화가 얼마나 진척됐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다극체제 구축의 개념은 일반적인 5개년 국가정책 또는 3년 예산 형성, 합의 후 이행해야 하는 정책이 아닌 인위적으로 착수할 수 없는 철저한 정치인의 고도의 정치행위"라며 "정치인의 재능에 의거해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을 보고 역사의 요구에 따라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답했다.
이어 라브로프 장관은 "미국과 영국 그리고 순종적인 유럽은 기존의 방법에 의존해 비동맹국가와 세계의 모든 국가들이 러시아에 대한 의견을 바꾸도록 강요한다"며 "하지만 이들 국가 대다수는 서방의 장기적인 무지에 비해 러시아의 이익을 정당화하거나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으며 공개적인 발언도 서슴없이 한다"고 덧붙였다.
서방국가들의 경제제재에도 불구하고 사상 최대의 무역흑자를 보고 있는 러시아는 그간 미국 주도의 단극체제 종말을 이미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서구의 초국가적 엘리트들이 기존의 질서를 유지하려고 아무리 애를 써도 세계사의 새로운 단계가 도래하고 있다"며 "조화롭고 보다 정의로우며 안전한 세계질서를 구축하기 위한 혁명적 변화가 지금 일어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초강대국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질서에 대한 푸틴 대통령의 비난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 2007년 뮌헨에서 열린 안보회의에 참석해 "하나의 권력중심, 하나의 의사결정중심, 하나의 주인, 하나의 주권자의 세계는 (미국이 주장하는)민주주의와 무관하다"며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의 경제성장이 진행됨에 따라 세계의 다극화가 심화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