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기자의눈]손실 우려 ELS 불완전판매 논란에 불안한 은행권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koreanwave.asiatoday.co.kr/kn/view.php?key=20231201010000533

글자크기

닫기

윤서영 기자

승인 : 2023. 12. 03. 18:16

d
최근 은행권은 홍콩 H지수 연계 ELS(주가연계증권) 손실 우려로 바람잘날이 없다. 은행들이 ELS를 판매하던 2021년, H지수는 1만2000선이었지만 현재는 6000선으로 반토막났다. 이 지수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원금 손실이 발생하는데, 최근 금융당국에 '당시 은행으로부터 원금 손실에 대해 듣지 못했다'는 민원이 제기되면서 불완전판매가 큰 화두로 떠올랐다.

은행들은 2021년 당시는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으로 적합성, 설명의무 등의 원칙을 지키기 위해 고객으로부터 녹취와 자필 서명 등을 받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복현 금감원장은 "녹취나 자필을 받았다고 해서 불완전판매를 안한 것이 아니다"라며 "금소법 취지를 생각해보면 자기 면피 조치를 했다는 말로 들린다"고 꼬집었다. 녹취나 자필, 수십 장의 상품 설명서 등이 과연 고객 보호를 위해서 작용하고 있는지, 은행이 "우린 할만큼 했다"는 식의 명분으로 작용하고 있는지 따져보겠다는 얘기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도 "은행 직원이 ELS 상품을 이해하지 못하고 팔았을 것"이라고 발언했다. 은행들은 어떤 은행원이 파생상품을 고객에게 판매하면서 구조를 모르겠냐는 입장이지만, 사실상 금융당국의 압박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불완전판매 여부를 놓고 투자자의 자기책임원칙 보다는 은행의 책임 분담을 더 키우고 있다는 생각에서다.

이번 H지수 연계 ELS상품 가입자의 20%가 65세 이상 고령층인데, 이중 대부분이 ELS와 같은 투자상품을 경험해본 '재투자'고객들이라고 한다. ELS는 위험한 상품이긴 하지만, 80~90% 확률로 정기예금보다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반면 10~20% 확률로 손해를 볼 수 있는 상품이다. 그간 ELS에 투자하면서 80~90% 확률로 수익을 얻었던 투자자들 중, 원금 손실 리스크를 알고서라도 투자를 선택했던 고객도 상당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아직 손실 확정이 되지 않은 시점부터 고객 민원이 빗발치면서 은행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내년 상반기 손실이 확정되는 시점에는 민원은 물론 소송까지 예상된다. 이미 온라인상에서는 H지수 연계 ELS상품에 가입했다가 손실을 경험한 고객들이 집단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당국은 현재 접수된 민원을 모두 따져보고 불완전판매 기준을 세울 방침이다. 이를 두고 은행들은 '본인 손실을 불완전판매 논란에 편승하려는 고객'까지 손실을 떠안아야 할지 모르겠다며 좌불안석이다. 투자자가 책임져야 할 손실을 은행이 떠안게 되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는 예상에서다. 이 경우 주주들로부터 배임 문제가 제기될 수 있고, 자본시장법상 손실보전행위 금지 규정을 은행이 오히려 위반하게 되는 상황이 불거질 수 있다. 은행들 사이에서 '투자자 책임원칙은 없고 은행의 책임만 남았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윤서영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