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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로] 불교 호스피스와 ‘존엄한 죽음’

[여의로] 불교 호스피스와 ‘존엄한 죽음’

기사승인 2024. 05. 29.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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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존엄한 죽음 도울 수 있는 체계 갖춰
불교 호스피스, 안락사 아닌 준비된 죽음 추구
황의중 기자의눈
아시아투데이 문화부 차장 황의중
불교는 생사에 대한 고민으로부터 출발한 종교다. 윤회를 기반으로 하는 종교답게 불교에서 죽음은 '끝'이 아닌 '새로운 출발'이다. 이 때문에 불교 호스피스(죽음을 앞둔 환자의 고통을 덜어주는 특수병원)는 규모에서 아직 다른 종교계의 호스피스보다 미약한 수준이나 잠재력은 크다고 할 수 있다.

불교를 탄압하던 조선시대 때도 '젊어서는 공맹(공자·맹자)의 도를 따르다가 죽음을 앞두고는 석가(석가모니 부처)의 도를 따른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다. 불교의 교리와 수행체계는 죽음 앞에 선 인간을 위로하는 면이 크다. '다음 생'이란 종교적인 위로는 뒤로하더라도 육체적 고통을 완화하기 위한 명상기법은 21세기에 여전히 유효하다. 유럽과 미국의 의료시설에서는 선(禪)과 위빠사나 같은 불교 명상법을 변형해서 트라우마 치료나 임종을 앞둔 암 환자에게 쓰고 있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대한민국에서 존엄한 죽음은 떠오르는 화두다. 총인구 가운데 만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14%를 넘으면 고령사회, 20% 이상이면 초고령사회로 규정한다. 우리나라는 내년이면 전체 인구의 20%가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가 된다. 사회적 관심사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특히 불교 호스피스가 추구하는 '존엄한 죽음'이란 안락사와 다르다. 불교 호스피스의 선구자 울산 정토마을자재병원 이사장 능행스님은 안락사에 반대한다. 안락사는 고통스러운 자살일 뿐 존엄한 죽음이 아니라는 것이다. 죽음에 대한 준비가 되면 고통이 덜한 존엄한 죽음을 맞을 수 있다는 게 수많은 환자의 임종을 지켜본 능행스님의 지론이다. 피할 수 없는 죽음에 대해 잘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지, 언제든 내가 원할 때 목숨을 끊는 게 핵심이 아니라는 뜻이다. 이는 생명 존중을 이유로 안락사를 극명하게 반대하는 천주교와 개신교도 동의할 수 있는 부분이다.

앞만 보고 달려온 대한민국은 그간 삶과 물질에만 너무 초점을 맞췄다. 삶 뒤에 있는 죽음은 외면하고 언급하는 것 자체를 꺼려했다. 이제 우리는 존엄한 죽음이 무엇인지, 어떻게 죽음을 맞을 것인지 논의해야 할 시점이 됐다. 병수발에 지친 가족의 외면 속 최후를 맞길 원하는 사람은 없다.

'죽음을 준비하고, 병의 고통을 덜어주고, 다음 생을 준비합니다'란 불교 호스피스의 개념은 적어도 불자(불교 신자)에게는 위안이 된다. 불자 대부분이 불교 호스피스로 존엄한 죽음을 맞을 수 있다면 대한민국에도 긍정적인 변화를 줄 수 있다. 다른 종교도 불교계의 성공에 힘입어 각 종교의 교리에 맞게 호스피스를 확대할 수 있다. 우리는 저출산 문제 극복을 위해 노력하면서 존엄한 죽음에 대해서도 논의해야 한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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