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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국회 연금특위, 기초연금 외국사례 공부하고 논의하길

[칼럼] 국회 연금특위, 기초연금 외국사례 공부하고 논의하길

기사승인 2024. 07. 28.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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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서 평가한 한국의 연금개혁 <5>
1윤석명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 전 한국연금학회장)
OECD가 한국 연금개혁에 대해 처음 권고안을 낸 시점은 2001년 9월로, 『한국경제 보고서(OECD Economic Surveys: Korea』의 3장 '고령사회 준비(Preparing for an aged society)'를 통해서다. "세금으로 평균임금 20%(당시 최저생계비)의 기초연금을 모든 노인에게 지급하라(116쪽)"고 하면서다. 이 권고안은 한국의 연금개혁 과정에서 큰 장애물로 등장했다.

2001년 6월 프랑스 파리에서 한국경제 검토 회의가 열린 다음 날, 최종보고서 발간을 위한 축조심의(Wrap-up meeting)가 있었다. 연금분야 전문가로 현장에 있었던 필자는 보건복지부 박용현 연금제도과장과 함께 거세게 항의했다. 세금 걷어 모든 노인에게 기초연금 주라는 권고안은, 자신이 받을 연금을 근로기간에 저축하는 방향으로 개혁을 추진하던 주요 선진국들과 달리 부과방식(매년 필요한 연금액을 매년 세금으로 조달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을 의미했기 때문이어서다.

다가올 고령사회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고령사회 준비'라는 특별 세션을 마련한 OECD가 그 취지와 달리 노인 인구가 급증할 한국에는 재앙적인 권고를 했다. 전액 세금으로 재원을 조달하는 기초연금이 미래세대를 더욱 고통스럽게 할 것이라서 그렇다.

이 권고를 삭제해 달라는 거듭된 항의에 직면한 당시 랜달 존스(Randall Jones) OECD 한국·일본 담당 데스크 부팀장은 "최저생계비 이하의 저소득 노인만을 대상으로 하는 사회부조, 즉 선별적 제도로 운영할 수 있다(This first tier could be provided by social assistance to the elderly with incomes below this level. 116쪽)"는 대안을 함께 제시했다. 두 대안이 제시되었음에도 당시 야당들은 보편적인 조세 방식 기초연금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러한 배경에는 당시 한국의 연금전문가 다수가 조세 방식 기초연금 도입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했기 때문이다.

2003년 1차 국민연금재정계산에 근거하여 정부가 재정안정방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적게 내고 많이 받는 구조'의 국민연금을 고치지 않으면 제도 지속이 어렵다는 위기감에서 마련한 재정안정방안이었다. 정부 재정안정방안이 국회에 제출된 이후에는, 기초연금 도입이 주된 정쟁거리가 되었다. "국민연금 도입한 지 얼마 되었다고 재정안정 타령이냐? 먹고살기가 얼마나 어려운 데 보험료 올린다고 하느냐? 세상 물정은 알고 하는 소리냐? 시급한 사각지대 해소, 즉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못하는 문제부터 해결하자." 정부의 국민연금 재정안정방안에 대한 야당들·시민단체·다수의 연금전문가 반박 내용이다.

이러한 논쟁을 겪다 보니, 국민연금 재정안정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한 타협책으로 2007년에 도입된 제도가 '기초노령연금'이다. 기초노령연금은 정부 재량으로 대상자를 조정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현재의 기초연금과 크게 다르다. 기초노령연금의 법적 성격에 대한 보건복지부의 법제처 의뢰에 대한 답변이 그러했다.

정치적 타협 과정에서 도입된 기초노령연금이 결국에는 노인 표를 더 얻는 수단으로 변질이 되었다. 박근혜 정부의 대통령직 인수위 부위원장이었으며 초대 보건복지부 장관이었던 진영 국회의원이 항의 표시로 장관직을 자진해서 사퇴하는 우여곡절 끝에 도입된 것이 기초연금이다. 대상자 조정이 가능했던 기초노령연금과 달리, 노인 70%에게 지급하도록 대못을 박은 것이 기초연금이다.

많은 논란 속에서 도입된 기초연금이 대통령 선거 때마다 월 10만원씩 올리는 포퓰리즘 제도로 운영되고 있다. 더 올리지 않을지라도 GDP 대비 3.2%로 급증하는 것이 우리 기초연금이다. 보험료를 18.5%나 부담하는 스웨덴의 연금지출액은 2070년에 가서도 GDP 대비 7.2%에 불과하다. 전액 세금으로 조달하는 우리 기초연금이 미래 세대에게 얼마나 큰 재앙을 초래할지는 명약관화하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대상자를 더 늘리자는 나라가 한국이다.

우리가 기초연금을 도입하기 전인 2010년 무렵부터 이미 OECD가 다른 성격의 기초연금 권고안을 내고 있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지급 대상자를 줄이되 취약노인에게 더 지급하라고 권고했음에도, 정반대의 제도를 도입했다. OECD 회원국 중 노인 빈곤율이 최고라는 수치는 그렇게 강조하면서도, 노인 빈곤율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OECD 권고와는 다르게 2014년에 기초연금을 도입했다.

2018년의 OECD 권고내용이다. "한국 기초연금은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기초연금 수급자 3분의 1이 OECD 기준으로도 빈곤한 노인이 아니다. 절대빈곤에 처해 비참한 생활을 하는 노인들이 빈곤하지 않은 노인과 똑같은 액수의 기초연금을 받고 있다. 대상자를 줄이되 취약노인에게 더 지급해야 높은 노인 빈곤율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 이러한 권고는 2020년(73쪽)과 2022년(72쪽)에도 계속되고 있다.

OECD가 15년 가까이 기초연금을 고치라고 해오고 있음에도, 연금특위는 국민연금 소득대체율만 올리자고 했다. OECD 권고는 모른척했다. 소득대체율 기준으로 기초연금액이 이미 12% 수준이다 보니, 2007년 국민연금 개혁 효과가 많이 훼손되었는데도 말이다. 그런데도 국민연금 소득대체율만 올리자고 했으니, 21대 국회 연금특위가 수준 미달이라고 하는 거다.

스칸디나비아국가들은 오래전에 보편적인 기초연금을 폐지했다. 1990년 초에 노인 약 93%에게 만액 기초연금(full basic pension)을 지급하던 핀란드는, 불과 10년 만인 2000년대 초에 10% 미만으로 축소했다. 작년 제17차 OECD 연금전문가 회의에 참석한 이즈모 리스쿠(Ismo Risku) 실장에 따르면 핀란드의 만액 기초연금(우리로 치면 월 33.4만원) 수급자는 4.8%에 불과하다.

22대 국회의원들이 연금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다고 한다. 2010년 이후 OECD의 기초연금 권고내용과 외국 사례부터 공부하기를 바란다. 제대로 공부한다면, 21대 국회 연금특위에서의 논의 내용을 계속 주장하기가 민망할 것이다!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 전 한국연금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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