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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테르테 필리핀 前 대통령, 두 아들과 “내년 상원선거 출마”…“정치왕조화” 비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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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승인 : 2024. 06. 26.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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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6년 6월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취임 선서를 하고 있는 가운데 아버지를 지켜보고 있는 자식들의 모습/필리핀 대통령실 자료사진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前) 필리핀 대통령이 두 아들과 함께 내년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한다. 내년 필리핀에서 경쟁이 펼쳐질 상원의 의석수는 12석, 두테르테 전 대통령과 두 아들이 모두 당선될 경우 내년에 교체될 의석수의 1/3을 두테르테 가문이 차지하게 되는 셈이다.

26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전날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딸인 사라 두테르테 부통령은 기자들과 만나 아버지가 두 아들과 함께 내년 상원의원 선거 출마를 계획하고 있다며 "모두들 출마하고 싶어 몸이 근질거리고 있다"고 밝혔다.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장남인 파올로는 현재 하원의원이고 셋째인 서배스천은 두테르테 가문의 본거지인 남부 민다나오섬의 다바오시 시장으로 있다.

사라 두테르테는 "서배스천은 2028년 대통령 출마도 계획하고 있다"며 자신은 2028년 다바오로 돌아가 "다바오시 시장으로 복귀할 것"이라 밝혔다.

상하 양원제로 구성된 필리핀의 상원 전체 의석수는 24석이다. 전국을 선거구로 해 입후보자 중에서 최다 득표 순으로 선출하는데 매 3년 마다 절반(12명)씩 교체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두테르테 가문에서 출마하는 세 명이 모두 당선될 경우 내년 교체 의석수의 1/3을 두테르테 가문이 가져가게 된다.
현재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 정부의 부통령을 지내고 있는 사라 두테르테는 지난 19일 그간 겸직했던 교육부 장관직과 반군 대응 태스트포스(TF) 부의장 직에서 사임했다. 그의 사임 후 채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두테르테 부자가 일제히 상원 출마에 나선 것이다. 마르코스 대통령 측과 전임 대통령인 두테르테 전 대통령 측의 정치적 동맹이 파열음이 감지되는 가운데 두테르테 가문의 정치왕조화 움직임이 다시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이다.

정당 제도가 상대적으로 약한 필리핀에서 정치는 '가문의 일'로 여겨진다. 중앙 정치를 장악하고 있는 몇몇 '귀족 가문'들이 주로 따갈로그어를 쓰는 루손섬 출신인 것과 달리 남부 민다나오섬의 다바오를 근거지로 하고 있는 두테르테 가문은 다소 이례적인 경우다.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다바오에서 검사로 공직 생활을 시작해 1988년부터 20년 넘게 다바오 시장을 역임했다. 검사 시절부터 내세웠던 범죄와의 전쟁 기조를 강력하게 이어왔던 탓에 치안이 안정된 다바오는 필리핀에서 가장 안전한 도시는 물론 사회·경제적 부흥을 맞이하게 된다. 두테르테 일가가 '가문'으로 거듭나고 다바오는 물론 필리핀 전역에서도 높은 인기를 구가할 수 있던 이유다.

출마 소식에 두테르테 가문의 '정치 왕조화' 시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필리핀 교사연맹(ACT)은 성명을 통해 이번 출마는 "한 가족이 국가 정치의 모든 측면을 통제하려는 관료 자본주의의 절정"이라며 "정치인들이 정부 직책을 마치 사업처럼 취급해 자신들을 부유하게 할 뿐만 아니라 국민들에게 자신들의 범죄를 은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ACT는 필리핀 국민들에게 "민주주의와 대중의 이익을 희생해 권력을 독점하고 통치를 영속화 하려는 정치 왕조의 이 같은 시도"에 저항할 것을 촉구했다.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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