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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대만해협 군사적 긴장, ‘강 건너 불구경’ 아니다

[칼럼] 대만해협 군사적 긴장, ‘강 건너 불구경’ 아니다

기사승인 2024. 05. 29.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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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광현 한국-유엔사 친선협회(KUFA) 사무총장

중국은 라이칭더 대만 총통이 취임한 지 사흘 만인 지난 23일부터 이틀간에 걸쳐 대만 포위 군사훈련을 감행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잇단 우려와 경고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육·해·공·로켓군 병력이 참가한 가운데 대만해협과 대만 북부, 남부, 동부 및 진먼다오, 마쭈다오, 우추다오, 둥인다오 등을 에워싸고 대규모 합동군사훈련을 강행한 것이다.

'연합 리젠(利劍, 날카로운 칼)-2024A 연습'이라는 훈련 명칭에서 짐작하듯이 중국은 이번 훈련이 친미·독립 성향의 라이칭더 신임 총통을 비롯한 타이완 독립 세력에 대한 응징의 성격임을 분명히 하면서 "타이완 독립과 분열을 꾀하는 모든 세력은 중국의 완전한 통일 실현이라는 대세에 부딪혀 머리가 깨지고 피를 흘릴 것(頭破血流)"이라는 으름장을 빼놓지 않았다.

중국과 대만 간의 해묵은 양안 관계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고수하는 중국과 '독립된 주권국가'로 인정받고자 하는 대만 간의 상반된 입장에 추가하여, 대만해협을 중국 견제를 위한 중간지대로 운용하고자 하는 미국이 가세하면서 단순 양안 문제가 아닌 미·중 간 전략적 이해 충돌이라는 블랙홀을 형성했다. 주지하다시피, 대만해협은 미국과 중국이 역내 해상교통로로서의 지정학적 가치뿐만 아니라 군사 안보 차원의 주도권 장악을 위해 어느 한쪽도 쉽게 양보할 수 없는 지역이다. 대만해협에 대한 주도권 장악을 통해 중국의 태평양 진출을 차단하고자 하는 미국과 이에 대해 대담하고도 적극적인 공세로 대응하는 중국 간의 위험한 줄타기가 계속되고 있다.  


특히 대만이 가지고 있는 반도체 산업과 공급망은 미·중 양국의 경제 안보와도 직결되어 있어 대만을 둘러싼 기(氣) 싸움이 더욱 치열할 수밖에 없다. 대만의 '현상 유지'를 통해 인도·태평양 지역의 질서를 주도하려는 미국과, TSMC를 보유한 대만을 장악함으로써 남중국해와 서태평양지역으로의 활로를 개척하고 미국 주도의 반도체 공급망을 무력화하려는 중국 간의 대립 구도는 날이 갈수록 더욱 첨예해지는 형국이다. 비록 미국이 대만 정부에 대한 '전략적 모호성(strategic ambiguity) 2.0'을 구사하면서 중국과의 무력 충돌을 경계하고는 있지만, 양국 간의 아슬아슬한 게임이 언제, 어떤 양상으로 변질될지 예단할 수 없다.
 

중국, 친미·독립 성향의 라이칭더 대만 신임 총통 취임 3일 만인  

23~24일 이틀간 대만포위 군사훈련, '연합 리젠-2024A 연습' 감행

 

'하나의 중국 원칙' 고수하는 중국 vs '독립된 주권국가' 

인정받으려는 대만 간 전통적 대립

여기에 더해 중국봉쇄전략 펼치는 미국 vs 

이에 강력 저항하는 중국의 위험한 줄다리기 가세

대만과 더불어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냉전시대 유물이 남아 있는 한국으로서는 이러한 대만해협 일대에서 고조되는 미·중 간 갈등이 더 이상 '강 건너 남의 집 불구경'이 아니다.

만약 대만해협에서 예기치 않은 무력 충돌이 발생하여 미·중 간 확전으로 치닫는다면 분명 한반도에도 심각한 영향을 초래할 것이다. 한국 안보 측면에서 가장 위험한 경우는 미국의 관심이 대만에 집중될 경우, 핵을 가진 북한이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무력 침공을 재개함으로써 동아시아에서 2개의 전선이 형성되는 경우이다.

중국이 대만을 상대로 무력 통일을 시도하는 유사 상황이 발생한다면 미국은 한국의 입장까지 고려할 만한 여유가 없어질 것이다. 대만해협에서의 유사시 미국은 가장 먼저 주일미군과 괌 일대의 미군 전력 위주로 투입을 고려할 가능성이 크지만, 상황에 따라 주한미군의 일부 또는 대부분을 대만 일대로 전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병행하여 인도·태평양지역에서 '현상 변경'을 원하는 러시아와 북한이 중국의 요구에 응한다면 동아시아에서 2개의 전선이 형성될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미국이 핵심역량을 대만해협에 집중한다면 북한으로서는 완벽한 한반도 적화통일의 호기를 갖기 때문이다.

이미 핵능력을 보유한 북한은 최근 들어 남북 관계를 파탄내고 무력에 의한 대남 적화통일 야욕을 더욱 노골화하고 있다. 지난해 말 북한은 남북 관계를 '전쟁 중인 두 개의 교전국'으로 규정하는가 하면, "유사시 핵무력을 내세워 남조선 전 영토를 평정하기 위한 대사변 준비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공언했다. 또한 한국을 "가장 위해로운 제1의 적대국이자 불법의 주적"으로 지칭하면서, "국가의 영원한 안전을 위해 유사시 영토를 점령, 평정하는 것을 국시로 한다"는 등의 도발적 위협을 멈추지 않고 있다.

지정학적으로 핵을 가진 공산권 군사 강국들을 머리 위에 이고 사는 한국은 대만해협에서의 긴장 강도를 예의 주시하는 한편, 동아시아에서 2개의 전선이 형성될 경우를 가정한 전방위적 대비책을 선제적으로 강구해야 한다.

핵을 가진 북한의 무력 침공에 대비하여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보호할 수 있는 방호대책은 물론, 북한을 압도하는 감시·타격 전력과 지휘통제통신(C4I) 대책 등을 조기에 구비하는 등 독자적인 전쟁 수행 능력을 갖추는 데 매진해야 할 것이다. '조건에 의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장광현 한국-유엔사 친선협회(KUFA)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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