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한테 떳떳한 아빠가 되고 싶어요. 사소한 행동으로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직업을 가진만큼 더 좋은 사람으로 살아야겠다는 마음이에요."
결혼 후 아빠가 된 송중기는 전과 달라진 듯 했다. 여유로움과 편안함이 느껴졌고 연기에 대한 신념은 더 확고해진 것처럼 보였다. 최근 개봉한 영화 '화란'에서 송중기는 냉혹한 조직의 보스 '치건' 역을 맡았다. 세상의 냉혹함을 일찌감치 알게 된, 해야 할 일은 반드시 하는 인물이다. 영화는 지옥 같은 현실에서 벗어나려는 고등학생 '연규'가 치건을 만나 함께 하며 펼치는 이야기를 담은 누아르 드라마 장르의 작품이다.
'화란'은 개봉 전부터 두 가지가 화제가 됐다. 첫째는 송중기가 '메인'이 아니라 연규 역의 신예 비우 홍사빈이 극을 이끈다는 것, 둘째는 송중기의 노개런티 출연이다. 송중기는 그만큼 이 작품에 대한 애정이 컸단다.
"상업영화의 공식을 따르면서도 신선한 느낌이었어요. 특히 누아르 장르를 해보고 싶었던 제 욕구와 딱 맞아떨어지는 작품이었죠. 어두운 장르도 잘 해내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어른들이 똑바로 잘 살아야 아이들이 잘 살 수 있다'는 메시지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사회적 위치가 높아질수록 더 비겁해지고 책임감이 떨어지는 사람들이 많잖아요. 사회 구성원이라면 이래서는 안되는 거죠. 상식적인 이야기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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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란' 송중기/제공=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송중기는 공동제작자로 참여했다. 바쁜 일정 속에서도 회의에 참여하고 후배들에게 힘이 되어 주고 많은 아이디어를 냈다고 알려졌다. 출연료를 받지 않은 것 역시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라고 했다. 대본이 가진 독특한 매력이 있는데 제작비가 커지면 이를 잘 살릴 수 없을 것 같았단다. 자신의 개런티가 제작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라고 했다.
"회사 대표님이 저랑 드라마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 '뿌리 깊은 나무' 등을 함께 했어요. 이번에 노개런티로 출연한게 미안해서 공동제작으로 이름을 올려주신 것 같아요. 물론 제작에 관심은 많아요. 정확히는 기획에 재미를 느껴요. 회사 PD들과 기획 중인 것들도 있고요. 결과물로 나올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일단 진행 중입니다."
송중기는 '치건'의 캐릭터를 완성하기 위해 외적인 것은 물론 내면까지 변화시키려고 애를 썼단다. 냉혹한 현실을 살아가는 모습을 강조하기 위해 피부톤을 어둡게 만들었고 그동안 숨겨둔 왼쪽 뺨의 상처도 드러냈다. 그동안의 훈훈한 외모, 로맨틱한 이미지와 정반대의 캐릭터로 호평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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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란' 송중기/제공=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화란'은 올해 개최된 76회 칸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섹션에 초청됐다. 이로서 '화란'은 송중기의 생애 첫 칸 입성 작품이 됐다.
"올해 초부터 9월까지 헝가리에서 '로기완'이라는 영화를 찍고 있었어요. 밤 촬영을 하고 있었는데 새벽에 사나이픽처스 대표님이 연락을 해서는 '됐다'라고 하셨어요. 정말 생각하지도 않았어요. 전화를 받고는 이후 촬영에 집중이 안 됐어요. 칸이 성공의 절대적 지표나 최종 목적지는 아니지만 정말 좋고 영광이었죠. 송강호 선배처럼 여러 번 칸에 가봤으면 모르겠는데 저는 처음이거든요. 보상받았다는 느낌도 들고. 어쨌든 너무 영광입니다."
송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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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중기/제공=하이지음스튜디오
송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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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중기/제공=하이지음스튜디오
송중기는 올해 1월 아내 케이티 루이즈 손더스와 재혼했다. 당시 만삭이었던 손더스와 칸에 동행해 주목을 받았다. 아내는 전직 영화배우다. 세계 3대 영화제는 물론 해외 유명 무대를 밟아 본 경험자다. 송중기는 아내가 "들뜨지 말라"고 조언을 건넸다며 웃었다.
"들뜨지 말라는 건 아마 까불지 말라는 뜻일 거예요. 그거 말고도 '어디 가면 스파게티가 맛있다' 이런 현실적인 이야기도 해줬어요."
송중기는 지난 6월 아빠가 됐다. 현재 이탈리아 로마에서 아내와 아들과 지내고 있다. '화란' 프로모션 일정차 한국에 오기 전까지 육아에 매진했단다.
"현실 육아를 즐기고 있어요. 삶의 마음가짐도 당연히 변화가 생겼죠. 아이에게 조금 더 떳떳한 사람이 돼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유명한 배우가 아니더라도 그랬을 텐데 하물며 사소한 행동으로도 많은 분께 영향을 줄 수 있는 직업이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