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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고종 봉원사 주지 현성스님 “천년고찰 위상 회복하겠다”

태고종 봉원사 주지 현성스님 “천년고찰 위상 회복하겠다”

기사승인 2024. 08. 06.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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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스님들과 넓은 땅 보유한 서울 사찰
코로나 이전 회복 및 일주문·수장고 등 불사 목표
금강경 강조..."겉모습과 지난 일에 집착 말라"
성봉원사 현 주지스님-5896
아시아투데이 박상선 기자 = 봉원사 대웅전 앞에 기념촬영하는 주지 현성스님. 봉원사 주지 현성스님은 아시아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코로나 이전의 위상을 회복하겠다고 다짐했다.
한국불교태고종 총본산인 신촌 봉원사는 6월 6일 현충일에 영산재를 치르는 것으로 유명한 천년고찰이다. 통일신라 889년 도선(道詵)국사가 처음 반야사(般若寺)란 이름으로 창건한 이 절은 이후 1749년 조선 영조가 봉원사란 현판을 내리면서 봉원사로 불리게 된다. 장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사찰답게 봉원사는 서울 절 가운데 가장 많은 50여 명의 스님들과 보유 토지가 있는 도량으로, 보유 토지만 해도 26만660㎡(약 8만평)에 달한다.

지난 5월 2일 제45세 주지로 취임한 현성스님은 1975년 선암스님을 은사로 출가한 뒤 봉원사 총무부장과 문화부장, 부주지, 국가무형유산 영산재보존회 연수원장 등을 역임했다. 스님은 국내·외에서 영산재를 시연하며 한국불교문화의 우수성을 알리는 데 힘써오고 있다. 최근 백중을 앞두고 만난 스님은 주지 임기 2년 동안 코로나 이전의 위상을 회복하고 미래를 대비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스님과 나눈 대화다.

-천년고찰 봉원사가 가진 유·무형의 국가유산은 어떤 것이 있는가.

"봉원사는 종로 법륜사, 서대문 백련사와 함께 태고종의 서울 3대 사찰로 꼽힌다. 또한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이자 국가무형문화재 제50호인 영산재 전승·보존 도량이다. 2024년 서울시 지정문화재 정기조사에 따르면 봉원사는 유형문화재 7개, 문화재자료 5개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중요 문화재(국가유산)로 수륙무차평등재의촬요가 있다. 이 유형문화재는 복장유물로 고려말에서 조선 초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연구 중인 문화재로 전문가들은 국보 또는 보물로 승격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작년말 주지로 취임했는데 그간 소회와 향후 계획은.

"봉원사는 코로나19 이전에는 하루에 몇백 명의 신도가 찾는 사찰이었다. 그런데 코로나19 이후에 신도가 많이 줄었다. 이전 상태로 회복해야 한다. 사찰의 노스님을 잘 모시고 젊은 스님들을 양성하고, 신도들의 신행을 돕는 게 주지의 역할이다. 임기 내 이 부분에 신경을 쓸 것이다. 또한 천년고찰의 위상에 걸맞지 않게 일주문·사천왕문이 없다는 게 마음에 걸린다. 다양한 국가유산(문화재)을 보존할 수장고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 문화재청·서대문구 등과 협의해 불사를 추진할 생각이다. 임기 내 완성은 못하더라도 봉원사의 미래를 위한 일이니 토대만이라도 만들어 후임자가 이어가도록 할 생각이다."

-곧 있으면 백중이다. 스님에게 백중이란.

"충효(忠孝)를 빼놓고 우리나라 불교를 말할 수 없다. 효에 대한 부분은 부모은중경에서 언급하고 있지만 자식을 길러보면 사람은 부모의 소중함을 더 뼈저리게 느낀다. 우리는 다른 종단 스님들과 달리 자식을 길러봐서 이 느낌을 안다. 그래서인지 봉원사는 백중을 중하게 여기는데, 당일날 작은 영산재 규모로 정성스럽게 재를 올린다. 오전 10시에 시작해 오후 5시까지 조상 영가를 천도하는 의식을 하는데 되도록 대중 스님 모두가 참여하려고 한다."

-사찰에서 여러 기도를 하는데 기도는 어떤 행위인가.

"기도가 없는 종교는 있을 수 없다. 원하는 것을 절실하게 추구하는 때 하는 게 기도다. 해본 사람을 알겠지만 기도를 해보면 앞으로 어떻게 행동해야 하고 일에 임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어떤 일을 결정할 때는 먼저 기도부터 했다. 일이 잘못됐을 때 후회하지 않겠는가 후회하겠냐는 기도를 해보면 알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기도는 중요한 첫발걸음이다."

-태고종은 불교 무용·범음 등 의례와 예식을 잘 보존한 것으로 유명하다.

"우리 종단의 옥천범음대의 유래는 쌍계사 진감국사 혜소스님에게 있다. 진감국사가 계셨던 쌍계사의 원래 명칭이 옥천사여서 범음대 이름을 '옥천'으로 딴 것이다. 진감국사는 당나라 유학갔다가 재를 올린 때 불교의식 음악인 범음(범패·어산)을 듣고 감동해 이를 익히셨다. 과거에는 어른 스님이 젊은 스님을 옆에 앉혀놓고 범음·승무를 조금씩 가르쳤다. 그래서 이를 배우는 스님들을 '무릎제자'라고 불렀다. 지금은 첨단기기가 발달해서 배우는 스님들이 어른 스님의 범음을 녹음한 뒤 그걸 다시 들어가면서 수행한다. 범음을 하려면 먼저 귀가 열려야 한다. 그다음 단계가 득음이다. 범음은 타고난 재능의 영향이 큰 편인데 그나마 봉원사 스님들은 범음을 자주 접하니까 주워듣다가 많이 배운다. 봉원사는 다른 곳보다 범음을 배우기 유리한 환경이다."

-전체적으로 종교 인구는 줄어들고 있는데 불교에 대한 관심은 높아가는 것 같다.

"그나마 다행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과거에는 스님들이 다투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스님들이 각성해서 제발 그런 모습을 더는 보여주면 안 된다. 이제는 불자들도 고령화가 되고 있다. 불자들에게 받기만 하지 말고 사찰에 오는 신도들에게 차비라도 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말법시대라고 하지만 언젠가는 불교계에 다시 큰스님들이 나타나서 재가불자들을 인도할 시절이 올 것이다. 요즘 젊은 스님들이 그런 면에서 열심히 공부하는 것 같아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불교에 관심을 두는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경전이 있다면.

"우리 태고종의 소의경전(근본으로 삼는 경전)인 금강경을 추천하고 싶다. 금강경에는 불법의 핵심이 담겼다. 금강경 사구게(四句偈)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凡所有相 皆是虛妄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 즉 '모든 형상은 허망한 것이니 모든 형상을 진실이 아닌 것으로 보면 여래를 보리라'는 내가 신도들에게 자주 법문하는 구절이다. 내가 뭘 알고자 하면 겉에 보이는 것만 보지 말고 진실을 찾아야 한다. 여래는 진실이고 실상이다."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한 말씀 해주신다면.

"금강경에서 나온 과거심불가득(過去心不可得) 미래심불가득(未來心不可得) 현재심불가득(現在心不可得)이란 말이 있지 않는가. 이미 지난 일, 아직 오지 않은 일, 순간 스쳐 가는 일에 너무 집착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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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박상선 기자 = 봉원사 법당에서 사찰 보유 국가유산을 설명하는 주지 현성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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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박상선 기자 = 본지 기자와 인터뷰 중인 봉원사 주지 현성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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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박상선 기자 = 천년고찰 태고종 신촌 봉원사의 삼천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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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박상선 기자 = 봉원사 대웅전 가는 길 수인 모양의 조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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