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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1기 신도시 재건축, 서울뉴타운 실패 재판 안 돼야

[칼럼] 1기 신도시 재건축, 서울뉴타운 실패 재판 안 돼야

기사승인 2024. 05. 29.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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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동 한국주거복지포럼 상임대표
분당을 비롯해 일산, 평촌, 산본, 중동으로 대표되는 수도권 1기 신도시의 재건축 선도지구 지정을 위한 세부기준이 발표되면서 해당 지역 주민은 물론 주변의 노후 지역 주민의 관심이 뜨겁다. 선도지구 선정에 주민 동의율이 높고 참여 단지가 많을수록 유리함에 따라 주민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단지별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아울러 신고가 아파트가 속출하고 거래도 물량도 늘어나는 추세다. 침체한 주택시장에 뜨거운 핵으로 작용할 조짐이다.

1기 신도시의 재건축 추진은 필연적이다. 더구나 5개의 신도시 30만 가구를 불과 약 5년 만에 동시에 건설하면서 골재 파동을 불러와 바닷모래 등 일부 불량자재를 사용했고 인력이 모자라고 건설 기간이 짧아 부실 여파까지 심각했던 상황을 감안하면 제대로 된 건축이 불가피하다. 주택 수 채우기에 급급해 앞날을 보지 못한 채 서둘러 디자인한 도시 얼개를 감안하면 30년 이상이 지난 현시점에서 도시 구조를 미래 지향적으로 적극 개편해야 함은 당연하다.

시기적으로도 주택시장의 열기가 살아있을 때 민간의 힘(시장)을 빌려 재건축 등 정비사업 시행, 도시를 재편하는 게 맞다. 인구 절벽을 맞고 부동산이 장기 하락에 접어들면 새판을 짜기가 힘들어진다. 일본이 이를 잘 말해준다. 고령화와 저성장, 부동산 하락에 접어든 후 신도시 재정비는 쉽지 않다. 도쿄의 다마(多摩) 신도시나 오사카의 센리(千里) 신도시의 경우 일부 재정비, 젊은 층을 끌어들이고 있지만, 활력이 크게 떨어져 있다.

하지만 이번 선도지구 지정 기준발표에서 보듯이 경쟁을 부추기는 악영향을 초래, 주택시장을 뒤흔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2000년대 초반 서울시의 뉴타운 지정 여파가 초래한 집값 이상 파동을 재차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서울시는 2002년 강남·북 불균형 해소와 단지별 재건축에서 오는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광역화된 정비사업을 추진하게 되었고 이어 시범지구를 선정한 바 있다. 하지만 구청과 지역별로 경쟁이 과열되면서 단지 지정을 크게 늘리게 되었고 이 과정에서 집값이 전체적으로 폭등하는 악영향을 초래한 바 있다. 결국 뉴타운 계획은 은평, 길음 등 몇 개만 실행된 채 실패로 돌아갔고 집값만 올린 주범이 된 바 있다.

이번 선도지구 지정 역시 오는 11월에 5개 신도시에서 2만6000여 가구에 일정부분을 더한 단지에 이어 연차적으로 후속 지구가 속속 나와 연쇄적 반응을 일으킬 게 뻔하다. 경쟁적으로 지정하게 되면 전세난과 함께 투기 열풍이 재연될 소지가 크다. 침체상황에서 불쏘시개 역할을 하는 것은 좋으나 과열되면 집값 파동은 불가피하다.

아울러 미래 사회경제 변화에 대응한 제대로 된 신도시 마스터플랜을 그려놓고 도시 구조개혁에 착수한 것인가 하는 의구심이다. 인구 감소와 AI를 기반으로 하는 사회변화는 도시 자체의 근본을 바꾸는 변수다. 당장 자율주행은 눈앞에 펼쳐질 일이다. 당장은 주차장이 부족하지만 앞으로도 그럴 것인가. 과연 노후 거주자의 대비가 가미된 것인가, 요람에서 무덤까지 거주할 정주 요건은 담겼는가 등을 되짚어 봐야 한다. 통합 정비 참여에 선도지구 배점을 많이 배정한 것은 도시 차원의 정비에 긍정적이나 과연 그것을 주민에 맡겨 해결될 것인가 하는 우려가 있다. 60년이 지난 일본의 센리 신도시가 검토작업을 거듭하고 있는 점은 시사하는 바 크다.

이 외에 1기 신도시보다 더 슬럼화되고 노후화가 심각한 지역이 원도심인데 이는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신도시 선도지구 지정 이후 원도심 주민 역시 원성이 높아지면서 경쟁적으로 지정을 요구하게 될 게 분명하다. 지자체의 경우 표심을 감안해서라도 이들의 요구를 수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주민 생활 여건으로 보면 당연히 원도심 정비사업부터 실시하는 게 맞다. 상가 등 상업시설과 주민이 빠져나가 경제력조차 피폐해진 원도심을 살리는 일은 신도시 정비보다 더 시급한 일이다.

장용동 한국주거복지포럼 상임대표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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