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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로] “차라리 무관심이 경제 도와주는 거죠”

[여의로] “차라리 무관심이 경제 도와주는 거죠”

기사승인 2024. 07. 24.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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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무관심이 기업과 경제를 도와주는 거죠."

최근 만난 5대그룹 한 임원은 정치권을 향해 "차라리 우리에게 무관심해주는 게 도와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인 입장에서 볼 때 한국 정치를 대표하는 기관인 국회가 도움을 주지 못하고 오히려 발목을 잡고 있다는 일종의 하소연이다.

지난달 문을 연 22대 국회가 어느 때보다 선명한 사생결단식 여야 대립구도를 잡으면서 우리 경제가 '새우등 처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 정치사를 돌아보면 당파싸움이 격화될수록 경제 문제는 뒷전이었고, 기업이 설 자리는 더 쪼그라들었다.

이번 국회의 의석 배치도를 보면 더욱 그렇다. 벌써부터 192석을 차지한 범야권이 압도적인 의석수로 입법 폭주에 시동을 걸고 있다. 경제 논리 보다 대중의 환호성에 취한 포퓰리즘 입법이 판을 칠 수 있는 환경이다.

지난 21대 국회는 '재벌 특혜', '부자 감세'라는 해묵은 논리로 반도체지원법, 방폐장법, 저출생극복법 등 우리 경제와 직결되는 법안을 처리하지 못했다. 22대에서는 이런 분위기가 오히려 격화돼 경제·산업을 옥죄는 법안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불법 파업을 조장하는 반(反)시장법이라는 경제계의 아우성에도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노동계 표심을 의식해 거침없이 밀어붙이고 있다.

법안 처리 과정을 보면 경제에 미칠 숙의 과정 없이 정치적 힘자랑이 난무했다. 민주당은 지난 18일 국회 안건조정위원회 심사를 단독으로 통과시킨 데 이어 22일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까지 일방 독주로 처리했다. 민주당 소속 안호영 환노위원장은 의례적인 법안 설명도 건너뛰고 법안 상정 후 5분 만에 의사봉을 두드렸다.

이런 식으로 쏟아낸 반시장 규제 입법은 '역대급'이다. 시민단체 '좋은규제시민포럼'의 분석에 따르면, 22대 국회 개원 후 한 달 간 발의된 법안 1127건 중 규제 법안은 283건으로 지난 국회 같은 기간의 2배에 달했다.

현재 유럽연합과 일본·독일·인도·대만 등은 법인세 인하, 전기요금 감면, 첨단산업 세제 지원 등을 총동원하며 정치가 경제·산업의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 국회도 '역행'을 멈추고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정책적 뒷받침을 해줘야하는 시점이다.

정작 도움을 요청해야할 국회를 향해 "무관심해 달라"는 경제인의 호소는 기막힌 아이러니다. 오죽하면 지원을 바라지도 않는다는 얘기가 나왔을까. 최소한 규제 입법으로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진 말아달라는 간곡한 읍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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